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놀며 구경... 서울여행 참 쉽죠

[박장식의 환승센터] 405번 버스로 떠나는 즐거운 서울 한바퀴

등록 2014.03.27 11:05수정 2016.09.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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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 말> [편집자말]
서울 양재에서 반포대교를 거쳐 남산 그리고 용산으로 가는 버스인 405번은 얼핏 보기에 단순한 운행 경로를 가진 버스처럼 보인다. 버스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 역시 카메라를 든 사람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이 버스에는 특이한 면이 있다. 이 버스는 강남에서 출발해 서울 시내를 한 바퀴 빙 돌아 강남과 서울 시내를 다 경유하는 특이한 버스다.

서울 시내 한 바퀴 도는 관광 스팟 지닌 405번


가장 특이한 운행 구간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관광 스팟을 지나는 405번 그리고 시내 구간 중 종로 구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400번의 두 노선이 시내에서 정 반대구간을 순환하며 서로 맡은 임무를 다한다. 405과 400번의 운행 경로를 따라 한번 가상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자는 더 운행구간이 길고 시내 중심가를 경유하는 405번을 탑승해 보기로 하였다.

405번 버스는 불교 교육의 산지인 염곡동의 구룡사에서 출발한다. 이후 바로 양재동의 AT센터와 양재꽃시장에 도착한다. 봄철에 맞는 따뜻한 느낌의 꽃을 구하기 위해 딱 들리기 좋은 곳이다.

이윽고 버스는 공연, 예술문화의 중심인 예술의 전당 그리고 국내 최대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을 경유하는데, 이 중간에 거치는 몽마르뜨 공원과 서리골 공원을 연결하는 누에다리의 풍경은 찍어봄 직할 만 하다.

 405번 노선도
405번 노선도박장식

국립중앙도서관 자체도 볼거리지만, 뒷길로 넘어가면 조용한 프랑스인 마을인 서래마을과 국내 모든 곳으로 연결되는 고속버스터미널이 있어 색다른 분위기가 조성된다.

고가를 지나면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를(강남방면 한정) 지난다. 플로팅 아일랜드와 함께 무지개 분수의 모습을 바라보며 즐기는 데이트 코스도 보인다. 특히 저녁시간대에 서울 야경을 바라보다 쏟아지는 분수 뒤에서 살짝 꽃을 꺼내들며 하는 청혼은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잠수교를 건너면 이태원으로 들어선다. 만국 전시장과 같은 이태원에서 즐기는 이국적인 음식 그리고 이국적인 문화는 짜릿하지만,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할 것이다. 잠시 뒤 도착하는 한강진 블루스퀘어에서 공연을 보는 것 역시 추천할 만한 코스이다.

한강진을 지나면 장충단길로 들어선다. 장충단길만큼 걷기에 편한 길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서울시의 시끌벅적한 풍경에서 벗어나 편히 쉬는 힐링여행에는 손색없는 곳이다. 잠깐 코스를 이탈해 남산타워도 둘러보고, 계단길을 가족과 연인과 함께 거닐어 보는 것 역시 추천할 만하다.


이윽고 버스는 남산의 남쪽 외곽, 소월로를 빙 돌기 시작하는데 소월로의 남산식물원을 비롯해 남산 중턱의 여러 갤러리를 구경해봐야 진짜 남산을 가봤다고 자랑할 수 있을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용산역 인근의 405번 저상버스.
용산역 인근의 405번 저상버스.박장식

소월로의 시내 방향 말단에는 서울시립 남산도서관과 용산구립 도서관, 백범광장이 있다. 책의 정취에 잠시 취하다 가는 것 역시 추천할 만하다. 특히 남산도서관 옆에는 민족의 영웅이라 불리는 도마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안중근의사 기념관이 있다. 잠시 고개를 들어 버스 밖을 보면 서울 시내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지나간다.

급곡선을 내려간 버스는 시내에 합류하기 직전 잠시 후 거쳐 갈 남대문시장을 스쳐나간다.

남대문시장을 지나면 서울시청(광장), 서울도서관, 서울시민청에 도달한다. 바로 옆에는 덕수궁이 있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둘러보는 여행도 가능하다. 서울시민청에서 서울의 시정을 관찰하고, 즐기는 것 역시 추천할 만하다. 서울도서관 역시 구 서울시청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것으로 겉은 비록 옛 모습을 띠나 속은 최첨단인 도서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버스는 광화문광장의 입구 그리고 종로를 잠깐 지난 후 남대문시장에 도착한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남대문시장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국내 유통업계에 득세한 지금까지도 "시장"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곳으로 그려지고 있다.

남대문시장 맨 아래쪽에는 최근 복원된 숭례문을 비롯해 삼익패션타운, 카메라 상가, 골동품을 취급해 빈티지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회현지하상가 등이 있다. 느릿느릿 둘러보기에는 하루가 부족할 정도일 것이다. (400번 버스는 숭례문 이북을 경유하지 않으니 참고한다)

서울역을 지나치기 전에 구 서울역을 리모델링한 문화역 서울 284를 둘러볼 만하다. 철도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곳으로써, 공연을 비롯해 여러 전시들이 열리는 곳이다.

버스는 효창공원을 둥그렇게 돌아 지나간다. 효창공원은 호국 영령들이 잠들어있는 삼의사묘를 비롯해 임시정부 요인 묘역 등이 있다. 공원으로 거니는 것도 좋고, 호국 영령의 묘역에 참배하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닐 듯싶다. 바로 옆에 있는 효창운동장에서는 실업축구경기가 자주 열리고 있다.

전자상가로 유명한 용산역 서편은 나진상가, 선인상가, 전자랜드 등 원하는 전자제품을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곳. 간단한 주변기기 역시 시내는 물론 동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니 컴퓨터 마니아라면 필수 코스이다.

용산 전자상가의 중심 상가인 터미널 전자상가의 이름은 '터미널'이 붙는다. 사실 이곳은 관광버스 전용 터미널로 계획된 곳이었고, 이에 따라 용산역의 서측 대합실이 이곳 3층에 위치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계획도 흐지부지되고, 이곳에 호텔을 건설할 계획이 세워짐에 따라 역사에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서울 여행 계획, 집에서 서는 버스 타고 가 보시죠

용산을 지난 후 버스는 순환구간의 마지막 명소인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한다. 한국 제1의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버스 노선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지만, 405번을 비롯해 쌍둥이 노선인 400번 그리고 의왕과 서울 시내를 잇는 502번 노선만은 박물관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405번 버스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지나면 이태원을 경유해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게 된다. 돌아가는 길에 경유하는 잠수교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은 맑은 날 밤에 보면 더 돋보일 것이다. 하루의 여행에서 쌓인 피로를 훅 날릴 수 있게, 지갑 사정 때문에 선뜻 마다했던 서래마을에 다시 들러 고급스러운 저녁 식사도 즐기면 더 좋을 것이다.

서울을 여행하겠다는 계획, 그렇게 어렵게 잡을 필요가 없다. 바로 집 앞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더구나, 최근의 서울 시내버스에서는 모든 정류소, 모든 차량에서 영어 안내방송이 나오는 중이다. 외국인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추천할 수 있는 가장 친 도시적인 시티 투어라고 할 만하다.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 오늘은 짧은 여행길의 수단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울톡톡>에도 실렸습니다.
#시내버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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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이 기사는 연재 박장식의 환승센터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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