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증언하던 유가려 옆에
'의문의 손'...국정원 직원이었다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직원 2명, 판사 지시로 1시간 만에 퇴장...형사소송법 위반

등록 2014.03.21 21:05수정 2014.03.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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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사건 재판 요약본 공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신경민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공개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재판 녹음파일과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인 유우성 씨의 가족 사진을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국가정보원의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공판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져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21일 이 사건의 첫 법정 절차인 1심 증거보전기일(2013년 3월 4일)에 핵심증인 유가려씨가 영상증언을 할 당시 진술실에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약 1시간 동안 유가려씨 바로 옆에서 증언을 지켜보던 국정원 직원 2명은 판사의 지시를 받고 영상진술실을 나갔지만, 법원을 떠나지 않았다. 범죄 피해자가 아닌 증인의 영상진술실에 다른 사람이 동행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위법이다.

이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비공개 증거보전절차가 열린 지 1시간쯤 흘렀을 때, 유우성씨는 화면으로 보이는 동생의 모습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몇 번씩 누군가의 팔이 나왔다. 팔의 주인은 동생 앞에 놓인 조서에서 검사가 물어보는 부분을 찾아주거나 담요 등을 건네곤 했다. 동생은 대답을 할 때마다 자꾸 '그 사람' 쪽을 쳐다봤다.

유우성씨와 변호인들은 '그 사람'과 관련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변호인들은 곧바로 "누구냐, 국정원 직원이면 빨리 빼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판사가 국정원 직원이라면 나가라고 명령했고, 국정원 직원 2명이 영상진술실 밖으로 나갔다. 대신 법원 직원 1명이 들어왔다.

"국정원 직원들과 같이 있던 것, 매우 부적절"

유우성씨 1심 증거보전재판 녹음 동영상 공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오늘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유우성씨의 1심 증거보전 재판(2013년 3월 5일)에서 공식적으로 녹음한 내용을 공개했다. 제공 - 신경민 의원실 ⓒ 이종호


유우성씨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재판부도 (국정원 직원이 영상진술실에 같이 있었는지) 몰랐던 것 같다"며 "판사가 미리 허가한 일이었다면 우리에게 설명해줬을 텐데 그냥 바로 (국정원 직원에게)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당시 증거보전절차 녹음파일을 공개한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유가려씨가 자해를 할 우려가 있으니 누군가 진술실 안에 들어가야 했다면, 처음부터 법원 직원이 들어갔어야 했다"며 "검사의 신문이 진행되던 1시간동안 국정원 직원들과 같이 있었던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가 영상증언을 할 경우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법원 허가를 받고 진술실에 동행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가려씨는 범죄 피해자가 아니다. 오히려 검찰 공소사실대로라면, 그는 공범 격이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공소사실에 명시하진 않았어도, 유가려를 공범관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같은 지위에 있는 유가려씨의 영상진술실에 국정원 직원들이 같이 있었던 것은 위법행위다.

변호사의 지적과 판사의 명령에 의해 국정원 직원들은 1시간만에 영상진술실에서 나왔지만 유가려씨는 증거보전절차 내내 불안해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그는 공판 중간 점심과 저녁을 모두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 먹었다. 쉬는 시간에도 국정원 직원들이 옆에 붙어 있었다.

김 변호사는 "국정원 직원들이 영상조사실에서 나간 뒤에도 유가려씨는 심리적으로 끝까지 그들과 같이 있던 것과 똑같다"며 "최근 공개된 증거보전절차 녹음파일에서 유우성씨가 계속 동생에게 '무서워하지 말라'고 했던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자신들이 유가려씨 곁을 떠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길 꺼려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유우성 #유가려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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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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