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복지가 6.4지방선거에서 이슈로 떠올랐다.
엄지뉴스
먼저 원혜영 의원의 대표 공약인 버스 공영제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버스 공영제 도입을 주장하면 재정적 문제를 많이 언급한다. 하지만 버스 공영제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이 아니라 버스 노선을 사실상 사유재산으로 인정하는 법체계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버스가 기한규정 없는 '일반 면허'로 운영되면서 노선의 사유화가 이뤄졌다. 민영버스회사들의 노선은 사유재산으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자진 반납을 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맘대로 인수를 하게 되면 재산권 침해가 된다.
물론 법 85조에 근거해서 강제적으로 사업면허를 취소하여 노선을 인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면허 취소 조항이 너무 일반적이고 형식적이라서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행정소송에 걸려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현재 법체계 내에서 버스 공영제를 도입하려면 버스 노선을 시장가치로 지불하고 업체로부터 인수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들이 순순히 노선을 내어줄 리도 없고 설사 내어준다고 해도 버스 공영제 전환비용이 너무 높아져서 실익이 떨어진다.
이러한 버스 민영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MB식 준공영제(수입금관리형)도 민간사업자의 노선의 소유권을 인정하되, 정부가 운영비용을 모두 보존하는 대가로 버스 사업주로부터 노선의 조정권(사용권)을 위탁받은 형태이므로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버스 준공영제는 여러 가지 허점이 많아서 사업주들의 이윤을 과도하게 보장하는 제도로 전락해 버렸다. 그래서 버스 공영제는 철도의 사례처럼 민영화를 저지하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의 버스운영체제를 민영화에서 공영화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므로 대단히 어려운 일인 것이다.
한정면허 전환 통해 정부가 노선 환수해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버스 공영제를 제대로 도입할 수 있을까? 재산권 침해와 공영제 전환비용을 대폭 줄이기 위해서는 일단 현재의 면허체계를 면허의 기간이 없는 '일반면허'에서 기간이 있는 '한정면허'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한정면허로 전환하게 되면 일정기간이 끝나면 정부가 노선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인수비용도 들지 않고 재산권 침해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노선별로 면허를 재갱신 할 수도 있고 지방정부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인수하여 공영화를 추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는 사업면허 취소 규정을 실효적으로 개정하여 지방정부가 법적 안정성을 가지고 사업면허를 취소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법체계 자체를 버스 공영제에 우호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버스 공영제는 지자체 의제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의제라고 볼 수도 있다. 버스 사업주 등의 강력한 반대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이 집권 초기에 의지를 가지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버스 공영제는 교통복지 확대와 버스업의 정상화, 대중교통체계 발달에 있어서 매우 필요한 정책적 수단이다. 민영제와 준공영제가 모두 정답이 아닌 상황에서 이제는 버스 공영제로 가는 길을 한 번 걸어볼 때인 것이다.
경기도 수송분담율 승용차 47.8%, 버스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