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대변인이자 세월호 희생자 유예은 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씨. 그는 강론을 통해 "남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유가족들이 이 나라를 떠나는 결정을 하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현진
"한 달 뒤에도 잊지 않겠습니다.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해 주십시오."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故) 유예은 양의 아버지이자, 현재 유가족 대변인을 맡고 있는 유경근씨는 강론을 대신한 자리에서 참가자들에게 "잊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유경근씨의 둘째 딸 유예은 양은 참사가 일어난 지 일주일 만인 4월 23일 오전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해경의 구조를 기다리던 4층 복도 그 자리에서 발견됐다.
유경근씨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는 아직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면서도, 딸이 구조되기 직전 해경이 구조를 포기하고 철수한 사실과 탈출 방송조차 하지 않았던 점, 구조 과정에서 겪었던 무능과 무책임 등을 들며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그에 앞선 유가족 대표 면담 내용을 언급하면서, "유족들이 바란 것은 아직 남아 있는 실종자 구조였고, 그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호소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대국민담화에서 그 문제는 언급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경근씨는 "대통령 담화 내용으로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잊혀지고 버려졌다'고 여기게 됐다"면서, "예상치 못한 해경 해체 결정으로 박근혜 정부가 이 문제를 크게 보고 있다고 속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종자 구조와 그 다음의 진상규명이다. 나머지 조치들은 철저한 진상규명 뒤에 자연히 이뤄질 일"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정권을 지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침몰하느냐 다시 떠오르느냐의 문제입니다. 정권의 문제가 아니죠. 그러나 특히 정치하는 이들이 와서 하는 말은 항상 정권의 문제입니다. 어떻게 하면 정권을 지킬까 또는 끌어 내릴까. 이 일은 그런 단순하고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정권의 존재유무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임기 5년짜리 정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가 정권 비판을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정도로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입니다."유경근씨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이라면서, "가장 큰 위로는 잊지 않겠다는 말이다. 함께 목소리를 내고 무엇이라도 해 달라. 서명에 동참하고 노란 리본을 함께 달아 달라"고 당부했다.
유경근씨는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문제가 됐다"면서,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진상규명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밝히고, "작은 힘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함께 참여해서 대한민국을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