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is Fantasy"그를 만나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 'Science is Fantasy' 문구가 그대로 붙어 있다.
남소연
송씨는 대다수의 한국 사람과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기 주관이 분명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빠삭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스스로를 가리켜 '덕후덕후(덕후를 사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일컬을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취향이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여야 '재미'가 있다는 것. 그가 사회적으로 영웅이나 위인 취급을 받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측면에서다. 다른 사람들을 쓸데없이 주눅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 영웅 취급을 싫어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천재랑 영웅은 사람들을 포기하게 만들어요. 천재와 영웅이 뭔가 해주니까 자기는 가만히 앉아서 대리만족을 하게 되잖아요. 세상에는 자기 좋아하는 일 하면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영웅들이 만드는 기준에 안 맞으면 사회적으로 '못난이'가 되어버리는 것도 싫고... 저는 '
덕후'를 좋아해요. 영웅이 많은 사회는 발전하기도 쉽지 않아요."
-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다양한 갈등과 적극적인 자기 주장이 있어야 발전이 있는 건데 영웅이 있으면 사람들이 무조건 영웅 편을 드니까요. MBC 예능 프로인 '라디오스타' 출연했을 때 김구라씨가 저한테
'까칠한' 질문을 자주 했는데 그걸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송호준이 더 대단한 사람처럼 안 나와서 안타깝다'는 게 이유였는데 저는 그게 좀 신기했어요. 그건 재밌자고 하는 예능일 뿐인데. 그런 점에서 '일베' 반응을 가끔 검색해봐요."
- 일베는 왜요?"가끔 독특한 지적들이 있거든요. 작년에 나간
기사에서 작업실 월세 밀렸다고 하니까 일베에서 '그래도 집세는 내야지 이 싸가지 없는 놈아. 집주인은 호구냐'는 비판이 있었어요. 저는 그런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판할 지점은 비판하고 화를 낼 때는 화를 낼 줄 알아야죠. 일베는 솔직함이 도가 지나치고 대체로 인격적인 존중이 빠져있어서 문제가 되는 거고..."
-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건가요?"네. 저도 그동안 했던 작업들을 요즘 되돌아보면서 '내가 이걸 왜 만들었지?'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고 있어요. 그런 질문 있잖아요. 우리는 왜 사는가. 왜 무언가를 창작하고, 만드는가. 사람이 살면서 자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가장 단순한 질문들이 우리 주변에 사라진 것 같아요. 반면 이런 질문 던지기를 방해하는 무슨 멘토나 조언가들은 너무 많죠."
- 그럼 앞으로는 어떡하나요? 인공위성은 이미 쐈고. 그건 한국 사회에서는 충분히 영웅대접을 받을 만한 대단한 일인데요?"강연 가서도 마지막에 '내가 지금까지 한 말 다 믿지 마세요'라고 끝맺음을 해요. 제가 뭔가 한마디 할 수는 있는데 그걸 무비판적으로 믿지는 말아달라는 거예요. 요즘 제 모든 관심사는 어떻게 '셀프 디스'(스스로 깎아내리기) 하고 인공위성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까 하는 거예요.
벌써 1년 내내 이것만 하고 있는데 올해 5월 전시와 유튜브 방송을 마지막으로 인공위성 얘기는 그만 하려고 해요. 저는 잘 모르는 걸 할 때가 재밌고 좀 불안해야 즐거운 사람이에요. 새로운 걸 해야하는데 지금은 인공위성 작업에만 계속 붙들려있으니까 좀 재미가 없어요."
- 5월 전시에는 어떤 얘기가 나오나요? "제가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원래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아주 쉬운 방법으로 전달할 거예요. 인공위성과 송호준에 대해 쌓인 오해를 푸는 게 목적이죠. 5월 1일부터 6월 말일까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는 '아트 스펙트럼전 2014'에 오면 보실 수 있습니다."
"무인기로 '예술'하는 정부... 지금 2014년 맞나"송씨는 이날 인공위성 작업에 대한 사회의 반응 못지않게 최근 사회 전반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세월호 참사, 북한 추정 무인기 발견 등을 지목하며 지난 1년 동안 작가가 잠자코 예술 활동만 하기가 죄책감이 들 정도로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인공위성 작업같은 건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부가 사실 규명보다는 과학과 미디어의 형식을 빌려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데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게 송씨의 주장이다. 그는 "'일단 믿으라'는 정부를 의심하면 다 빨갱이 되는 사회가 됐고 건전한 토론 같은 건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라면서 "지금이 2014년이 맞냐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