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반찬들을 낯모르는 손님들과 함께 하며 먹는 들깨 수제비.
김종성
선생님과 함께 오일장 구경을 나온 유치원의 아이들이 호떡을 먹으며 참새들처럼 재잘거리고, 늙은 노모와 아들이 나무 의자에 둘러 앉아 만두와 김칫국을 먹는 모습이 참 정다웠다. 아이들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는 오일장의 스타가 되었다. 오일장터의 명물은 뻥튀기 장수도 빼놓을 수 없는데 홍성장에서 난생 처음 아주머니 뻥튀기 장수를 만났다. 능숙하게 뻥튀기 쇠통을 돌리더니 시간이 되자 구수한 흰 연기를 내뿜으며 쇠통을 큰소리 안나게 터트리는 모습이 능수능란하다.
인근 청양, 대천 등지의 오일장을 돌며 뻥튀기 장수를 한지 40년이 넘었단다. 가져온 곡물이 맛나게 튀겨지길 기다리는 아주머니들이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충정도 수다를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금방이라도 "괜찮아유~" 하며 최양락 아저씨가 나타날 것 같아 티 안나 게 슬금슬금 웃었다. 느긋함과 해학이 듬뿍 담긴 충청도 사투리하면 떠오르는 우스개가 생각났다. "당신은 개고기를 먹습니까?"를 충청도 말로 하면? "개 혀?" 란다.
3000원에 식당 아주머니 두 분이 쫄깃하게 내어주는 들깨 수제비를 먹고 있는데 명함을 나눠주며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자가 가게로 들어왔다.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맞아 사람들이 많이 모인 오일장터에서 바쁘게 홍보를 하고 있었다.
타 지역에서 온 여행자는 이럴 때 후보자를 주시하는 게 아니라 앉아서 듣고 있는 동네 주민들의 모습과 표정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친근한 말이나 농담 한 번 없이 줄곧 진지하게 80만 출향군민과 함께 100만 군민경제시대를 열겠다며 짧은 연설을 하는 이 후보는 수제비와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는 들깨만큼도 호응을 받지 못하는 듯싶었다.
시장 상인들이 한 번 가보라며 추천해 들린 곳 중의 하나가 시장통 안에 있는 아담하고 예쁜 카페 '문전성시'. 홍성군에서 지원하고 상인 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쉼터 같은 곳으로 작은 이동형 스크린으로 영화도 상영한다. 1000원에 제공하는 커피를 마시며 앉아 쉬고 있다가 일하는 분에게 홍성이라는 고장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듣고 배우게 되었다.
내포(內浦)의 중심, 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