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들의 '민주적' 세계

[서평] <중국, 다음 30년> - 중국이 보는 중국의 맨얼굴

등록 2014.12.31 18:06수정 2014.12.31 18:06
0
원고료로 응원
'가깝지만 먼 이웃' - 우리는 지금까지 오랜시간 일본을 칭하는데 이 수식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역사인식에 대한 문제를 중심으로 한창 정치적 갈등을 빚고 있는 오늘날 까지 그러한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프레이밍 때문에 또 다른 거대한 '미지' 에 대해 우리는 침묵해 오지는 않았는지 근래들어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즉, 중국의 문제입니다. 2000년대 이래 갑자기 매우 중요한 대외 변수로 등장한 중국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매우 치밀한 방식으로 그들의 내외부 세계를 설계, 이의 질서에 도전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움직이는지 매번 어리둥절 하고는 합니다. 중국, 도대체 어떤 나라이기에 그럴까요?


개인적으로 저에게 있어 중국은 두 가지 프레임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부터, 즉 '미디어' 로 부터의 중국 관찰입니다. TV나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보여지는 중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짝퉁' 과 '미개함', 그리고 '독재'로 대변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30~40여년 전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어지는, 후진국으로서의 모습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반면 전혀, 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상당히 다른 모습의 중국 역시 저는 들어 왔습니다, 바로 어머니를 통해서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중국인이란 말은 아닙니다. 다만, 저희 어머니께서는 중국에 대해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무렵부터 관심을 가지시고 중국어를 꾸준히 공부해 오신 분입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중국문화에 대해 다양한 주류, 비주류 매체를 통한 시선을 체험해 오셨고, 한국에 머무는 중국내 '배운 계층' 의 사람들과 접하고 대화할 기회도 꽤나 있으셨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통해 저는, 근래까지 대개의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던 중국의 또다른 모습을, '실제로서의' 중국을 단편적으로 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본 도서, <중국 다음 30년> 은, 그러한 '중국인의 생각' 일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도서입니다.

a

포겔 외 저 <중국, 다음 30년> ⓒ 조우인


천국보다 낯선 - 그들의 목소리

중국 내부의 엘리트들 지도 계층과 그들을 연구하는 해외 석학들의 의견으로 구성된 도서의 내용 상당수가 전형적인 한국인인 저의 입장에서는 약간 꺼림직한 경우도, 이해 되지 않는 경우도, '두려움' 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확실히 단순한 한 두가지 시선으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미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만큼 중국은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존재, 조정래 선생의 말마따나 망망대해이고 만리정글이라는 생각이 갈수록 깊어졌습니다.


1. 그들이 말하는 '우리는 민주적' 이라는 의미

주지하듯 북한의 정식 국명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입니다. 그들은 유례없는 3대 세습 및 인권 탄압의 체제 속에서 자신들 방식대로의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있다고 국제 사회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개 서방에서는 중국 역시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 미디어를 기본으로 사회 곳곳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공산당에 반하는 의견에 대해서 철저한 감시와 탄압이 뒤따르는 사회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 제대로는 중국의 '지도 엘리트' 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그들은 말합니다, 자신들은 '민주적' 인 국가이며 앞으로 더 그리될 수 있다고. 그들은 자신들의 시스템이 서양의 그것보다 되려 더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주장의 첫째는 일당 체제에서는 결코 당파가 형성 될 수 없기에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확고한 능력제일주의에 기반한 인재선발을 중요시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혹하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중국 밖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TV나 신문 등을 통해 중국 지도층이 벌인 엄청난 부패와 꽌시(한국의 인맥주의와 유사)등을 너무나 명백하게 목격하고 있습니다. 고위 지도층의 자식들이 출신이라는 한 가지 요인 때문에 유수의 외국계 기업들에 취직하거나 고위 공무원이 되는 경우가 일상 다반사 입니다. 당파도 그렇습니다. 이미 상하이방이니 태자방이니 중국 내에 여러 갈래의 정치적 패거리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이라는 미명하에 이러한 사실들은 폐기됩니다. 공산당 일당 독재 시스템이라는 중국의 정치 체제가 무너지는 순간 중국 사회에는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며 이것은 무슨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는 현실론과 기득권층의 이기주의와 부패, 그리고 민중의 갈수록 향상되는 삶의 질. 현재로서는 이들이 어느정도 조화를 이루며 문제적 현실이 봉인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고도 경제발전에 기초해 가능한 일들이며, 그렇기에 중국은 경제 발전에 강력히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강력한 동인을 획득하게 됩니다.

a

저장 성 출신 예술가이자 경제학자인 쩡롄쑹이 고안한 오성홍기. 공산당, 노동자, 농민, 소자산 계급과 민족 자산 계급을 나타내는 다섯개의 별이 눈에 띈다 ⓒ 엔하위키


2. 앞으로, 앞으로, 계속 앞으로

중국이 빠른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실제로 한국의 경제발전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크게 우려되는 점은 그들의 경제발전 구상에 삶의 질에 대한 논의 - 대표적으로는 환경에 대해서, 질서에 대해서 등 - 는 매우 부차적인 요소에 불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오히려 이러한 가치를 중시 여겨야 한다는 외부의 조언들에 대해 중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하려는 음모가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의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근래에 들어 등장하는 것이 중국의 스모그 현상입니다. 실제 베이징 시내에서 걸어다리는 사람들은 숨쉬고 눈뜨기 조차 어려워 특수 마스크, 호흡기를 쓰고 다니는 경우 까지 있음이 수차례 보도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고 실제로 대책 마련에 분주하기도 하지만, 환경을 바라보느 중국 정부의 근본적 태도를 보면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정권의 안정과 유지를 위해서 중국은 앞으로 발전해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숙명에 처해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 환경 문제들에 근본적 대응없이 임시방편으로만 대처할 경우 생길 문제점들이 장차 장기적 경제발전을 저해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중국은 어디까지 앞으로 행진할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 최대한 오랜 기간이 담보되기 위해 이제 중국 지도층들은 경주마에서 벗어나 주변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강할 것입니다.

3. 동무는 천리마를?

국사 공부를 하다 보면 북한에서 전개된 천리마 운동의 포스터를 보게 되는데, 거기 있는 문구가 꽤나 인상깊었던 적이 있습니다(아무래도 함께 그려진 그림 때문일까요). '동무는 천리마를 탔는가? 보수주의적 소극성을 버려라' 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반미를 외치는 그들의 이데올로기로 지금까지 이어져왔습니다.

'중국은 바뀌었다' 지만 바뀌지 않은 것, 그 중 가장 큰 것 하나가 패권의식, 그로부터 시작되는 미국에 대한 강력한 도전의식입니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중국을 제국주의적 방식으로 지배하려 시도하고 있으므로 이에 맞서 싸워야 하며 중국이 대안 세력으로 부상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 관학계에는 상당히 일반화된 생각인 듯 합니다. 단순히 과거 세월에 대한 한풀이도, 현재 미국의 압박에 대한 위기감도 아닙니다. 이는 민족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가 교묘히 결합되어 이미 중국인들에게 2천여년간 이어졌던 제국의 역사, 중화주의의 사상이 재생되는 것입니다.

지난 수천년 동안 중국은 언제나 '중국(中國)' 이었기에 그들에게 분명 현재의 상황은 낯선 것이고 오히려 다시금 과거의 '정상적' 인 상태로 회귀한다 - 그것이 중국 사회를 이끄는 주류의 일반적 시각으로 보여집니다. 문제는 이렇게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현실화될 경우 가장 직접적 위협감을 느낄 국가가 다름아닌 한국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이미 중국은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안보와 경제, 영토 문제 등에서 강력한 압박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국이 실제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미국식 패권국가를 추구하지 않고 공존의 사상을 추구한다면 상황은 크게 다르겠지만 현재 남중국해에서 벌이고 있는 행보들을 볼 때 이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오랜 세월 올라탔던 말에서 내려오는 것이, 자의적으로 행해지기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매력도 없는 일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시간에 한국은 급변하는 중국의 모습에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 것인지 제대로 된 이해와 논의, 입장 마련이 필요한 시점임이 명백합니다.

G 'ZERO' 의 시대, 한국에게 있어 중국은

G2라는 말이 한창 돌더니, 이제는 'G0' 라는 말이 대세가 되는 듯 합니다.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의 갈등을 통해 러시아가 부상하면서 어느 단일국가도 세계의 경찰로 나설 수 없게 되어버린 무극 지구촌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대두되어 짐에 따른 것입니다.

비단 러시아 뿐 아니라 갈수록 경제, 정치, 사회적 현상들의 핵이 되어 가고 있는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중동에서는 독자적 근본주의 세력들이 지속적으로 재생산 되며 '글로벌 시대' 에서 비주류적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브라질을 위시한 남미국가들이나 인도 등 역시 침체된 경제 속에서도 위협적인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는(무엇보다 인도 등은 핵 보유국) 상황입니다.

한국에게 있어 미국과 지속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좋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제껏 그래왔듯이 그들에게 '의존' 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되어버렸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무극촌 사회' 의 진짜 의미입니다. 80년대, 90년대 초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미국만 있으면 되었습니다.

중국은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고, 러시아 역시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정치, 군사, 경제, 문화 그 어느 측면에서도 이들 국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다른 국가들이 중국이나 러시아 처럼 부상하게 된다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더 심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상황은 점점 더 고차원적으로 변해감에도, 현재 한국 정부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심각한 외교적 고려가 없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듭니다. 박근혜 정부는 전임 정부와는 다르게 미국 일변도의 외교에서는 벗어났고, 중국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자 힘쓰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분명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럴 뿐, 박근혜 정부 역시 장기적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무슨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가, 양자택일을 요구받을 시에 어떤 대처방안을 취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까지 나아가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립니다.

참여정부는 외교정책으로 동북아 균형자론을 표방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인 접근과 다른 주체 - 즉, 미국 - 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충분히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실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는 공허환 외침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취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끝맺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그렇기에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 더 지속적이며 더욱 더 치밀한 연구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는 주지의 사실을, 우리는 이제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다음 30년>은 중국인이 생각하는 중국과 한국인이 바라보는 중국 사이의 심각한 괴리, 이로부터 다채로운 우려와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도서였습니다.

일본과 미국, 그리고 러시아에 이어 중국에 까지 전방위적 압박에 놓여있는 현실적 상황에서 한국인들은 그들 내부 지도층의 사고방식과 이데올로기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 일독 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덧붙이는 글 새로운 다극화의 시대, 그 누구보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줄 국가가 중국이 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필요할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깝지만 먼 이웃' 이라는, 일본을 수식하던 이 말이 사실 중국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보 보여질 정도로 우리는 중국을 모르고 있다. 그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들이 바라보는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 내부의 시선을 통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나누고 싶었다.

중국, 다음 30년 - 중국의 씽크탱크와 각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가 전하는 미래 중국의 비전

로버트 포겔 외 지음, 김영경 옮김,
비즈니스맵, 2013


#중국,다음 30년 #중국 #서평 #도서 #미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