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처럼 통일 말하며 이념·종북 공세 이어갈 것"

[통일대박론 점검 좌담회①] 김연철 교수·김창수 실장·이철희 소장

등록 2014.03.26 21:28수정 2014.03.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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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오마이뉴스> 마포구 서교동 사옥에서 열린 '통일대박' 점검 좌담회에 참석한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 권우성


박근혜 대통령 '통일은 대박이다' 발언(1월 6일)→북한 '중대제안'(1월 16일)→남북 고위급접촉(2월 12일, 14일)→이산가족 상봉(2월 20~25일)→통일준비위원회 설치 발표(2월 25일)→박 대통령 독일 드레스덴에서 '통일독트린' 발표 예정(3월 28일)

직접 통일준비위원장까지 맡은 박 대통령이 '통일 드라이브'를 제기하고 있는 배경과 의도는 무엇일까. 야당을 포함한 진보개혁세력의 대응은 어떠했나.

각각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실천해온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와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그리고 이들에 비해서는 한 발 떨어져서 남북관계를 지켜봐온 정치평론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이 문제들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21일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통일-규제완화 프레임으로 지방선거에 대응하려 하고 있으며, 박정희· 노태우 정권 때처럼 '통일드라이브'와 이념 ·종북 공세를 함께 구사할 것이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같은 공세가 가해질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반면 김 실장과 김 교수는 통일대박론의 실체와 이후 전망에 대해 의견을 달리했다. 두 사람이 '햇볕정책' 그룹 소장파의 핵심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다음은 그날 나눈 문답이다.

"통일대통령 되려는 생각" - "급변사태론에 근거해 통일대박론 제기"


사회(황방열 기자) : 최근 발언을 보면 김창수 실장은 통일대박론이 실체가 있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 큰 파도가 올 것이라고 보는데 비해 김연철 교수는 의견이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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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 권우성


김창수 :
박 대통령은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임기 내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서 언론이 말하는 '통일 대통령'에 근접하는 성과를 내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되려면 국민적 합의, 북한과의 신뢰 조성,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미국의 협조,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노력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모호한 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연철 : 장성택 처형 전후로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해졌는데, 이런 상태로 가면 북한 내부에 급변상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조만간 통일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비차원에서 통일대박론을 꺼낸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런 의도와 이 담론이 정책차원에서 준비되는 과정과는 굉장한 격차가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도 정부도 내부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 꺼내든 통일대박론의 의도를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격차가 유지되면서 계속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하나 더 얘기하면,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든다고 하는데 통일은 준비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붕괴라는 가정이 전제돼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정책이나 과정, 이런 게 필요 없다. 곧 무너지는데 뭐.

사회 : 이 소장은 어떻게 보시나.

이철희 : 굳이 대비를 해본다면 이전에 야권과 진보세력은 통일보다는 평화에 방점을 두고 있었던 것 같다. 분단체제의 평화적 관리에 방점을 두면, 그 정치적 대척점에는 대한민국 보수의 정통인 분단보수, 안보보수가 서게 된다. 결국 평화의 대비로서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안보보수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대변해주는 것이 된다.

박 대통령은 집권 이후에 안보보수의 헤게모니를 상당부분 용인해줬고 앞으로도 그렇게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안보보수의 이해관계를 통일론으로 표현하는 것 같고, 이것과 대쌍으로 묶인 게 규제완화라고 생각한다. 안보보수만으로 갈 수는 없고 시장보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시장보수의 이해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현 정부에서는 규제완화로 표현된다. 옛날 표현으로 하면 한국 사회의 총노선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북한 급변에 무게를 뒀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아버지가 (1972년) 7·4공동성명을 얻어내고 그 이후 어떻게 해왔는지를 봤기 때문에 일종의 학습효과가 작동한, 다분한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통일론과 규제완화를 대쌍으로 패키지로 묶어 가는 것이고,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취했던 '개혁적 보수'는 벗어 던지고 원래 자기 정체성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도 된다.

나름대로 1년 만에 전체적인 우리 사회 역(力)관계를 잘 분석해서 거기에 맞는 정치노선을 제시했다고 본다.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본인 스스로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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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 권우성


"안보보수와 시장보수의 이해, 각각 통일과 규제완화로 대변"

김연철 : 이 소장 얘기하신대로 국내정치적 접근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이 정부의 통일담론은 결정적으로 국내 정치 전략으로서 종북 공세와 충돌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통일은 붕괴론과 급변사태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에 종북 공세나 색깔론과 충분히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요한 대목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 논리로 보면, 원래부터 이 두 가지는 한 쌍이다.

유신 때 대통령 선거를 금지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를 만드는 이유를 두고 통일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총력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내부에서 정부 비판을 해서되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난 대선처럼 이념공세를 할 것이라고 본다. 통일담론이란 것을 국내 정치적 차원에서 야당이 정부 비판하는 것을 공격하는 명분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철희 : 과거 (노태우 정부의) 6공화국이 북방정책을 할 때도 국내적으로는 공안 통치를 했다. 말이 안 되는 두 개가 같이 묶였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또 하나 박 대통령이 6월 지방선거를 반드시 이기려 한다는, 그런 측면에서도 해석할 수 있다. 보수를 최대한 동원해낼 수 있는 어젠다가 뭘까? 안보라는 개념보다는 통일이 더 긍정적인 이미지이고 폭도 넓다. 햇볕론자들과 대비점도 분명하기 때문에, 통일프레임이 효과가 클 것이다.

저소득층,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도 선물을 줘야 하는데, 당장 소득을 늘려주는 방안이 안 보이면 전체 분위기라도 들썩들썩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대기업하고 손잡고 가는 것 외에는 다른 뭐가 없다. 어설프게 툭툭 던지는 게 아니라 충분히 고민해서 - 그 고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이런 포석을 깔고, 규제개혁 토론회를 몇 시간씩 생중계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로 시달렸던 것을 이번 선거 승리로 완전히 해소·제압하고 가겠다는 열망을 갖는 것 같다. 이를 위해 포인트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착실하게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이 기조로 갈 것이고, 그 이후에도 안보보수와 시장보수를 한 데 묶어서 가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 같다.

"국내정치적 이용, 남북정권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것"


사회 :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과 달리 임기도 정해져 있다. 정상회담, 철도연결 등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종북몰이를 계속 하면서도 이게 가능할까.

김창수 : 큰 틀에서 봐야 한다. 통혁당 사건이나 인혁당 사건이 있었음에도 7·4공동성명이 진행됐던 것은 남북 간에 다른 이해관계가 있었기 때문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철도도 연결하고, 정상회담도 정례화하고, 노벨평화상도 받아서 통일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도 할아버지가 사상강국, 아버지가 군사강국을 만들었으니 자신은 경제강국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남한과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 각각 그리는 큰 그림이 있는데, 이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린다면 그 과정에서 남북 양 정권이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부분은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김연철 : 이번에 박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통일문제에 대한 좀 더 진전된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하는데,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드레스덴은 동독의 반체제 운동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일단 장소가 갖는 의미가 있다.

두 번째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베를린 선언과 비교하는데 큰 차이가 있다. 그때는 남북관계가 다 끊어져서 아무 대화 채널이 없는 상태에서 대화 의지가 있다, 정상회담 용의가 있다, 남북관례를 어떻게 풀어가겠다고 얘기한 것인데 지금은 채널이 있고,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의제들도 많이 나와 있고, 북한과 채널 가동해서 논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밖에서 얘기하는 것은 남북관계 보다는 국내 정치적 효과가 중요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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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 권우성


"남북관계,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

김창수 : DJ 베를린 선언 때도 국내 진보세력 일각에서는 민족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야하는데 왜 외국에 나가서 그러느냐고 비판했었다. 박 대통령이 독일 가서 어떤 선언을 하는 것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 저는 박 대통령이 독일의 모델을 성공사례로 통일이 이런 대박을 가져온다고 통일 관련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큰 그림을 제시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독일에서 한반도신뢰프로세스, 통일대박론, 동아시아평화협력구상, DMZ평화공원, 유라시아이니셔티브 등을 다 담는 뭔가를 내놓을 것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이 '내년이 분단 70년'이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정부 부처는 이에 맞춰서 뭔가 일을 해야 한다. 내년은 북한에게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2차 대전 승전 70주년이다. 국내외적으로 뭔가 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도 대형 이벤트를 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다른 국내정치 이슈는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와  병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돼도 뭐라고 지적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연철 : 말로는 쉬운데 남북관계에서 뭘 만든다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된다, 마음만 먹으면 정상회담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남북관계는 굉장히 복잡하고, 많은 단계와 절차가 있다. 북한도 한번쯤 쇼를 해야 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7·4남북공동성명 같은 쇼는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생각으로는 1~2년도 유지되지 않는다. 그게 유지되려면 정부부처 안에서 정책 결정과정도 뒷받침돼야 하고, 상충되는 많은 현안도 정리해야 하고 풀어야 할 부분도 많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정책결정 구조, 철학, 의지와는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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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가 21일 오전 <오마이뉴스> 마포구 서교동 사옥에서 '통일대박' 점검 좌담회를 하고 있다. ⓒ 권우성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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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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