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들고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아이
최오균
지금 남인도를 여행하며 그 아이의 표정이 새삼 다시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하우스보트에서 내려 우리는 코코넛 나무가 우거진 마을길을 걸어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어제 짐을 받아 하우스보트에 옮겨 주었던 사내들이 하우스 보트에서 버스까지 여행가방을 옮겨주었습니다.
매우 가난하게 보이는 저들은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일까요? 문득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대한 의문이 다시 떠오릅니다. 특히 남인도 지방에는 카스트 제도가 더 엄격하게 적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룬다티 로이의 소설 <작은 것들의 신>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그들(불가촉천민)은 가촉민들, 즉 신분 있는 힌두교도들과 신분 있는 기독교도들이 만지는 어떤 것에도 손을 대서는 안 되었다. 마마치는 에스타와 라헬(그녀의 외손자들)에게 파라반(불가촉천민의 한 명칭)의 발자국을 밟을까봐 파라반들은 빗자루로 자기네들의 발자국을 쓸어 지우면서 뒷걸음질로 기어가곤 했던 것을 기억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시절 파라반들은 가촉민들이 다니는 길을 걸을 수도 없었고 상체를 가릴 수도 없었고 우산을 쓸 수도 없었다. 그리고 말을 할 때는 그들의 더러운 입김이 상대방에게로 향하지 않도록 손으로 입을 가려야 했다('작은 것들의 신. 97페이지 중에서)'여기서 파라반은 불가촉천민 중의 한 명칭으로 우리나라 조선시대 신분제도 중 천민을 노비, 무당, 백정 등으로 구분을 했던 것과 비슷한 신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족, 귀족, 무사), 바이샤(농민, 상인, 연예인), 수드라(수공업자, 하인, 청소부)로 구분이 되고 수드라 밑에 가죽을 다루는 일, 시체를 다루는 일, 어부, 백정, 구식 화장실의 변을 정리하는 일 등 가장 더러운 일을 처리하는 불가촉천민이라는 최하층 신분이 있습니다.
불가촉천민을 부르는 이름인 '달리트(Dalit)'는 '억압받는 자', '파괴된 자', '억눌린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들을 '하리잔(Harijan, 힌두교 비슈누 신의 다른 이름), 즉 '신의 자식들'이라고 부르자는 운동을 전개하며 신분제도를 없애는 일이 앞장을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