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김지미 내림굿 소문, 사실은...

[서평] 인간 세상에 핀 신의 꽃 김금화 자서전 <만신 김금화>

등록 2014.03.19 11:26수정 2014.03.1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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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가 된다는 자체가 기구한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 임윤수


기구한 운명이란 바로 이런 삶을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태어나자마자 방 한쪽으로 밀쳐질 정도로 여자가 천대를 받는 시대에 태어났으니 시대적으로도 기구했습니다.

나라는 일본에 강점 당하고, 하루 세끼 먹고 사는 게 걱정될 정도로 가난한 시대인 1931년에 태어났으니 출생 자체가 기구했는지도 모릅니다. 또래들에게 놀림이 되건 말건 아들을 기원하는 이름으로 성장해야 했고, 사랑은커녕 남자가 뭔지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 견딜 수 없는 시집살이에 결국 집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으니 이 사람의 삶은 기구함의 연속입니다.


기구한 여자의 삶을 더 기구하게 한 건 예기치 않게 찾아온 무병, 신들림이었습니다. 신들린 여자로 살아간다는 건 동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단함을 넘어서는 한 많은 삶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여자는 현재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술인으로 어엿한 삶을 살고 있으니 드라마틱함을 넘어서는 반전의 삶이기도 합니다.  

만신 김금화 자서전 <만신 김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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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 김금화>┃지은이 김금화┃펴낸곳 궁리출판┃2014.3.5┃1만 5000원 ⓒ 궁리출판

<만신 김금화>(지은이 김금화, 펴낸곳 궁리출판)는 만신 김금화가 살아온 삶을 회고하며 정리한 자서전입니다. 흔히들 무당이라고 부르는, 어떤 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질병을 다스리며 재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굿을 하는 여자가 만신입니다.

저자 김금화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을 겪어야 했던 세대니 태어난 시대만으로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무녀로 살아가야 하는 무게가 덧씌워지니 더 힘들고 더 버거운 삶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말을 하고 나자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나는 왜 여자로서 평범한 길을 갈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을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야 하고, 신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는 힘겨운 이 길을, 누가 그리 살뜰하게 이해하며 함께 가줄 수 있을까? 혼자 생각에 머리를 가로저었다."
- <만신 김금화> 177쪽


책에서는 기구한 시대에 기구한 여자로 태어난 만심 김금화가 살아온 삶이 시대별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때로는 너무 배고프고, 때로는 너무 힘들지만 그럴 때마다 모든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꿋꿋하게 극복해 나가는 삶은 차라리 인간승리를 향한 도전이자 서글픔입니다.

가시밭길 같은 무녀의 삶, 사회적으로 괄시의 대상이었던 무당은 어떻게 되고, 무당으로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어 무속인들의 세계를 얼핏이라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작은 구멍 같은 내용입니다. 


신이 내리는 증상은 여전히 미스터리이고, 내림굿을 하는 절차는 아직도 우여곡절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굿을 진행하는 모든 절차와 무수한 경들을 단지 듣고 외는 것만으로 전수받는다고 하니 그 집중력과 암기력이 경이로울 뿐입니다. 

"무당은 모든 사람들의 한과 눈물을 보듬어 안아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인간사에 상처 받고 울어본 탓에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다. 행복하게 살며 복을 누리는 것은 더할 수 없이 감사한 일이다. 이제는 아프고 힘겨운 인생도 그만큼 공부가 되고 덕이 되는 일이니 행복도 불행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라 말하고 싶다."
- <만신 김금화>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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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을 구경하다 보면 가끔은 보기에 섬뜩한 상황도 보이자만 굿덕을 끌어내기 위한 그들 세계에서의 의식행위라 생각됩니다. ⓒ 임윤수


흔히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고 합니다. 인간들이 하는 배신을 염두에 두라는 말입니다. 김금화는 굶주리고 갈 곳 없던 남자를 결혼으로 거둬주지만 결국 배신을 당합니다.

서해안 풍어 굿을 전수하고, 국제 공연을 다니는 어엿한 예술인

비록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삶은 비참하리 만큼 고단하지만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잘되기만을 빌어주다 보니 민속경연대회라는 기회가 예기치 않게 찾아옵니다. 민속경연대회를 통해 대중들 앞에 서고, 이름이 알려지고, 공중파를 타면서 해외공연까지 하게 되지만 무녀에 대한 사회적 괄시는 호락호락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내로라하는 만신이 되어 국내외에서 굵직굵직하게 진행되는 행사에서 공연을 하고, 강화도에 건립된 '금화당'에서 서해안 풍어 굿을 전수하는 어엿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김금화의 삶은 현재진행형 만신이며 기구함을 넘어선 인간승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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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들은 살타래처럼 꼬인 인생이 술술 풀리게 해달라고 기원할지도 모릅니다. ⓒ 임윤수


"항간에는 김지미씨가 내림굿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건 와전된 소문일 것이다. 그 친구가 예전에 영화 <비구니>를 촬영하면서 몸이 심하게 아파 굿을 한 적이 있던 걸로 안다. 무병인가 싶어 내림굿을 받을까 생각은 했어도 실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 <만신 김금화> 235쪽

책에서는 무녀 김금화가 살아 온 삶을 여실히 공개함으로 그들만의 세상, 무속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현실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반전되는 삶도 펼쳐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 지라도 만신 김금화가 살아온 삶에 견주어 본다면 무겁기만 하던 삶은 가벼워지고, 어둡기만 하던 미래는 밝기를 더해가는 희망으로 시나브로 바뀔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만신 김금화>┃지은이 김금화┃펴낸곳 궁리출판┃2014.3.5┃1만 5000원

만신 김금화 - 인간 세상에 핀 신의 꽃 비단꽃넘세 김금화의 이야기

김금화 지음,
궁리, 2014


#만신 김금화 #김금화 #궁리출판 #만신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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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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