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간첩 기소 탈북자, 변호인 접견 후 검찰에 불려가"

10일 구속기소된 '보위부 직파 간첩' 피고인 진술 번복... 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

등록 2014.03.27 20:53수정 2014.03.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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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간첩 조작 사건이 터질 것인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7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일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된 탈북자 홍아무개(40)씨를 접견했으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또 민변은 이날 오전 접견 후 오후에도 면담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갑자기 홍씨가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됐다면서 "이는 피고인을 괴롭히고 변호인 접견을 막으려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검찰은 페어플레이를 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담당 검사는 피고인 홍씨가 면담을 요청해서 부른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검에서 홍씨에게 확인해보니 면담을 요청한 사실이 없었다"면서 "이런 내용은 모두 녹취되어 있다"고 말했다.

장경욱 변호사(법무법인 상록)와 김진형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홍씨를 접견한 결과 보위사령부 소속 공작원으로서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했다는 국정원과 검찰 발표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두 변호사는 최근 증거조작 사건으로 번진 유우성씨 사건의 변호인이기도 하다.

김 변호사는 "홍씨는 자신이 간첩행위를 한 적이 없고 간첩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합동신문센터에서 6개월간 조사를 받으면서 허위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법률적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홍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국선변호인을 통해 억울함을 밝히려고 싶었지만 (면담 과정에) 국정원 직원들이 8명이나 나와 있어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면서 "반성문 역시 밀봉된 채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쓰게 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홍씨는 국정원이 한 몇 가지 약속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모두 깨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변호사는 "오늘자로 홍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면서 "공개된 법정에서 언론의 감시 하에 재판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무죄를 밝힐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과 검찰은 피고인들이 민변 변호사를 접촉하기만 하면 진술을 번복한다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비열한 행위"라며 "오늘처럼 변호인 접견을 막기 위해 요청하지도 않은 면담을 핑계로 피고인을 소환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오전에는 정식 변호인 선임도 안 된 상태였는데 변호인 접견이 있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는가"라며 "기소된 이후라도 검사가 얼마든지 피고인을 부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윤 차장검사는 "오히려 민변 변호사들이 접견 후에 나가면서 검사들을 절대 만나지 말라고 한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에서 탈북브로커 납치를 시도하고, 탈북자를 가장해 국내로 잠입한 북한 보위사령부 소속 직파 간첩(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 혐의)을 검거했다면서 지난 10일 홍씨를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유우성씨의 여동생 유가려씨와 마찬가지로 합동신문센터에서 자백했다. 첫 공판은 다음달 7일이다.
#국정원 #검찰 #민변 #간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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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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