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해지는 봄에 자살률 가장 높다"

[인터뷰]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원장 "서양보다 동양이 연관성 더 뚜렷"

등록 2014.03.19 12:28수정 2014.03.1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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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절기 경칩(6일)도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이 돌아왔다. 냉랭했던 봄 햇살에 삼라만상이 깨어나며 움츠렸던 어깨를 편다.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고 해는 점점 길어져 틈만 나면 너도나도 밖으로 나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교차가 크고 날씨변덕이 잦은 봄철엔 면역력이 약해지기 쉽다. 황사, 꽃가루 등이 자주 발생하고 최근엔 미세먼지까지 늘면서 호흡기 질환자들은 하루하루가 긴장 상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날씨는 화창하고 따스해지는데 마음은 여전히 차갑고 외로운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최근 한 달 새, 송파 세 모녀와 한 무명 배우의 자살 등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자살을 소재로 다룬 영화(<우아한 거짓말>)까지 개봉됐다.

이런 가운데 초봄 무렵에 오히려 자살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춥고 배고픈(?) 겨울도 아닌데 따뜻한 봄날에 왜 자살이 많아지는 걸까. 지난 1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김호(49)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원장을 만나 기온과 자살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원장은 긴 겨울동안 우울함을 지니고 있다가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서 상대적으로 우울함, 허망감, 비참함, 박탈감 등이 더 크게 느껴져 (실제로) 자살을 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원장은 긴 겨울동안 우울함을 지니고 있다가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서 상대적으로 우울함, 허망감, 비참함, 박탈감 등이 더 크게 느껴져 (실제로) 자살을 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연화기자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원장
▶서울대 계산통계학 학사 ▶서울대 통계학 석사 ▶미국 노쓰캐롤라이나 대학(University of North Carolina) 보건통계학 박사 ▶現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부원장 ▶現 질병관리본부 조사연구사업 평가위원 ▶現 기후변화학회 이사 ▶現 예방의학회 이사 및 편집위원
- 자살률도 계절과 상관관계가 있나요.
"기온이 가장 낮은 한겨울에 자살로 인한 사망자수(자살률)가 많을 것 같죠. 하지만 해가 길어지고 일조량이 많아지는 계절인 봄에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였습니다. 최근 발표된 <동아시아 지역의 자살과 기온>이란 논문은 기온과 자살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줬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계절적으로 기온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는 봄철에 자살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 원인으로 어느 하나를 꼽긴 힘들며 대개 자살은 잠재적인 위험을 가진 사람이 충동적으로 실행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춥고 어두컴컴한 긴 겨울 동안 우울함을 지니고 있다가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서 상대적으로 우울함, 허망감, 비참함, 박탈감 등이 더 크게 느껴져 (실제로) 자살을 행하게 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 '겨울철 우울증 최고조, 봄철 자살 실행'이란 말인가요.
"일조량이 가장 적은 겨울 내내 우울증은 쌓이고 쌓여 최고조에 달하게 됩니다. 이후 봄이 찾아오면 따뜻한 기운에 주변 분위기가 밝아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의 체감 정도가 심해지죠. 그 결과 실제 자살 행위를 하는 계절은 봄이 된다는 얘기죠. 봄과 이른 여름까지가 자살자 수가 가장 많아 자살의 계절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자살률과 관련해 성별이나 연령 등의 특징도 있나요.
"이번 연구는 한국(6곳), 일본(6곳), 대만(3곳)의 총 15개 도시를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일평균기온, 일조시간, 상대습도 등을 고려했으며 요일별, 월별, 계절별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평균 기온이 증가하는 시기에 자살률은 모든 도시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로 25℃까지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날이 너무 더워지면 오히려 자살률이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성별로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고요.


특히 우리나라는 OECD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노인(65세 이상) 자살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크게 증가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노인 자살은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 부족도 이유입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건강이나 안부를 챙기는 소소한 행동도 예방의 한 방법이겠죠."

- 최근엔 모방 자살도 있는 것 같은데요.
"자살의 경우 모방 자살로 이어지는 사례가 꽤 있습니다. 실제 모 연예인 자살 이후에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 등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 등으로 자살률이 증가했던 통계가 있고요. 모방 자살이 많기 때문에 자살 사건이 선정적으로 보도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기온과 자살에 연관성이 있다는데 놀랐습니다.
"기온과 자살률의 관계는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상대적으로 동양의 자살률이 더 높다는 얘긴데요. 서양은 생명을 중시하는 인본주의 전통이 있는데 비해 동양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등 자살을 정당한 행위로 받아들이는 문화적인 배경이 있거든요.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 국가별 자살 추세는 조금씩 다르더라도 자살에 대한 기온 효과는 일관되게 나타남으로써 기온이 자살의 중요한 위험 요소임을 확인했죠.

이번 연구 결과는 자살 예방은 물론 신경정신학계에 시사점을 던져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기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우울증이나 자살 등의 정신건강 문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렇듯 정신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시스템은 매우 중요하며 이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김 부원장은 일본의 노인 자살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크게 증가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일본의 노인 자살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크게 증가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연화기자

봄은 유독 일교차가 심한 계절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철(3~4월)의 감기 환자 수가 한겨울(12~2월)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4월엔 일교차가 심해 체온이 불균형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부원장은 "봄철 일교차가 커질수록 체내 혈압 변동이 심해져 심박수가 증가한다. 이때 몸이 불안정해지는 등 신체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는 우리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교차가 커질수록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워 감기에 잘 걸리고 입원자 수도 증가한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너무 얇거나 두꺼운 옷을 입는 것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온도에 맞게 입고 벗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본격적인 봄철 불청객, 황사도 걱정거리라는 기자의 지적에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최근 중국 발 스모그와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 등에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많다. 한국 서울, 대만 타이페이, 일본 기타큐슈의 세 도시를 기준으로 황사 발생과 그에 따른 사망자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서울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황사 발원지에서 거리가 먼 일본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우리나라와 거리가 비슷한 대만은 (황사 발생일수에 따라 사망자수가 늘어나는) 영향이 오히려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꼽기는 힘들지만 사회 시스템이 잘 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타이페이는 서울보다 황사일수가 더 많으며 황사 관련 경보 시스템도 더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이 황사에 대한 경각심이 높기 때문에 황사가 발생하더라도 사전에 대비를 잘하고 사회적으로도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 봄철 황사에다 미세먼지까지 겹쳐 걱정이지만 대기 환경문제에 대비를 잘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덧붙이는 글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기온과 자살 #우울증 #자살률 #봄철 자살률 증가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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