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대신 이름표만...지난 4월 2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안쪽 벽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표가 내걸려 있는 모습.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이 조문하는 과정에서 유족들의 항의로 박 대통령의 조화가 영결식장 밖으로 쫒겨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권우성
저마다 나이, 신분, 배운 게 다르지만 발언의 본질은 같다. '왜 세월호 참사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을 탓하느냐'는 안타까움이요, 억울함이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이 배를 뒤집기라도 했다는 말이냐"라는 날소리와도 실로 일맥상통하지 않은가.
한 무리의 인간들이 떼로 뱉어내는 이런 소리들은 어쩌면 "시체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 세월호 참사는 ('무능한 박근혜 퇴진'과 아울러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봉기를 위한) 거대한 불쏘시개"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입니다"라는 일부 극우인사들의 독기 가득한 돌출발언들보다 훨씬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걸핏하면 북한을 끌어들이려는 계산된 발언이 아니라 '진짜 몰라서' 굳어진 철옹성같은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옛날 임금들은 인재(人災)가 아니라 가뭄 같은 천재(天災)가 들어도 자신의 책임이라며 근신했다"는 실록 차원의 역사 이야기는 씨도 안 먹힐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헌법을 꺼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제10조)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35조 제⑥항)라는 조항을 읽어줘도 별 반응이 없을 것이다.
더불어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제7조 제①항)는 헌법에 따라 '공무원의 수장'인 대통령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을 해도 설득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이들에게 임금의 근신과 자책은 임금이 곧 국가였던 전제시대의 고리타분한 비과학적(미개한!) 관습일 뿐이다. 헌법에서 유추되는 대통령의 책임이란 다만 선언적인 의미일 뿐이다.
세월호에 사람과 짐을 규정 이상으로 실었으면 선박회사 현장 직원들이나 그걸 관리감독하는 공무원, 경찰의 책임이다. 배가 침몰할 때까지 관련 문제를 몰랐으면 해경 등 공무원의 근무 태만이다.
대통령을 '방어'하는 이들에 따르면, 가라앉는 배에 사람들을 그대로 방치한 것은 선장의 '살인 행위'다. 승객을 재빨리 구조하지 못한 것은 현장의 해경과 해군의 능력 부족이지, 어찌 대통령의 잘못인가라고 한다. 더 위로 올라가더라도 선박회사 임직원들과 그 소유주, 해경과 해운항만청 간부들의 관리감독 책임이지, 해당 장관들도 이번 사건에서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다. 이것이 이들의 논리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