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8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해이아담스호텔에서 열린 수행 경제인들과의 조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
연합뉴스
상황은 그때와 똑같다.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이 나서서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규제 개혁을 역설하고,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규제 때문에 '외국기업 유치도 안 된다, 국내 기업들도 빠져 나간다'는 볼멘 기사들을 쏟아낸다. 경제 단체들은 못이기는 척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협조하겠으니 규제개혁을 시급히 해달라'고 주문한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개혁에 호응해 투자확대와 고용창출에 힘쓸 것이며 생산적 노사관계 형성을 위한 노사정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논평 중 일부
"경제계도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 구현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을 재점화 시키는데 적극 동참해 나가겠다."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논평 중 일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더불어 규제 개혁을 발표하자 재계는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전경련은 보건·의료, 문화·관광, 금융·보험 등 5개 분야에 대한 총 94개의 규제개선 과제를 관련부처에 건의했다. 정부·보수언론과 경제지·경제단체가 규제 개혁에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와 경제단체가 내놓은 규제 개혁 대상을 보면 대통령의 말처럼 규제가 쳐부술 원수, 손톱 밑에 가시 뽑듯이 뽑아야 될 문제인지 의문이 든다. 지난 12일 정부가 내놓은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상업시설과 공장을 짓게 하겠다'는 규제 개혁안만 해도 그렇다. 기업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투기와 환경 파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그 어떤 대안도 없다. 또 지방 공장부지가 텅텅 빈 상황에서, 서울 등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공장·상업시설 허용은 수도권 과밀화·땅값 상승을 불러 올 수도 있다.
또한 영리병원 도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풀겠다는 계획, 외국 교육기관 유치를 위해 과실송금(투자가들이 외국에 투자하여 얻은 이익(배당)금을 본국에 송금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계획 등은 의료 민영화, 교육개방과 직결되는 것으로 단지 손톱 밑에 가시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전경련이 내놓은 94개 규제개혁 과제도 별반 다를 바 없다. 학교 주변에 유흥시설이 없는 호텔을 세울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나 1인당 면세 금액을 늘려달라는 요구는 쉽게 수긍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경제민주화 대신 규제개혁, 초심은 어디로 갔나?그린벨트 주변의 개발을 제한하거나 교육과 병원을 비영리 기관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이 감내한 것들이다. 학교 주변에 숙박업소 건축을 금지한 건 학생들의 퇴폐문화 유입을 막아보자는 자구책에서 나온 것이다.
이렇듯 모든 규제에는 충분한 이유와 다수의 동의가 담겨 있다. 대통령이 암 덩어리라고 지칭한 수많은 규제는 지금도 공공의 이익과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좋은 점만 있는 정책은 없다. 정부, 보수언론과 경제지, 경제단체가 규제 개혁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규제 개혁은 일자리 창출과 동의어도 아니고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객관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유린을 조장하고 서민들을 쓰기 편한 저렴한 노동자로 전락시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해 준 이명박 정권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의 다른 버전이라는 생각 지울 수 없다. 불과 1년여 전,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던 박근혜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정권도 살고 서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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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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