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에 저항하는 사이버전사들의 대담집 : 사이퍼펑크

[서평] 줄리언 어산지의 대담집 <사이퍼펑크>

등록 2014.04.24 09:36수정 2014.04.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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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위키리크스(WikiLeaks)'라는 단어는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세계 각국의 비밀 외교문서에 숨겨져 있던 정부의 추악한 이면을 밝힌 이 사이트는 오늘 소개할 <사이퍼펑크(Cypherpunks)>라는 개념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예가 될 것 입니다.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호기술(cyptography)를 사용하는 이들을 뜻하는 이 단어는 <약자에게 프라이버시를, 강자에게 투명성을(privacy for weak, transparency for the powerful)>이라는 철학적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사이퍼펑크 : 어산지,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다>라는 책은 위키리크스의 편집장 줄리언 어산지, 온라인 익명 시스템 <토르 프로젝트> 개발자 제이컵 아펠바움, 음성 커뮤니케이션 보안 회사 크립토폰 설립자 앤디 뮐러마군, 그리고 온라인의 익명성과 자유에 관한 시민단체인 <라 카드라튀르 뒤 네트>의 공동 설립자 제레미 지메르망이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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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펑크> 책표지 ⓒ 열린책들, 2014


조지 오웰이 경고했던 <빅 브라더> 뒤늦게 현실이 되다

조지 오웰의 대표작 <1984>에서 예언한 권력기관이 모든 민중의 자유를 제한하는 미래국가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비록 작가가 예언한 1984년 보다는 다소 늦어졌지만 말이죠.

과학기술이 점점 발달함에 따라 데이터 저장 비용은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3천만 유로만 있으면 독일에서 1년 동안 발생하는 모든 통화내역을 고품질 음성 파일로 저장할 수 있고 이 중에서 순수하게 저장에 들어가는 비용은 8백만 유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p.53).

우리 지갑에도 들어 있는 거의 모든 신용카드는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결제망과 제휴를 하고 있으며 이 결제내역은 모두 미국에 전송됩니다. 미국 정부가 맘을 먹으면 언제든지 전세계 모든 소비자들의 결제 내역과 패턴을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이는 '푸틴이 러시아 길거리에서 코카콜라를 사서 먹었다' 라는 사실이 30초 안에 워싱턴으로 전달(p.120)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해외 여행을 하고 싶어 비행기 표를 구매할 때 이 사실이 추적당하지 않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현금을 내더라도 공항에서 신원확인이 이루어지게 되고, 신용카드로 결제한다면 추적은 더 쉬워지게 되겠죠. 이와 같이 개인의 중요한 정보가 특정한 중앙 집중적인 공간에 몰리고 있는 상황은 그렇게 구축된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삶이 편리해 질 수도, 심각하게 자유가 침해당할 수도 있게 됩니다.


이와 같은 데이터의 집중이 문제가 되자 서방 정부들은 데이터 자체를 수집하지 않고 '메타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사실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를 의미하는 메타데이터는 단순하게 설명하면 편지의 내용이 아니라 이를 싸고 있는 봉투의 겉면 정도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메타데이터 수집 기술이 사실상 데이터 감시 기술과 동일하다는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메일 전송에 대한 메타데이터에는 누가 누구에게 보냈는지, 어떤 ip주소를 사용해서 어느 지역에서 보냈는지, 이메일을 보낸 시간과 날짜 등 다양한 정보가 복합적으로 기록됩니다. 사실상 <메타데이터를 결합하면 하나의 내용물이 된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모르고 있습니다(pp.219-220).

때문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페이스북은 완벽한 파놉티콘(Panopticon)이며 휴대 전화는 통화를 할 수도 있는 일종의 추적 장비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사생활이 정부에 노출되고 통제당할 수 있으며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장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조차 자기검열을 하게 되며, 정치적 행동에 나서는 것을 꺼리게 되고, 이는 더 나아가 현 정권의 유지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클라우딩 컴퓨팅으로 집중화되는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시스템은 탈집중화된 구조적 관점이라고 대담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시민이 원한다면 익명성을 보장하는 다양한 대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토르 프로젝트 등으로 정부당국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웹브라우져도 개발되고 있으며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이 개인의 모든 정보가 기록되는 SNS보다 디아스포라와 같이 중앙서버 없이 P2P방식으로 운영되는 소셜 네트워크의 사용도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불안정하고 돈세탁 등에 악용될 여지도 남아있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대안 화폐의 도입으로 추적당하지 않고 이동의 자유를 누리는 방안도 범죄자들의 도피와 탈세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여 도입되어야 한다고 대담 참여자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방 정부들의 다양한 통제로 위키리크스 편집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피신해 있고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결제망에 대한 봉쇄로 위키리크스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후원금을 보내는 방법도 없게 된 현 상황에서도 정부의 정보독점에 저항하는 사이버전사들의 활동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섬뜩한 기분을 느낀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SNS글들을 통해 신상이 털리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개인의 금융거래 내역이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은 지금도 세무당국에 의해 활용되어 불법탈세 등을 막는데 활용되고 있고 핸드폰 위치추적 등은 실종자 수사나 범죄자 추적 등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반정부적 발언을 하는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위해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정보기관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리고 이 기관들이 조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되어서 현 정권에 반기를 드는 혹은 들 것으로 예상되는 불손분자들을 색출해 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대담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며 대담을 마쳤습니다. 현대의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인 듯 합니다.

"20년 전의 자유를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은 이러한 시스템의 구조를 치밀하게 공부한 사람들뿐일 것입니다. 즉, 첨단 기술로 무장한 저항 엘리트들만이 그러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바로 오페라하우스 안을 내달리는 똑똑한 쥐들입니다."
덧붙이는 글 [서평] <사이퍼펑크> (줄리언 어산지 외 씀 /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03 / 14,000 원)

열린책들 신간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기자의 블로그(mimisbrunnr.tistory.com)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사이퍼펑크 - 어산지,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다

줄리언 어산지 외 지음, 박세연 옮김,
열린책들, 2014


#사이퍼펑크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빅브라더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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