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 카지노 크루즈도 세월호처럼 셀프감독?

박원석 "크루즈협회 설립해 업무 위탁? 세월호도 그랬다"... 법사위서 일단 제동

등록 2014.05.03 11:19수정 2014.05.03 11:19
2
원고료로 응원
a  지난달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이전 세월호의 모습.

지난달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이전 세월호의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활성화 대표법안으로 꼽혔던 '크루즈산업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일단,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서 국민 정서와 배치된다는 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 때문이다.

이 법은 2만톤 이상 크루즈 선박에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고 공공기관과 단체가 크루즈 사업자에게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해줄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지난달 28일 이 법을 세월호 사고 재발방지 관련 법안들과 함께 처리했다.

그러나 국민 정서 문제를 떠나, 이 법이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관련 이익단체의 '셀프 감독' 재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반성을 하면서도 똑같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법안 심의를 허술하게 했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현행 해운법에 따라 국내 항구를 오가는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는 한국해운조합에게 맡겨져 있다. 그러나 한국해운조합은 국내 2000여 선사가 모여 만든 이익단체다.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감독해야 할 선박운항관리자가 사실 각 선사 자신이라는 얘기다.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화물 과적과 허술한 라이싱(화물 차량 등 고정) 등을 출항 전 점검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법적 구조 탓이다.

그런데 '크루즈산업 육성법' 역시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크루즈산업 육성법안 17조에는 "크루즈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해양수산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크루즈 사업자, 연구 및 교육기관, 그 밖의 크루즈 활동과 관련된 자"들이 '크루즈산업협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해양수산부장관의 업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일부를 이 법에 따라 설립된 협회(크루즈산업협회)나 '항만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항만공사에 위탁할 수 있다"고 20조에 명시했다.

즉,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 해운법 구조와 똑같은 셈이다.

"세월호 감독했던 해운조합처럼... 고양이에게 생선 또 맡기나"


이에 대해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크루즈산업협회는 크루즈나 카지노 업계의 로비, 이익단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해수부 장관의 업무를 '한국해운조합법'에 따라 만들어진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위탁하고, '해운조합'은 해수부 관료 출신을 영입해 국회와 정부에 대한 로비를 열심히 하면서 여객선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크루즈산업협회' 역시 '해운조합'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라며 "'해피아(해수부+마피아)'를 없애자면서 해피아의 은신처를 새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2만 톤 이상 규모의 크루즈선 운행에 따른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으로 대한민국 여객안전 시스템은 6800톤급 여객선의 안전운항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카지노 영업장을 갖춘 2만 톤 이상 규모의 크루즈선이 관광객을 가득 싣고 공해와 영해를 오갈텐데 아직 국회는 '세월호 재발 방지법'도 처리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할 때에 논란이 많은 선상 카지노를 허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선상 카지노 #세월호 침몰사고 #크루즈 산업 #박원석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