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만난 박근혜 대통령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한 뒤 가족대책본부 천막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남소연
[최종신 : 4일 오후 5시 7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실종자 가족들과 만난 데 이어 세월호 사고 지점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바지선으로 이동했다.
바지선 위에서 심해 잠수사를 만난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한테는 마지막 희망이다, 모두 여러분만 바라보고 수색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힘든 상황에서 노력하는 것에 대해 국민 모두가 감사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수고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들의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잠수 요원들에게 "(시신이) 유실될까 봐 실종자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라고 말했고, 군 관계자는 "유실에 대비해 함정을 배치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바지선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어떻게 위로를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실종자 가족의 손을 잡았다. 이에 실종자 가족은 "다른 건 필요없다"라며 "한 사람이라도 유실되지 않게 찾도록 지원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가족은 "잠수부한테 힘을 실어달라"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바지선 2층 선원실에 걸린 '당신들은 우리들의 마지막 희망입니다'라는 현수막을 언급하며 "UDT 대원 모두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하니, 저 분들만 바라보고 믿어야지 어떻게 하겠냐"라며 "그렇게 하도록 독려하겠다"라고 말했다.
▲ '세월호 가족들' "애들 좀 꺼내주세요" 호소... 박근혜 "책임자 엄중문책" ⓒ 박정호
[1신 보강: 4일 오후 5시]
박 대통령 방문에도 실내체육관에 남은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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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얼굴을 왜 보러 가? 그 사람이 우리 애 꺼내준대요?"
팽목항에 가지 않고 체육관에 남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단상의 대형스크린에서 나오는 뉴스 보도를 보며 박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 소식을 접했다. 이들은 '대통령 팽목항 방문' 속보가 뜨자 허탈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응시했다.
동요는 없었다. 실종자 가족 대부분이 체육관 바닥에 앉아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스크린을 바라봤고, 일부 실종자 가족은 체육관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크린 가까이에 누워 뉴스를 보던 한 남성은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가리킨 채 "이제 와서 뭐하는 거냐"라며 옆 사람에게 속삭이기도 했다.
안산 단원고 한 실종자의 어머니는 박 대통령의 방문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 얼굴을 보러 팽목항까지 왜 가냐"며 "그 사람이 우리 애 꺼내주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 했으면 이렇게까지 수색이 늦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 방문, 전혀 기대 안했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자식 낳아서 이렇게 자식이 죽어봤냐"며 "높은 자리 있는 자식 한 명이라도 탔다면 진즉에 (수색)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관에 남아 있던 권오복(60)씨도 "박 대통령이 직접 물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왜 여기까지 내려 왔는지 모르겠다"며 "고생하는 잠수부들 밥 한끼 잘 먹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권씨는 사고 직후 구조된 권아무개(5)양의 큰아버지로 실종된 동생과 조카(권양의 오빠)를 기다리고 있다.
이어 권씨는 "살려 내라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지 꺼내 달라는데도 제대로 안 된다"며 "정홍원 총리가 와도 영이 안 섰는데,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팽목항 방문 소식에 진도 실내체육관에 머물던 실종자 가족 30여 명도 미리 팽목항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오전 11시 6분 기존 체육관-팽목항을 오가던 버스 외에 특별히 마련된 버스를 타고 체육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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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발생 19일째인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남 진도읍 팽목항을 방문했다. 팽목항에 있는 가족대책본부 상황실에 들른 박 대통령은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을 겪어봐 잘 알고 있다, 여러분이 어떠실지 생각하면 가슴이 메인다"라며 "여러분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리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여기 계시면서 마음에 담아두신 이야기를 해주시면 한시라도 빨리 조치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50여 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박 대통령을 보자마자 "숨진 아이들을 어떻게 할 거냐", "언제까지 꺼내줄 수 있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대통령님 질문이 있습니다. 여기 계신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해수부의 실종자 수색 작업 등 사고 처리의 무능력을 질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사고에 책임 있는 사람, 죄를 지은 사람들은 철저히 밝혀서 엄벌에 처할 것"이라며 "공직자와 정부 관계자도 책임을 못다한 사람은 엄중 문책하겠다"라고 밝혔다.
사고 이후 두번째 방문... '사과'는 언급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