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거부' 길환영 사장 "좌파노조 방송 장악 막겠다"

일부 기자들과 기자회견 "'청와대 개입'은 왜곡"... 비판적 인터넷매체 배제

등록 2014.05.19 17:30수정 2014.05.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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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자리 떠나는 길환영 KBS 사장 길환영 KBS 사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이희훈


[2신 보강 : 19일 오후 7시 20분]
길환영 "좌파노조의 방송 장악 막겠다"

사퇴 거부를 선언한 길환영 KBS 사장은 19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좌파노조에 의해 방송이 장악되는 것을 반드시 막겠다"고 밝혔다. KBS 공정성·독립성 논란이 박근혜 정부의 방송장악 파문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길 사장의 인식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길환영 사장은 최근 KBS 사태에 대해 "복합적인 파워게임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시곤 전 국장의 발언은 노사 공정위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는 통상적인 것"이라면서 "기자협회에서 강경에 나왔다, 1·2노조가 이 건을 계기로 명분 없는 불법 파업을 하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1·2노조는 KBS 양대 노조인 KBS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를 의미한다.

그는 특히 새노조를 향해 "기자협회(회원)의 80%가 노조원으로 있다, 이성을 되찾고 보도본부의 공정성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노조가 상당히 정치적인 성향을 많이 띄고 있다"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파업을 시도하고, 좌파 노조에 의해 방송이 장악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길 사장은 이날 노조·새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대해 "격앙되어 있는 상태다, 무력·폭력으로 출근 저지를 당했다, 이렇게 무력으로 해결하려 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라면서 "명분 없는 파업 결의(를 하고), 사장과의 대화도 하지 않고 곧바로 절차도 무시하고 목적도 불온전한 파업을 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회사 이미지도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차 청와대의 KBS 인사·보도 개입을 부인했다. 그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왜곡, 과장되게 발언을 하여 놀랍다"고 전했다. 그는 김 전 국장의 사퇴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청와대에서 보도 관련한 연락도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길 사장은 이날 오후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김 전 국장의 사퇴 문제로 청와대와 연락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중간에 BH(청와대) 쪽에서 정무·홍보수석이 오전 중에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다음에 저한테 그런 내용이 전달이 됐다"면서 "'KBS 문제로 이러저러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매우 사태가 심각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해서 제가 '오전에 이미 유족들을 만나기로 해서 그런 뜻을 전달을 했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길 사장은 보도본부에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는 요구를 한 것도 인정했다. 그는 "실종자들이 그 해경을 믿고 잠수부 한 사람이라도 들어가서 실종자를 수습해달라고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해경을 비판할 때가 아니다, (해경을) 북돋우고 신속하게 많은 사람을 수습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차원에서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시곤 전 국장 후임으로 임명된 백운기 보도국장이 사퇴했다. 그는 임명 전 청와대 인사와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KBS는 새 보도국장에 박상현 보도본부 해설위원실장을 임명했다. 또한 공석인 보도본부장에 이세광 현 해설위원을 임명했다. 최건일 새노조 홍보국장은 "두 사람 모두 무난한 인물이다, 기자들을 자극하지 않는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1신 : 19일 오후 5시 30분]

길환영 사장이 사퇴를 거부했다.

길환영 사장은 19일 오후 3시부터 열린 KBS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총회에 참석한 KBS 기자들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임기에 연연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것(사퇴)을 얘기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KBS 사장은) 보도뿐만 아니라 제작, 경영, 기술 등 모든 분야를 총체적으로 아울러서 책임져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가 그 동안 보도본부의 비민주적인 취재, 보도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길 사장을 통해 KBS 인사와 보도에 개입했다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를 두고 "업무상 대화가 그런 식으로 과장 왜곡될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PD 출신이다, 보도에 대해 잘 모른다, 뉴스에 문외한"이라면서 "그렇지만 KBS를 대표하는 사장이기 때문에 뉴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김 국장한테 많은 의논을 했다"고 밝혔다.

길환영 사장은 "(김 국장이) 5시쯤 큐시트 보내고 전화하면, '이건 뭐에요'라고 묻는다, 내가 뉴스를 전혀 잘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김 국장과 나눈 대화는 내가 물어본 것일 수도 있고 내 의견을 제시한 것일 수 있는 그 정도"라고 해명했다. "과정 왜곡돼서 마치 사장이 모든 면에서 사사건건 개입, 간섭했다고 확대 해석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청와대가 KBS에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는 김 전 국장의 폭로에 대해 "세월호 관련해서 취재 제작에 수고한 기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보도국에 내려간 적이 있다"면서 "대통령이 진도를 두 번째로 방한 후에 해경을 믿을 수밖에 없는 참담한 심정을 전달받았다, 현장 분위기를 전달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 4시 20분께 길환영 사장은 일부 통신사·일간지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최근 KBS 사태에서 길환영 사장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인터넷 매체들은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없었다.

KBS 홍보실은 "장소 관계상 모든 기자들을 다 부르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면서도 일부 매체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길환영 사장, 사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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