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민심', 박근혜에게 등 돌린 두 가지 이유

[분석] 디오피니언 여론조사 결과 뜯어보니

등록 2014.05.02 15:38수정 2014.05.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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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가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대응 및 사과 등 모든 면에서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다.
세월호 참사가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대응 및 사과 등 모든 면에서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다. 내일신문 갈무리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지난 1일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지난 4월 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대답은 48.8%로 조사됐다. 이는 1개월 전 같은 조사에서의 지지율 61.8% 대비 13%P 하락한 수치다. '매우 잘함'은 11.7%, '대체로 잘함'은 37.1%였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7.4%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4월 33% 대비 14.4%P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우 잘 못하고 있다'는 대답은 22.6%를 차지, 지난 4월(10.7%) 대비 11.9%P 상승했다. 20~40대의 부정적인 평가가 두드러졌다. 20대의 66.5%가, 40대의 59.9%가 '잘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를 상대로 휴대전화(40%)·유선전화(60%)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자는 809명(총 통화시도 3528명, 응답률 22.9%)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다.

전월(4월)과 비교해 보면 민심이반 흐름이 매우 구체적이고, 뚜렷함을 알 수 있다. 전월만 해도 '잘한다(61.8%)'와 '못한다(33.0%)'의 수치를 합하면 94.8%였고, '잘 모름'은 5.2%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잘한다(48.8%)'와 '잘 못한다(47.4%)'의 합계는 96.2%였고, '잘 모름'은 3.8%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잘한다'고 대답했던 여론층이 '잘 못한다'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지를 철회한 응답자 대부분이 '잘 모름'이라는 회색지대를 건너뛰고 '부정적' 입장으로 유입됐다는 것도 읽을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의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세월호 책임론' 급속 확산... 84.6%가 '박 대통령과 정부 책임'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대통령과 정부에 묻고 있다. '세월호 참사 피해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라는 항목에 응답자 중 84.6%가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분포를 살펴보면 '매우 책임이 있다'가 43.3%,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가 41.3%였다. '책임이 없다'는 입장은 12.1%에 불과했다. 국민들의 판단은 이미 끝난 것이다.

국민들의 초점은 정부의 '초동대응'에 꽂혀 있다. 생명을 추가로 살리지 못한 정부의 '초동대응'에 심각한 의문을 품고 있다. '정부의 참사 초동대응이 잘못됐다'라는 의견이 무려 85.5%에 달했다. 이중 '매우 잘못됐다'는 응답이 58.5%였다. 반면, '잘 대처했다'는 의견은 9.7%, '잘 모름'은 4.8%에 불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묻는 항목에는 '박근혜'라는 이름이 들어가서인지 세대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20대(78.7%)~40대(73.5%)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60대 이상은 69.9%가 '적절했다'고 응답했다. 전체적으로는 61.3%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디오피니언'에서 실시해 5월 1일 공개된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집권 여당에게 충격적이다. 여론조사 내 6·4 지방선거 투표 기준에 대한 질문에서 '정부와 거대 야당을 견제하기 위해 범야권이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정권견제론은 41.9%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정권안정론에는 34.3%가 동의했다.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리는 모양새다. 이 질문에서 '잘 모름'은 23.8%인데 세월호 참사 이후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잘 모름' 수치가 큰 게 정부여당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실 인식이 어떻기에... 박 대통령의 '사과', 젊은층 분노 수위 높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들은 '박근혜 사과'에 대한 불만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4일째인 지난 4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사과'를 표했다. 이에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 유가족인 유경근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사과가 아니라고 했으면 사과를 한 사람이 문제"라며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사과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라고 간접사과 방식 등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사과에 대해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은 62.7%에 달했다. 이는 '충분하다'고 답한 응답자 31.1%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지지층'의 45.6%는 대통령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주목할 대목은 20~40대 젊은층의 '박근혜 사과'에 대한 불만족 수치다. 지난 대선 당시 이 세대들의 박근혜 지지율은 대략 33.7%(20대)~44.1%(40대, 방송3사 출구조사 기준)였다. 그런데 '박근혜 사과'에 대한 20~40대의 '충분하다'는 응답은 14.2%(30대)~19.9%(40대)에 불과했다. 반면, 72.9%(20대)~76.4%(40대)에 달하는 젊은층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중·고등학생 자녀들을 둔 40대의 '불만족' 응답이 높은 점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자녀를 둔 50대의 '불만족' 응답도 50.5%에 달했다.

'지지율 급락'으로 끝나지 않고 거리로 나온 '정권 퇴진'

 제124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노동절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롯한 반복되는 대형사고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며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124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노동절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롯한 반복되는 대형사고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며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유성호

'디오피니언'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는 대통령 지지율이 전월 대비 13%P 하락했다는 데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지를 철회한 계층은 '잘 모름'이라는 입장 유보로 이동하지 않았다. 모두 '잘 못하고 있다'는 비판계층으로 이동했고, 그중에도 '매우 잘 못함' 비율이 급증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 초동대응과 대국민 간접사과에서 드러난 것은 이 정권의 '무능'이었다. 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미국 CNN은 실종된 승객들이 살아 있더라도 물속에 갇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저체온증과 생존시간'을 그래프로 내보냈다. 같은날 정부종합청사의 대책본부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어려운지'를 물었고, 거듭된 인원수 정정 발표에 대해서도 '잘 좀 하라'고 당부했다.

지난 대선이 한창이던 2012년 12월 14일 유시민씨는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서 박근혜 후보를 '이치에 밝지 못하며, 사리에 어두운 지도자'라며 '(대통령이 된다면) 걱정이 된다'고 평가했다. 유씨는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환관정치·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사리에 어두운 권력자를 이용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유시민씨의 우려가 있은 지 1년 반의 시간이 흘렀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 정부는 '정부다운 대응'을 내놓지 못했다. '잘하고 있음'에서 한발 후퇴한 국민들이 '잘 모름'으로 판단을 유보하도록 할만한 제대로 된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들은 '매우 잘 못하고 있음'으로, 일부는 '정권퇴진' 구호를 들고 거리에, SNS에 등장했다. 이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더 나은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박근혜라는 지도자의 민낯이 드러났다. 지지율 급락에서 확인되듯이 아이들이 탄 배를 지켜내지 못하자 정권의 위기로 이어졌다. '박근혜호'가 침몰하려는 위기상황, 이번에는 제대로 된 초동대응을 내놓을 수 있을까.
#디오피니언 #지지율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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