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정주영' 이재정 VS '김상곤 저격수' 조전혁

[분석] 이 전 장관 출마로 한껏 달아오른 경기교육감 선거

등록 2014.03.20 17:02수정 2014.03.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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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자료사진)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자료사진)남소연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은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교육감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친노 인사들로 구성된 국민참여당에 입당하고, 당 대표로까지 선출됐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자신의 진로를 바꾼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고,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 정치개혁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치개혁이라는 더 큰 과제를 위한 결단이었다."

이재정 "김상곤식 혁신교육 계승"... 김 전 교육감과 '역할 교대'

서울 잠실에 살고 있는 이 전 장관은 조만간 경기도로 이사를 갈 예정이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6·4지방선거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경기교육감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진보진영 내에서 줄곧 출마 권유를 받고 고심해왔던 그는 지난 19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참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김상곤 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경기 혁신교육을 계승하고 더 확실하게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이 출마를 결심한 데에는 '바통 터치'를 노린 김상곤 전 교육감의 설득이 주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지난 14일 봉화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게 됐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가지고 계셨던 가치와 시대정신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혁신교육 전도사' 김상곤 전 교육감이 '노무현의 시대정신'을 좇아 정치인의 길을 가게 된 반면, '노무현의 정치개혁'을 위해 다시 정치권으로 들어갔던 이재정 전 장관은 '김상곤의 혁신교육' 계승을 내걸고 교육 현장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 간에 이른바 '역할 교대'가 이뤄진 셈이다.


'무상버스' 공약 설명하는 김상곤 후보 새정치국민연합 김상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20일 오후 경기도의회 브리핑실에서 '무상버스' 공약에 대한 구체적 실현방안을 설명하는 정책브리핑을 하고 있다.
'무상버스' 공약 설명하는 김상곤 후보새정치국민연합 김상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20일 오후 경기도의회 브리핑실에서 '무상버스' 공약에 대한 구체적 실현방안을 설명하는 정책브리핑을 하고 있다.권우성

친노 핵심, 전 통일부장관... '혁신교육 전도사'로 전환

이 전 장관은 오는 24일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그는 출마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 혁신교육 정책의 일관성을 들었다. "어린 학생들을 위한 정책은 교육감이 바뀌더라도 일관성 있게 진행되어야 학생들에게 혼란도 안 주고, 교육의 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그는 "김상곤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 정책을 계승해서 더 확실하게 자리 잡게 하겠다"며 "지금은 혁신학교로 된 것이 불과 10%를 조금 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란 '민주적 자치공동체와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의한 창의지성교육을 실현하는 공교육 혁신의 모델학교'(출처- 경기도혁신학교정보센터)를 말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입시 위주의 획일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2009년 경기도에서 김상곤 전 교육감 취임 이후 13개 학교로 시작해 2014년 3월 현재 모두 282개교로 늘었다.

경기교육감 출마를 결심한 이 전 장관은 '교육 전문가'보다 '정치인'의 이미지가 더 크다. 지난 2000년 16대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이후 줄곧 그는 '친노(무현) 핵심'으로 불렸고, 노무현 정권 마지막 통일부장관까지 지냈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인식이 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국회에 입성하기 전까지 줄곧 성직자·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그는 성공회대학의 초석을 닦은 인물로 평가 받는다. 1988년 성공회신학원의 총장으로 임명된 그는 작은 신학교를 튼실한 종합대학교로 일궈내 1994년 성공회대학 초대 총장이 됐다.

학교에선 작업복 차림이 더 많았던 그는 전 재산을 대학에 쏟아 붓는 바람에 잠실의 장모 댁에서 함께 살았다. 학교 구성원들은 마치 현대의 정주영 회장 같은 그의 카리스마 때문에 그를 '성공회대의 정주영'으로 불렀다. 그의 별명과 달리 그가 성공회대학을 통해 신학적·교육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이념은 '기독교 사회주의'였다.

교육에 대한 열정은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16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했다. 4년 전 서울지역 교육시민단체들이 합의해 이 전 장관을 서울교육감 후보로 밀었던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이 전 장관의 측근들은 그의 꿈이 원래 교육부장관이었다고 귀띔한다.

'전교조 저격수' 조전혁, '김상곤 저격수'로 타깃 변경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오전 경기 수원 경기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교학사 교과서 논란과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오전 경기 수원 경기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교학사 교과서 논란과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박정호

일부 언론은 그의 경기교육감 출마를 두고 "보수·진보 진영에서 인지도 높은 중량급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혁 대결 구도가 짜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교조 저격수'로 명성이 높은 보수성향의 조전혁(53,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명지대학교 교수도 경기교육감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2010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명단 공개로 교육계에 파장을 일으켰던 조 교수는 최근 일부 보수단체들의 권유를 받고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조 교수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전파 운동에 공을 들여왔다.

조 교수는 진보진영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이재정 전 장관에 대해 "진보가 아닌 좌파"라면서도 "학부모들은 보수·진보의 편 가르기보다는 아이들이 검증된 방법으로 교육받는 데 관심이 더 높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김상곤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 추진으로 무너진 경기교육을 바로잡겠다"며 '김상곤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보수-진보 성향의 대표 주자가 각각 '김상곤표 혁신교육'의 계승과 저지를 명분으로 내걸고 승부수를 띄우는 양상이다.

한편 이 전 총장의 출마로 경기도교육감 진보 쪽 출마자는 최창의(52) 경기도의회 의원, 이재삼(53)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 권오일(52) 전 에바다학교 교장 등 4명으로 늘었다. 보수 쪽에서는 조전혁 교수 외에 석호현(53)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등 6~7명이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조전혁 #경기교육감 #6.4지방선거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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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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