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부모의 절규 "둘째에겐 이 땅 떠나라고..."

[현장] 진도 팽목항, 실종자 가족·전국민 메시지 나붙어

등록 2014.04.23 20:50수정 2014.04.2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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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 남소연


"'다녀오겠습니다'로 시작한 여행, 다녀왔습니다로 끝내줘요."
"기적처럼 태어났으니 기적처럼 돌아오세요."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에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가 전국 각지에서 모이고 있다.

22일 대자보와 쪽지가 진도군실내체육관에 붙은 데 이어 23일 오후 4시께 진도 팽목항 '가족임시대기실' 앞 게시판엔 전국민의 정성이 담긴 편지와 쪽지가 나붙었다.

편지와 쪽지에는 "기적이 일어나길" "도움을 드리고 싶어 구호물품을 보냅니다" "조금만 더 참고 견뎌주세요" 등 실종자 가족를 응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할 수 있는 게 기도 뿐이라 죄송합니다"

특히 단원고 학생과 가족을 위로하는 중고생이 쓴 쪽지가 눈에 많이 띄었다.

"제가 작년에 수학여행을 갈 때 들 떠 있었던 게 생각나고 그렇게 들떠 있었던 모습을 생각하니 더 안타깝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여기서 기도하는 일 뿐이라는 것도 죄송합니다.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나지않았으면 좋겠고 구조됐으면 좋겠어요." - 광주 첨단고 2학년 이○○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제발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단원고등학교에 기적이 일어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언니, 오빠들 힘내세요." - 사천여자중학교 3학년 김○○

곳곳에선 최근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잇는 온라인 추모방식 '노란리본'을 직접 손으로 그린 쪽지도 볼 수 있었다. 노란 리본과 함께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R=VD'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R=VD는 'Realization=Vivid Dream'의 약자로 '생생하게 꿈꾸면 이뤄진다'는 뜻이다.


편지와 쪽지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문 한 실종자 가족은 "아" 하고 탄식과 함께 "눈물 날 거 같다"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a  팽목항 일부 천막엔 실종자 가족의 손글씨가 새겨져 보는 이에게 안타까움을 선사했다. 한 단원고 학부모가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이 천막에 적혀 있다.

팽목항 일부 천막엔 실종자 가족의 손글씨가 새겨져 보는 이에게 안타까움을 선사했다. 한 단원고 학부모가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이 천막에 적혀 있다. ⓒ 소중한


한편 이날 편지와 쪽지가 붙은 것에 앞서 팽목항 일부 천막엔 실종자 가족의 손글씨가 새겨져 보는 이에게 안타까움을 선사했다. 아래는 그 내용 중 일부이다.

"아가야, 아가야, 내 아가야. 엄마 품에 돌아와. 토닥여 줄게. 영원히 사랑해, 우리 큰 아들 ○○야."

"지금 우리 ○○이, 바다에 있든 하늘에 있든 정말 보고싶다. ○○아 사랑해."

"사랑하는 우리 아빠! 춥고, 배고프고, 무섭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아빠의 가족들 모두 간절히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꼭 무사히 끝까지 버티시고 조금만 더 힘내세요. 아빠, 꼭 조만간 봐요.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아빠. -아빠 딸 올림"

"어찌 이렇게 참담할 수가 있습니까? 부모의 입장에서,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너무도 아프고 또 아프기만 합니다. 저 또한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 이 땅에 살아가고 있지만 현재 살아 있다는 자체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저는 (실종자가 아닌) 제 둘째 자식에게 이렇게 가르치렵니다. 이 나라, 이 땅에 사는 한 이 무능한 정부와 관료들을 믿지 말라고요. 그리고 이 땅을 떠나라고 가르치렵니다. 지금도 눈 앞에 아른거려 눈물을 흘리려 해도 나올 눈물도 없네요. - 2학년 ○반 학부모"

a 실종자 가족 위로하는 편지 행렬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편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실종자 가족 위로하는 편지 행렬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편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 남소연


#세월호 침몰사고 #진도 #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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