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300 행님', 장난 아입니데이"

동아방송대학가 식당 임칠성씨가 사는 법

등록 2014.05.16 13:47수정 2014.05.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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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방송대(안성 삼죽) 학생들 사이에선 임칠성씨를 모르면 간첩으로 통한다. 그가 5년 전 대구생활을 뒤로 하고, 이 자리로 올 때만 해도 소문이 흉흉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저 형님, 장난 아니다. 주먹으로 사고치고 여기로 이사 온 거 같다"란 소문이 났었다.


그럴 만도 했다. 키가 187cm에 떡 벌어진 어깨, 팔에 난 칼자국 같은 흉터 등 그의 외모가 그 소문을 자극했다. 그가 벌교(대한민국 주먹의 메카) 출신이라는 것도 큰 몫을 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300 행님'으로 통했다.

a 임칠성 사장 임칠성 사장은 요즘도 거의 하루에 2~3시간을 잔다고 했다. 자신의 꿈을 향해 가려고 철저한 자기관리(체력관리)를 하기에 가능하다. 이런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동아방송대 학생들은 그를 일러 '300 행님'이라 불렀다.

임칠성 사장 임칠성 사장은 요즘도 거의 하루에 2~3시간을 잔다고 했다. 자신의 꿈을 향해 가려고 철저한 자기관리(체력관리)를 하기에 가능하다. 이런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동아방송대 학생들은 그를 일러 '300 행님'이라 불렀다. ⓒ 송상호


지금도 하루에 2~3시간 잠자?

'300 행님'이라니. 그건 영화 '300'에서 따온 거다. BC 480년. '크세르크세스' 왕이 이끄는 페르시아 100만 대군을 상대로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는 300명의 스파르타 용사들을 이끌고 '테르모필레 협곡'을 지킨다는 내용이다. 300명이 백만 대군을 상대하는 전설의 주인공 스파르타 왕을 빗댄 별명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지금도 그의 별명이 '300 행님'으로 불린다. 단지 지금은 그 이유가 다르다. 그를 몇 년간 겪어본 학생들이 그의 어떤 면을 본 걸까.

그는 1년 365일(겨울에도) 반팔로 다닌다. 왜? 식당 설거지를 하려면 반팔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르바이트생들과 똑같은 반팔 유니폼을 입고 일한다. 굳이 사장과 직원을 구분하기 싫어하는 그의 고집 때문이다. 


"이 자리에 온 날부터 지금까지 거의 하루에 2~3시간 잠자요. 낮 3시에 출근해서 그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일하는 건 기본이죠. 어떤 때는 48시간 잠 안자고 연속으로 일한 적도 있어요."

헉, 그게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할까. 그의 비결은 운동으로 인한 체력관리였다. 그렇다. 철저한 자기관리덕분이다. 그동안의 운동 이력은 '보디빌딩, 카레이스, 탁구, 배구, 육상'등이고, 요즘은 배드민턴 동호회에 들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그의 체력을 보고 '300 행님'이라고 저절로 말할 수밖에 없다.


이혼하고 가라던 아내, PPT로 설득해

5년 전 그가 대구에서 상경할 때, 주변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심지어 아내와 장인어른도 이혼하고 올라가라고 했단다. 대구에서 내로라하는 외식업 체인본부장이었던 그였다. 꽤나 괜찮은 월급에 안정된 생활을 뒤로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렇다고 지금의 자리가 5년 전부터 좋았느냐. 그땐 허허벌판의 느낌이었다. 모두가 장사가 안 된다며 몇 개월 하고 나가던 장소였다. 20평짜리 조그만 식당에 자리 잡으려고 할 때, 그의 동생은 펑펑 울었다고 했다. 형이 뭐가 모자라서 이러느냐면서.

우선 그는 PPT를 작성해 아내를 설득했다. 대구에서 학원원장을 하던 아내였다. '월별, 주별, 일별, 시간대별' 고객층을 분석하고, 매출과 손익계산서를 치밀하게 계산해서 PPT 자료에 담았다. 아내를 겨우 설득한 후 주변 사람들을 그렇게 설득해나갔다.

모두가 안 된다고, 미쳤다고 한 그곳을 왜 그는 고집했을까. 그가 아는 형님 때문에 우연히 이곳을 본 후, 왠지 모를 승부욕이 불탔던 거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승리의 요인을 그는 잡아냈던 거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안 된다는 곳에서 내가 한 번 해보리라는 도전 의욕이 그를 자극했던 거다.

거듭된 실패가 그를 '300 행님'으로 거듭나게 해

대구에서 외식업계만 15년 있었다는 그. 크라운 베이커리 사업을 하다 말아먹고, 커피전문점도 하다 재미 못 보고, 피자회사도 다녔다. 겨우 자리 잡은 체인점 본부장까지. 그가 여기에서 도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그가 말한다.

"전에 넘어져도 봤고, 쓰러져도 봤어요. 이젠 어렵다, 안된다, 힘들다, 뭐 이런 단어는 내 머릿속에서 싹 지웠어요. 제가 좀 특이한 놈이죠. 하하하하"

그는 사람을 중요시 한다. 그가 실패해본 결과 남는 건 사람이란 걸 알았다. 그가 개발한 그만의 식당비법을 매개로 식당 분점을 내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는 함부로 내주지 않는다고 했다.

먼저 이 식당에 절박한 사람을 찾는다. 돈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 식당만 차려놓고 사장으로서 폼 잡으려는 사람은 사양이다. 그가 함부로 분점을 내주지 않는 것은 생계형 식당을 내어 시작했다가 쓰러지면 못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실패해본 그는 잘 안다. 남의 인생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맘 때문이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길게 멀리보고 가겠다고 했다. 어디까지? 그의 꿈까지. 그의 꿈은 자신이 개발한 이 식당의 분점을 1000개 내는 것이고, 현재 1곳을 내준 상태이고, 다른 한곳은 이야기 중이다.

a 임칠성 사장과 노경현 매니저 그는 대구에서 몇 번 외식업을 실패하고 나서 깨달은 게 있다 .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그래서 그는 자신과 함께 나갈 사람을 키우기로 했다. 그가 키우는 사람은 노경현 매니저이며, 장사 내내 함께 설거지하고 청소하며 그의 비법을 전수한다고 했다. 더불어 간다는 그의 철학이 작용했다.

임칠성 사장과 노경현 매니저 그는 대구에서 몇 번 외식업을 실패하고 나서 깨달은 게 있다 .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그래서 그는 자신과 함께 나갈 사람을 키우기로 했다. 그가 키우는 사람은 노경현 매니저이며, 장사 내내 함께 설거지하고 청소하며 그의 비법을 전수한다고 했다. 더불어 간다는 그의 철학이 작용했다. ⓒ 송상호


그는 혼자만 커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는 듯 보였다. 그는 매니저 노경현씨를 키우고 있다. 매니저와 똑같이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서빙하며, 그의 비법을 전수해주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노력하고 노동해서 자수성가하겠다는 남자. 그러고도 나 혼자만 잘 사는 게 아니라 여기에 관련된 사람과 더불어 잘살겠다는 남자. 동아방송대 학생들에게 참으로 좋은 본을 보이는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300 행님'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14일, 임칠성 사장이 운영하는 동아방송대 앞 식당에서 이루어졌다.
#식당 #자영업 #임칠성 #동아방송대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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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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