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각 제복 입는 이 남자, 멋지네

구미시 형곡2동자율방범대 성대현 부대장의 하루

등록 2014.05.23 16:33수정 2014.05.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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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형곡2동자율방범대 성대현 부대장 낮에는 자동차 정비센터 사장으로 바삐 일하며 밤에는 동네를 지킨다. ⓒ 김도형


낮에는 각자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우리 동네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변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율방범대 사람들이다.


자율방범대 대원들은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음식점, 샤시유리설비, 자동차 정비, 회사원, 민원서비스맨, 인테리어, 가정주부, 건축업, 학원장, 마트사장, 특전사 동지회 등 출신 성분이 다양하다.

내가 거주하는 구미시 형곡2동에는 15년 전부터 의롭고 건강한 젊은 청년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결성한 형곡2동자율방범대가 있다. 나 또한 지난 2010년부터 형곡2동자율방범대에 들어가 맡은 요일에 자율적으로 방범활동을 하며 형곡동 관내를 야간순찰하고 있다.

마침 형곡2동자율방범대의 성대현 부대장과 함께 순찰을 돌게돼 방범대의 일상을 취재해봤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순박한 성품을 지닌 성대현씨. 그는 현재 형곡2동 자율방범대의 부대장직을 맡고 있고, 낮에는 자동차정비센터의 사장으로 근무한다. 일거리가 밀려 바쁜 날이면 밤늦게 까지도 불을 밝히며 일하지만, 자율방범대 근무 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제시간에 초소로 도착해 제복으로 갈아입는다.

성대현씨는13년 전부터 우직하게 방범대원으로 봉사활동을 해오며 밤마다 온동네 구석구석을 순찰한다.


성대현씨는 순찰도중 가로등이 나무에 가려 어두컴컴한 공원의 정자에 청소년들이 몰려 앉아 있어, 순찰차에서 내려 아이들에게 다가가 집에 일찍 들어가라고 타이른다.

청소년들이 흡연을 하는 상황이라도 목격되면 담배 같은 경우는 판매처를 알아내 경찰서에 통보를 하고, 흡연한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게해 금연을 할 수 방향으로 조언해주기도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율방범대원들 말을 귀담아 들으며 잘못했다는 용서를 구한 뒤 웃으며 집으로 되돌아 간다고. 하지만, 때로는 흡연하다가 들킨 청소년들의 경우 부리나케 골목으로 도망을 치는 경우도 있단다.

밤늦게 나돌아 다니는 청소년들이지만 방범대원들에게는 하나같이 모두가 자식같은 아이들이다. 그런 이유로 청소년들에게 처음에는 엄격한 목소리로 얘기하지만 이내 곧 웃으며 잘 타일러 집으로 되돌아 보내는 것이 자율방범대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외에도 형곡2동자율방범대는 청소년이  방학을 시작하게 되면 방범체험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든다. 학생들을 인솔하며 동네곳곳을 다니게 해 청소년들이 직접 방범활동을 경험해보게 한다. 이렇게 함으로서 밤늦게 배회하는 청소년들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자세를 가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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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형곡2동 하계 청소년 방범체험 봉사활동 청소년들이 청소년들의 밤늦은 배회를 목격하며 선도활동을 하기도 한다. ⓒ 김도형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그다지 잘 모르고 있는 자율방범대는 민간이 조직한 자체 단체로서 무보수 봉사직이다.

전국에 있는 자율방범대들은 민간단체이지만 관계기관에서 지원을 받으며 봉사활동을 하는데, 크게 두 종류의 기관이 자율방범대를 지원해주고 있다. 시와 군의 지원을 받는 방범대와 경찰서 소속으로 지원을 받는 방범대로 보통 나뉜다.

형곡2동 자율방범대는 구미시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경찰서의 지원을 받는 방범대와는 복장에서 차이가 있지만 방범활동 사항에 있어서는 똑같다. 주로 순찰활동에 필요한 경광봉이라든가, 방범대 제복, 전기세 지원 등이며 형곡2동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자율방범 후원회에서 컵라면과 같은 간식을 지원해주고 있다.

형곡2동 자율방범대는 생업을 마치고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활동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의로운 사람들이 모여 정을 더욱 돈독히 쌓아가는 것이 자율방범대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형곡2동자율방범대에는 공교롭게도 72년생 쥐띠들이 5명이나 있다. 서로가 바쁜 생업 와중에도 일손이 필요하면 시간을 쪼개서 도와주고,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해 살맛나는 모습을 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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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곡2동 자율방범대 72쥐띠 친구들, 바쁠때면 서로를 도와준다. 방범대에서 만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이웃이 된다. ⓒ 김도형


이들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신의 가족과 이웃이 밤늦게 편안한 밤을 잘 수 있게 하는 것을 보람으로 삼으며 밤늦은 시간에 제복으로 갈아 입는다.

성대현 부대장은 "오랫동안 형곡2동자율방범대에서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경기가 어려워 생업에 종사하기도 바쁜 탓인지 방범대원으로 신규 가입하는 사람들이 없다"라면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한결같이 정의로운 마음을 간직한채 자율방범대 활동을 해온 성대현씨와 같은 듬직한 사람들이 있기에 방범대의 뿌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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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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