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모르는 것,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포토] 3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소년들의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

등록 2014.05.04 10:21수정 2014.05.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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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들의 세월호참사 추모집회 5월 3일 오후 3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고등학생들의 세월호참사 추모집회
중고등학생들의 세월호참사 추모집회5월 3일 오후 3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고등학생들의 세월호참사 추모집회김민수

청소년들이 분노한다.


지난 3일 오후 3시,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의 제안으로 SNS를 통해 중·고등학생 200여 명이 청계광장에 모여 세월호 추모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대통령에게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님, 왜? 배에탄 친구들은 한 명도 살아오지 못했나요?"

세월호 추모집회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회원의 제안으로 SNS를 통해 200여 명의 중고생들이 모여 추모집회를 열었다.
세월호 추모집회'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회원의 제안으로 SNS를 통해 200여 명의 중고생들이 모여 추모집회를 열었다.김민수

자유 발언에 나선 학생들의 말을 통해서 이 땅의 청소년들이 이번 참사의 원인을 분명하게 알고 있으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음을 봤다.

학생들은 사고 이후 대통령과 정치인들과 사고 수습을 책임지고 해야할 이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회피하고 있는 점에 분노했다. 특히, 고 김선일씨 피랍사건 당시 노무현 정부를 향해 실랄한 비판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자유발언자들은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 대형참사 앞에서 책임없다고 할 수 있느냐"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한 학생들은 노란종이에 먼저간 친구들과 실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었다.
세월호 추모집회참가한 학생들은 노란종이에 먼저간 친구들과 실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었다.김민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여,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느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학생은 "한 명도 아니고, 사망자와 실종자 삼백 명이 넘는 대형참사 앞에서 어찌 대통령이 책임없다고 할 수 있느냐"라면서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세월호 추모집회 학생들은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님, 왜? 배에탄 친구들을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나요?
세월호 추모집회학생들은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님, 왜? 배에탄 친구들을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나요?김민수

대통령과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이후, 발언에 나선 다른 여학생은 "나의 꿈은 기자였다"라면서 "내가 그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현장에 있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의 소리였던 것이다.

자유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참석한 학생들은 눈물을 흘렸고, 많은 학생들이 무릎을 꿇은 채 추모집회에 참여했다. 무릎을 꿇어야 할 이들은 무릎 꿇지 않는 현실, 대통령이 유가족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터인데, 오히려 유가족들이 대통령과 구조책임자들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의 발언도 이어졌다.

다음 생애에는 다음 생애에는 함께 공부하고 수학여행 가자
다음 생애에는다음 생애에는 함께 공부하고 수학여행 가자김민수

추모집회 행사장 한 켠에는 '사랑하는 단원고 학생들에게!'라는 편지가 플레카드에 적혀 있었다.

'다음 생에는 배를 버리고 도망가는 선장이 없는 나라에서,
침몰직전 3시간 동안 너희를 두려움에 떨게 하지 않는 나라에서,
자식을 잃고 슬퍼하는 부모님이 대통령에게 무릎 꿇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서 태어나
함께 공부하고 수학여행 가자.'

미안하다 무릎꿇고 미안해 해야할 이들은 너희들이 아니다.
미안하다무릎꿇고 미안해 해야할 이들은 너희들이 아니다.김민수

추모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시종일관 눈물을 흘리며 미안해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단지, 미안해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들을 그렇게 사지로 몰아넣은 이들에게 책임을 뭍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말이다.

'용서하지 않겠다.'

그런 마음들이 보였다. 단순히 '미안해 하고, 분노하는 차원'을 넘어서 있었다.

자유 발언에 나선 여학생은 "오늘 친구들과 이곳에 같이 오려고 했지만, 학원·중간고사 등을 앞두고 이곳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다"라면서 친구들을 마음껏 추모할 수도 없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책임져야할 자들에게 책임을 묻겠습니다"

추모집회 가족단위로 나와 세월호 참사에 관한 피킷을 들고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추모집회가족단위로 나와 세월호 참사에 관한 피킷을 들고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김민수

청계광장에는 청소년들의 추모집회를 응원하는 많은 어른들이 있었으며,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도 있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입시지옥에서 살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지혜롭고 용기가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희망을 본다. 그렇게 아이들의 기를 죽여놓는 사회구조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아이들이 있구나!

세월호 추모 시청앞 광장 추모마당에서 한 시민이 노란리본에 쓰인 글귀들을 읽고 있다.
세월호 추모시청앞 광장 추모마당에서 한 시민이 노란리본에 쓰인 글귀들을 읽고 있다.김민수

그 시간 시청 광장에는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한문 앞에서도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추모의 물결을 불편해 하는 이들, 기어이 이런 물결들을 '종북좌빨'로 몰고, 온갖 꼼수를 부리며 물타기를 시도하며, 지금 이 시점에도 여전히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나 급급한 이들이 있다.

중·고등학생들까지 분노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들의 꼼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청소년들이 외쳤던 구호를 외쳐본다.

"박근혜 대통령님, 왜?"

국가안보란 무엇인가? 국가안보를 위해 일하라고 국민의 혈세로 국록을 받는 이들이 고작 한다는 짓이 어떤 짓들인지 똑똑히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유발언에 나섰던 청소년이 했던 말처럼 대통령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져야할 자들에게 책임을 묻겠습니다."

그 '책임있는 자'의 범주에 대통령은 자신이 포함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발언이나 행태를 보면 아직 대통령은 자신의 그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아이들은 답을 알고 있다.

덧붙이는 글 자유발언자의 실명을 익명처리 했달라고 부탁했기에 본 기사에서 자유발언자의 실명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추모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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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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