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카지노, 쥘 세레 1891역사상 가장 유명한 포스터 제작자인 쥘 세레의 '아크로바틱' 공연 홍보 포스터(이미지 왼쪽, 파리의 카지노, 1891)와 기모노를 입은 미국 여성을 그린 오페라 홍보 포스터(슬픈 파도 아래서, 스트로브릿지 앤 컴퍼니, 1898).
성남아트센터
19세기 영미권에서 극장 문화가 크게 성장하면서 공연예술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공연예술이 흥행하면 할수록 많은 공연 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고, 대중들은 이 포스터를 통해 공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포스터가 예술가와 대중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던 셈이다.
전시장을 채운 수많은 포스터들 중 특히 여성을 그린 포스터의 수는 압도적이다. 아름답게 치장한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는 화려한 색감의 포스터들은 이상적인 여성의 이미지로 소비됐던 19세기 여배우들의 삶을 담고 있다.
포스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인 쥘 세레의 <파리의 카지노>는 당시 파리의 나이트클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크로바틱' 공연의 포스터다. 이 공연은 당대 파리를 주름잡았던 스타 카밀레 스테파니가 주연으로 출연해 성황리에 개최됐다.
포스터 전면에 등장하는 카밀레는 풍성하고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입고 순진한 미소를 짓고 있다. 남성에 비해 행동의 제약을 많이 받았던 당시의 중산층 여성들의 삶과 비교했을 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은 비교적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성의 욕망에 부합하는 순진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역할로 표현되고 또 소비됐다.
19세기 미국의 경향을 한눈에 보여주는 래그타임(재즈 피아노 연주가 가미된 오페라의 형태) 홍보 포스터도 눈길을 끈다. 19세기는 일본의 판화 '우끼요에'가 유럽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동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였다.
포스터 전면에 등장하는 여배우가 일본의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있는 모습은 당시 동양 문화의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자신들이 동경하고 신비화했던 동양의 이미지를 여배우에게 덧씌워 표현한 이 포스터는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신비화된 동양의 이미지와 아름다운 여성의 결합은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자연스럽게 공연 홍보 효과를 창출해냈다.
포스터는 그저 상업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