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인 15일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교사촛불에 참석한 교사와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박호열
스승의 날은 아이들과 선생님의 작은 축제의 날이다. 오늘은 단원고에서도 스승의 날이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다. 한 달 전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과 선생님들은 바닷속 깊이 갇혀버렸다. 행복해야 할 스승의 날에 정작 그 주인공들인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들은 오늘, 이 자리에, 없었다.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세월호가 침몰하지 않았다면, 골든타임에 정부가 제대로 구조만 했다면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예쁘게 꾸몄을 교실과 그 교실을 보고 뿌듯해 했을 선생님들. 이날 집회에는 그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썼을 가상의 스승의 날 편지가 낭독됐다.
"한 달 전 그날이 없었더라면,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스승의 은혜를 불러 드렸을 텐데… 선생님은 저희들의 짧은 생에서 가장 좋은 선생님이셨고,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참 스승이셨습니다. 저희도 가장 예쁜 제자였고요. 선생님, 그래도 끝까지 저희를 지켜주셨던 선생님이 계셔서 조금은 덜 춥고 덜 무섭습니다. 선생님, 우리 다음 생애에 태어나면 다시는 아프지 않는, 다시는 숨 막히지 않는, 다시는 공포스럽지 않은 세상에서 만나요. 그땐 저희가 예쁜 카네이션 선생님 가슴에 달아 드릴게요. 선생님 사랑해요."
"너희를 지켜주지 못한 선생님을 끝까지 너희를 지켜주었다고 위로하는구나. 아이들을 잃어버린 교사가 어떻게 스승일 수 있겠니. 너희를 지키지 못한 선생님은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지. 너희를 지키지 못한 대한민국이 부끄럽기만 하다. 차가운 바다에서 나는 누구보다 사랑으로 가르치고 싶었어. 그리고 너희들을 큰 품으로 안고 싶었다. 너희들 곁에 내가 있어. 걱정하지 마 언제나 너희를 지켜줄게. 너희들 모두를 사랑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안타까움과 슬픔에만 머물지 않고 진실규명을 위해 촛불을 들었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진실규명 없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얘들아 미안해 선생님이 밝혀줄게!"교사촛불 사회를 맡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안산지회 정태연 사무국장(성호중 교사)은 "진실규명 없는 전두환씨의 사과를 광주시민이 받아 줄 수 없었던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규명 없는 사과를 유가족이 받아들이고, 안산시민이 납득하겠느냐. 우리가 밝힐 수밖에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