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인근의 405번 저상버스.
박장식
소월로의 시내 방향 말단에는 서울시립 남산도서관과 용산구립 도서관, 백범광장이 있다. 책의 정취에 잠시 취하다 가는 것 역시 추천할 만하다. 특히 남산도서관 옆에는 민족의 영웅이라 불리는 도마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안중근의사 기념관이 있다. 잠시 고개를 들어 버스 밖을 보면 서울 시내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지나간다.
급곡선을 내려간 버스는 시내에 합류하기 직전 잠시 후 거쳐 갈 남대문시장을 스쳐나간다.
남대문시장을 지나면 서울시청(광장), 서울도서관, 서울시민청에 도달한다. 바로 옆에는 덕수궁이 있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둘러보는 여행도 가능하다. 서울시민청에서 서울의 시정을 관찰하고, 즐기는 것 역시 추천할 만하다. 서울도서관 역시 구 서울시청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것으로 겉은 비록 옛 모습을 띠나 속은 최첨단인 도서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버스는 광화문광장의 입구 그리고 종로를 잠깐 지난 후 남대문시장에 도착한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남대문시장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국내 유통업계에 득세한 지금까지도 "시장"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곳으로 그려지고 있다.
남대문시장 맨 아래쪽에는 최근 복원된 숭례문을 비롯해 삼익패션타운, 카메라 상가, 골동품을 취급해 빈티지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회현지하상가 등이 있다. 느릿느릿 둘러보기에는 하루가 부족할 정도일 것이다. (400번 버스는 숭례문 이북을 경유하지 않으니 참고한다)
서울역을 지나치기 전에 구 서울역을 리모델링한 문화역 서울 284를 둘러볼 만하다. 철도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곳으로써, 공연을 비롯해 여러 전시들이 열리는 곳이다.
버스는 효창공원을 둥그렇게 돌아 지나간다. 효창공원은 호국 영령들이 잠들어있는 삼의사묘를 비롯해 임시정부 요인 묘역 등이 있다. 공원으로 거니는 것도 좋고, 호국 영령의 묘역에 참배하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닐 듯싶다. 바로 옆에 있는 효창운동장에서는 실업축구경기가 자주 열리고 있다.
전자상가로 유명한 용산역 서편은 나진상가, 선인상가, 전자랜드 등 원하는 전자제품을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곳. 간단한 주변기기 역시 시내는 물론 동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니 컴퓨터 마니아라면 필수 코스이다.
용산 전자상가의 중심 상가인 터미널 전자상가의 이름은 '터미널'이 붙는다. 사실 이곳은 관광버스 전용 터미널로 계획된 곳이었고, 이에 따라 용산역의 서측 대합실이 이곳 3층에 위치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계획도 흐지부지되고, 이곳에 호텔을 건설할 계획이 세워짐에 따라 역사에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서울 여행 계획, 집에서 서는 버스 타고 가 보시죠
용산을 지난 후 버스는 순환구간의 마지막 명소인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한다. 한국 제1의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버스 노선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지만, 405번을 비롯해 쌍둥이 노선인 400번 그리고 의왕과 서울 시내를 잇는 502번 노선만은 박물관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405번 버스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지나면 이태원을 경유해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게 된다. 돌아가는 길에 경유하는 잠수교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은 맑은 날 밤에 보면 더 돋보일 것이다. 하루의 여행에서 쌓인 피로를 훅 날릴 수 있게, 지갑 사정 때문에 선뜻 마다했던 서래마을에 다시 들러 고급스러운 저녁 식사도 즐기면 더 좋을 것이다.
서울을 여행하겠다는 계획, 그렇게 어렵게 잡을 필요가 없다. 바로 집 앞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더구나, 최근의 서울 시내버스에서는 모든 정류소, 모든 차량에서 영어 안내방송이 나오는 중이다. 외국인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추천할 수 있는 가장 친 도시적인 시티 투어라고 할 만하다.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 오늘은 짧은 여행길의 수단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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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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