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들빼기 김치에 삼겹살, 최고의 봄맛

마눌표, 효심 듬뿍 담긴 고들빼기김치를 소개합니다

등록 2014.03.31 12:01수정 2014.03.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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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님표 고들빼기김치. 삼겹살과 최고의 궁합입니다. ⓒ 신광태


삼겹살과 어울린 즉석 고들빼기김치. 봄 특유의 푸릇한 내음이 식욕을 부른다. 오늘 채취한 고들빼기라 신선함은 어디 비할 데가 없다.


"우리 일요일인데, 고들빼기나 캐러 갈까?"

아내는 휴일이면 작정이라도 했는지, 빨래며 청소를 한다고 호들갑이다. 내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때문이겠다. 그런데 오늘은 왠일인지 "어디로 갈건데?"라고 묻는다. 평소 같으면 '빨래가 태산' 어쩌고 하면서 불만을 먼저 말을 했을 텐데 말이다.

아래 지방에선 벌써 벚꽃이 만발했느니, 진달래, 개나리가 지천이니, 봄소식으로 풍성하다. 그러나 38선 이북 이곳 강원도 화천은 이제 겨우 겨울을 갓 털어냈다. 멀리 높은 산은 아직 잔설을 이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고들빼기 채취, 지금이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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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들빼기, 이른 봄 입맛을 돋우는 대표적 봄나물이다. ⓒ 신광태


이른 봄나물인 고들빼기나 냉이, 달래, 씀바귀, 쑥의 채취는 이 시기가 최적이다. 조금 더 지나면 쑥과 씀바귀, 고들빼기는 쓴 맛이 강해진다. 이 시기를 놓칠 수 없는 이유다.


모종삽을 든 아내는 흰 장갑에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영 시골스럽지 않은 패션이다. 들에 나가는 여인이 너무 튀는 것 아니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나 안가!"하며 갑자기 태도를 바꿀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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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장갑에 선글라스를 끼고 봄나물을 채취하는 여인. 제 아내입니다. ⓒ 신광태


고들빼기는 농사를 위해 밭을 갈지 않은 곳이면 어디든 흔했다. 밭주인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곡식을 심으려면 어차피 갈아엎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곡식 이외의 풀들은 모두 잡초이기에 미리 제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겠다.

과거엔 묵밭에 흔하던 고들빼기며 씀바귀, 냉이가 요즘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가을에 한차례 채취가 이루어 졌거나, 이것들이 웰빙 봄나물로 알려지면서 도시사람들이 이미 훑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일까. 봄나물에 관한한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아내와 함께 묵밭으로 향하지 않고 강가로 나섰다. 강가 자갈밭 사이로 보이는 파릇한 풀들은 쑥 아니면 고들빼기, 애기똥풀, 달맞이꽃 등의 어린 식물들이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대략 두 접시 정도 되는 고들빼기를 채취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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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채취한 고들빼기. 수차례 물로 씻어내야 흙이 모두 제거된다. ⓒ 신광태


고들빼기는 단년생이 아닌 2년생 식물이다. 식물도감이나 백과사전을 찾지 않더라도 본래 촌 태생이라 이 방면엔 박식하다. 봄에 대공이 나와 꽃을 피운 고들빼기는 씨앗을 같은 해 가을에 싹을 틔운다. 이 새싹들은 또 이듬해 가을 대공이 나기를 반복한다. 이렇기에 이년생 식물로 분류된다. 고들빼기 채취가 이른 봄이나 늦은 가을에 채취가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어머님과 나는 호미하나씩 거머쥐고 들판으로 나갔다. 고들빼기 채취가 목적이었다. 씀바귀는 캐지 않았다. 맛이 쓴 정도가 고들빼기보다 몇 배나 강했다. 요즘처럼 장에 나가 팔기 위함이 아니었다. 들판과 묵밭엔 그런 나물류들이 지천이기 때문에 시골에선 그런 것들을 사려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오직 식용을 위해 이른 봄 고들빼기 등 들나물을 채취 했다. 먹을 것이 흔치 않던 시절, 주로 오랜 기간 먹기 위해 고들빼기를 김장용도로 사용했다. 전년도에 담근 묵은 김치와 신선한 고들빼기김치의 궁합은 시골에서 그 시즌에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맛이었다.

수차례 씻은 고들빼기를 소금물에 30분 담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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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장인 어르신을 위한 별도의 고들빼기 김치를 준비했습니다. ⓒ 신광태


"큰애가 방학 때 교환학생으로 가고 싶다는데 보내고는 싶지만, 여유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두 시간여 채취한 고들빼기를 아내와 함께 그늘에 앉아 다듬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실로 오랜만에 진지한 대화를 나눈 듯싶다. 이 또한 봄이 내려준 축복이려니.

야생에서 채취한 고들빼기는 떡잎, 잔뿌리, 흙 제거 등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욕심 내지 않고 많이 캐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수차례 물로 씻어내도 흙이 나온다. 박박 으깨서 씻어서도 안 된다. 여린 잎들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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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한 고들빼기는 수차례 물로 씻어야 흙이 제거 됩니다. ⓒ 신광태


수차례 물로 씻은 고들빼기는 소금물에 30여 분 담근다. 고들빼기를 이용해 즉석 김치를 만드는 아내만의 비법이다. 양념도 별도로 준비한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쓴맛의 순화를 위해 배를 갈아 넣는 것도 한 방법이란다. 멸치액젓, 생강, 쪽파, 고춧가루, 마늘, 매실액기스를 버무린 적당량의 양념에 소금에 절인 고들빼기를 넣는 것으로 끝이다. 소금은 별도로 넣지 않는단다. 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추었기 때문이란 것이 아내의 설명이다.

상추와 깻잎, 삼겹살도 준비했다. 상추에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 한 점을 넣고, 방금 담근 고들빼기김치를 넣어 먹는 맛. 그야말로 최고의 봄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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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담근 고들빼기김치는 삼겹살과 같이 할때 최고의 봄맛을 느낀다. ⓒ 신광태


아내는 별로도 한 접시를 포장을 했다.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먹을 거라면 저렇게 정성껏 포장을 할 일이 없다. "선물할거니?"라는 질문에 아내는 "아버지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고들빼기 캐지 않았을 거야"라고 말한다. 그랬구나. 어쩐지 군말 없이 따라 나선다 했다.

장녀인 아내는 10여 년 전 몸이 불편하신 장인 어르신을 서울에서 읍내 집 근처로 모셨다. 거의 매일 식사와 새로운 반찬을 만들어 시중을 드는 것을 보면 요즘도 이런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의 감동을 준다.

이 좋은 봄날, 아내의 정성스런 고들빼기김치 요리를 통해 봄만큼이나 따뜻한 효심을 느꼈던 하루였지 않았나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고들빼기 #봄나물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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