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대통령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G7과 유럽연합(EU)이 모이는 이번 핵안보 정상회의를 크림반도를 합병한 러시아를 비난하는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미국으로서는 한·미·일이 정상회담에서 같은 의견을 내기를 원하고 있다.
일본도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강력히 원했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기정사실화하는 무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발표 이후 아베 총리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에게는 취임 후 첫 공식 회담으로, 북핵 문제 등 세 나라 공동의 과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할 전망이며, 일한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NHK), "미국 정부가 주도해서 타진했으며, 일한관계 악화를 방치할 경우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안보상의 우려가 커진다는 견해가 강해졌기 때문"(니혼게이자이 인터넷판)이라는 등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적극적인 반일 행보를 보여온 박근혜 정부로서는 곤혹스런 상황이다. 얻는 것 없이 미국과 일본에 이용만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일본 제국주의 시절 과거사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하고,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증발표를 미루겠다는 것 외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최고 지도자 간 만남이 성사되는 모양새만 만들어줄 수 있다.
외교부 발표문에도 이런 궁색한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미·일 정상회담 의제가 아닌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국장급 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음"이라고 집어넣은 것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기조를 확고하게 유지해 온 결과 아베 총리가 지난 14일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고, 고노 담화도 수정하지 않겠다는 진전된 입장 표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일본 정부는 우리의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위한 국장급 회의 개최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말했다.
결국 아베 정부가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3자 정상회담에 응했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으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그동안의 정부 입장과 달리 왜 정상회담을 하느냐'는 비판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하지만 정상회담 발표문에까지 넣은 '국장급 회의'는 개최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개최된다고 해도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국장급 회의에서 일본이 이전 입장을 번복할지도 미지수다.
만약 이번 3자 정상회담 이후에 아베 정부가 과거사 왜곡과 우경화의 수위를 높이고 나온다면, 미국의 압박으로 아베 총리와 마주 앉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악몽같은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 이후 아베 정부가 과거사 왜곡 수위 높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