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애써 외면한 김훈 중위 '오른 손의 미스터리'

5일 밤 SBS <그것이 알고싶다> 김훈 중위 사건 재조명

등록 2014.04.04 21:06수정 2014.04.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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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수사관이 현장에서 촬영한 고 김훈 중위의 시신. 좌측 상단 청바지 차림의 미군 수사관 다리가 보이고 김 중위의 양손에는 화약 잔재를 채취하기 위해 봉투가 끼워져 있다. (유족의 양해를 얻어 김 중위의 사진을 공개합니다) ⓒ 김척


지난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인근 241 GP(Guard Post, 감시 초소)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JSA 경비대대 소속 김훈(육사 52기) 중위의 목숨을 앗아간 이 총성은, 동시에 유가족들에게는 군 당국과의 기나긴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대표적 군의문사 사건이 되어버린 고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군 당국은 '자살' 입장을 고수했다. 1998년 4월에 끝난 1차 수사, 그해 11월까지 진행된 2차 수사, 다시 대규모 합동조사단이 구성되어 이듬해 4월까지 진행된 3차 수사의 결론도 모두 사인은 자살이었다.

그러나 당초 제기된 의혹들은 군의 수사결과 발표에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군 수사가 자살을 예단했으며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반면 국회와 법원, 군의문사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 등 다른 4개 국가기관은 별도의 조사를 벌여 '김 중위의 사인이 적어도 자살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3월 언론은 국방부 발표를 근거로 '김훈 중위 순직 처리와 국립묘지 안장'을 보도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같은 언론의 보도는 오보였다. 아직도 김 중위의 유골함은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경기도 벽제의 1군단 헌병대 영현 창고 속에 먼지가 쌓인 채로 보관돼 있다.

지난 2006년 대법원은 김훈 중위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에서 "초동수사를 엉망으로 해서 사건의 진상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라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 주었다. 2009년에는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위원회가 김 중위 사건에 대해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의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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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실험 지난 2012년 3월 22일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방부 조사본부가 한 군부대 사격장에서 합동으로 실시한 사격 실험. ⓒ 오마이뉴스 자료 사진


2012년 3월 22일 권익위는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서울 근교의 한 군부대 사격장에서 김 중위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 장소와 조건을 그대로 재현해서 총기발사 실험을 실시했다.


그동안 김훈 중위의 사인을 가리는데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김 중위의 시신 왼손바닥에서만 발견된 뇌관화약의 존재였다. 오른손잡이였던 김 중위가 자신의 오른손 옆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면 그의 오른손에서도 뇌관화약 성분이 나타나야 했다. 하지만 그의 오른손에서는 뇌관화약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

자살과는 배치되는 이러한 증거를 설명하기 위해 그동안 국방부는 김 중위가 권총을 발사할 때 총구를 고정시키기 위해 왼손으로 총열을 꼭 잡은 상태에서 발사했기 때문에 그의 왼손에서만 뇌관화약에 발견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당시 총기발사 실험은 이런 국방부의 의견이 모두 수용된 가운데 이루어졌다. 결론은 놀라웠다. 12명의 사수가 실시한 사격실험 결과는 김 중위가 스스로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하게 시사했던 것이다.

이런 과학적 실험결과를 토대로 권익위는 김 중위의 사인이 적어도 자살은 아니라고 결론 내리고 국방부에 재심사를 거쳐 순직 처리를 권고했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권익위에 "국방부는 국회 결정도 대법원 판결도 군 의문사위원회의 조사 결론도 인정하지 않는다. 국방부는 김훈 중위가 자살했다는 기존 결론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보해왔다. 군 당국이 내린 4번째 자살결론이었다.(관련기사 : 국방부, 결론 반복 4번째... "김훈 중위는 자살")

이후 조사본부는 권익위에 '순직처리를 해주겠지만 사인은 자살로 본다'는 일종의 회유책을 제시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조사본부에서 전화를 걸어와 김훈 중위를 순직처리해 주겠지만, 사인은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에게 김훈 중위 정신감정 자문을 받는 데 몇 달 시간이 걸리겠다고 비공식적으로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김 중위의 유족은 거세게 반발했다.

김 중위의 아버지 김척 예비역 육군 중장은 "독립적인 4개 국가 기관의 결정과 순직처리 권고를 무시하고 이제 와서 김 중위를 정신질환 자살로 몰아간다면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일 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런 방식의 순직처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난 2012년 3월 권익위와 국방부가 합동으로 실시한 총기실험 결과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또 국방부가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과학적 진실은 무엇일까?

5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6년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김훈 중위 사건의 의혹과 진실을 재조명한다. 자살이 아닌 타살의 가능성을 강하게 보여준 총기발사 실험을 통해 김 중위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예정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오른손의 미스터리' 편은 5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된다.
#김훈 중위 #김척 장군 #군 의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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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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