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도우미 선생님의 환한 얼굴교무실 청소를 하시다가 잠시 환하게 웃는 모습을 찍음.
박영숙
"좀 쉬시면서 하세요. 너무 열심히 하시다가 병 나시면 안 돼요.""우리 학교 아이들이 얼마나 착한지요. 담배꽁초 하나 없어요." 내가 근무하는 학교엔 청소를 담당하시는 초로의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학생들은 이 분을 봉사 담당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복도나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환한 미소로 인사를 하신다. 불과 칠팔 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학교의 모든 청소를 도맡았지만 최근에는 학교마다 미화 담당자가 있는 추세다.
요즘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청소 실력이 형편없다. 빗자루질도 해보지 않은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청소기를 돌려 보거나 걸레질을 해보지 않은 학생도 제법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부모들이 다 알아서 하는 세태이므로 자연히 학교에서도 청소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교사 업무 중 가장 힘든 것이 청소 지도일 정도로 학생들의 청소 실력은 형편없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새로 지어진 이전 학교에 비해 대도시 근교에 자리잡은 이 학교는 어두컴컴한 복도에 출입문조차 덜컹거렸다. 교실도 어두워서 혹시 전등을 켜놓지 않은 줄 알고, 수업을 하다가 몇 번씩이나 스위치를 확인해 보기도 했다. 복도 곳곳엔 학생들이 뱉어 놓은 침이 얼룩져 있었고 버려놓은 휴지는 낙엽처럼 뒹굴었다. 나를 찾아온 외판원이 "그 좋은 학교에 있다가 왜 이런 곳에 왔어요?"라고 의아해하며 묻기도 했을 정도였다.
내가 부임한 첫해의 2학기에 이 분이 우리 학교에 오셨다. 한 눈에도 성실하게 보이는 분이었다.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3년 반의 세월, 학교는 나날이 달라졌다. '그때 그 학교가 맞나?'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정도였다. 어느 직장이나 그렇겠지만 학교에 근무하시는 분들도 같은 곳에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면 익숙해지면서 다소 타성에 젖게 된다.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나중에 건강을 해치게 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특히 육체적 노동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30여 평 되는 집의 청소도 실컷 해놓고 돌아서고 나면 '도로나무아미타불'이 되는데 그 백배가 넘는 학교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본관, 후관에 6개나 되는 화장실은 물론이고 교무실과 복도, 그 모든 곳을 60대의 아주머니 한 분이 모두 청소하신다는 사실이 어떤 때는 기적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이 분은 한 번도 학생들 험담을 하시는 법이 없다. 아이들이 장점만이 보이시는 모양이다. 이런 긍정적인 시각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전 학교에 근무할 때 두 분의 청소 미화원이 있었다. 당시 학생부를 맡고 있던 나를 만날 때마다 제발 학생들 껌과 휴지 안 뱉게 단속해 달라고 말씀하시는 통에 나중에는 그 분들이 복도 끝에 보이면 다른 쪽으로 돌아서 가기도 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온종일 생활하는데 휴지나 껌을 버리지 않기가 어찌 쉽겠는가?
휴지 없는 학교, 이 분 덕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