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22일 오전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에서 '엠마오 밀양 기도회'를 열었다.
윤성효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은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 32)라는 제목으로 '누이와 형제가 함께 떠나는 밀양 엠마오 기도 순례'를 했다. 엠마오는 '그 옛날 낙담과 절망 사이에서 주님의 얼굴을 알아본 제자들의 여정'을 말한다. 부활절을 맞아 신부 수녀들이 '밀양 어르신'들을 찾는 여정을 보낸 것이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1일 127번, 129번 철탑 예정지의 움막 농성장을 찾았다. 이들은 화악산 아래에서 걸어서 산을 올랐다. 이날 저녁 밀양 감물생태학습관에서는 '엠마오의 밤' 행사를 했다.
115번 철탑 예정지 움막농성장 기도 열려 고답마을 움막농성장 주변 과수원에서 22일 오전 '파견미사'가 열렸다. 신부와 수녀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함께했다. 주례를 맡은 나승구 신부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드리는 기도가 절실하다"며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도록 다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장동훈 신부는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선다. 이곳 과수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며 "우리가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아름다운 환경이 그대로 보전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김인한 신부(울산 남창성당)는 강론을 통해 "모든 것은 보이는 것만으로 바라보지만 희생 없이 얻어지지 않는다"며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피눈물로 이 자연을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진선 수녀는 "어제와 오늘 길을 걸으면서 만난 예수가 있을 것이다"며 "우리는 이곳에 자주 오지는 못했지만 '엠마오'의 길에서 누구를 찾고 만나러 길을 떠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 수녀는 "이번 기도순례를 계획해 놓고 오기 전에 다른 한 수녀님께 전화를 걸었더니 진도 해상 세월호 침몰사고로 참석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며 "세월호와 강정마을, 밀양, 쌍용차 해고자 모두는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같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