해외동포 여러분께 새 봄 인사를 올립니다

재일동포 시지 <종소리> 제57호를 읽고

등록 2014.03.16 12:59수정 2014.03.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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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일본 도쿄에서 울린 <종소리>가 대한해협을 건너 고국에까지 전해 왔다. 이번 제57호는 2014년 신년호다. 이 <종소리> 시지에는 고국에 대한 염려와 향수, 고향과 핏줄에 대한 그리움, 고국과 고향을 떠난 나그네의 설움들이 물씬 묻어있는 시들이 구슬로 꿰어 담겨 있다.

고국에 사는 나는 <종소리> 시지를 반갑게 읽어주고, 이 시들을 내 이웃들에게 전해주는 게 그들의 고국애에 대한 자그마한 보답이다. 이번 호에 실린 29편 가운데 지면 관계상 세 편만 뽑아 고국의 독자와 해외에 사는 동포에게 보낸다.

해외에서도 오랫동안 우리말을 잊지 않고 지키는 동포들에게 늦었지만 새해 새 봄 인사를 다음의 말과 같이 올립니다.

"가령 어떤 국민이 노예의 신분이 되더라도 자기 나라의 국어를 건실하게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마치 자기가 갇힌 감옥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서

동포 여러분!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사십시오.
2014. 3. 16. 여러분의 고국에서 박도 올림

화음을 이루자
a

<종소리> 제57호 ⓒ 재일동포시인회

                오홍심

시지 <종소리>
창간한지 벌써
열다섯 해에 들어선다


오늘도
쉬임없이 울려가는 종소리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리며
은은히 울려간다

칼바람 몰아치는 이역 땅에서
말과 글을 꿋꿋이 지켜가는
우리의 목소리 전파를 타고 돌고 돈다

뜻을 같이하는 벗들과 함께 하고 싶다
통일을 노래하는 한 편의 시가
활활 타는 함성의 목소리 되고
지구 동네 동포들의 가슴속에 울려 퍼지게

몰아치는 차별바람에도
우뚝우뚝 새 교사 일떠세워
민족교육 지켜가는 동포들의 모습
온 누리에 자랑하고 싶다

고향 등지고
현해탄을 건너오신
1세분들의 고향생각
길이길이 전하며 노래하고 싶다

언젠가 그 언젠가
남의 나라 땅에서 자라난 이들이
나라의 주인으로 떳떳하게
통일조선을 활보할 그날을 그리면서

때로는 사랑의 노래도 좋다
친구들의 이야기도 좋다
다듬고 다듬은 말로
아름다운 꽃들과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노래하자
더 멀리 더 널리
종소리를 울리자
남북, 해외동포 함께
화음을 이루며 종을 울리자

안녕들 하십니까

               김지영

안녕하지 못한 시대에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촛불집회 열기가
한반도를 달군다

바른 말 하다 억울하게 누명쓰고
참교육 길이 막힌 선생님들
신부님도 노동자도 농민도
안녕하지 못하다고 목청 돋우면
'종북' 딱지가 붙어
공공의 적이 되는 안녕하지 못한 사회

아름다운 민주주의 꽃 피지 못하고
시들어지고 있어
안녕한 나라를 찾아서
대자보를 붙이는
대학생들의 안녕하지 못하다는 이유

일본에서도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안녕한 조국을 만들기 위하여
오늘도 목청을 높인다
"안녕들 하십니까"

거기에 내 집이 있었습니다

               김철

거기에
내 집이 있었습니다
소나무 팔뚝 밑에
숨어살던 초막 하나 있었습니다

툇마루가 다 슬어
살결처럼 보드랍고
울밑에 봉선화도
나만 보고 웃어주던

그리고 가을이면
밤송이 튀는 소리에
자다가도 가끔 놀라 깨던
그런 집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지붕을 홀랑 걷어가 버렸습니다
내 체온이 스민
섬돌마저도 뽑아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송이버섯 하나 외로이 서 있겠지요

허나 그 집은
내 마음에 이사를 왔습니다
폭탄도 허물 수 없는
영원한 집이
내 마음에 튼튼히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타향에서 나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 거주)

a

재일동포 시인회원들과 고국문인들과의 만남(일본 도쿄에서 2012. 6. 9.) 앞줄 왼쪽부터 김윤호, 박도(한), 정화흠, 김정수 뒷줄 왼쪽부터 정용국(한), 오홍심 시인회 대표, 정일구 시인회 후원회장, 김두권, 홍일선(한) 시인 ⓒ 오홍심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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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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