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읊다 연행된 송경동 시인
"박근혜 혼자 구명복 입고 탈출"

[인터뷰] 경찰 연행 뒤, 전치 4주 입원한 송경동 시인

등록 2014.05.26 21:39수정 2014.05.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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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차 오른 송경동 시인 세월호 참사 39일째인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차 범국민촛불행동'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중 일부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송경동 시인이 방송용 승합차 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 시인은 잠시 뒤 경찰에의해 강제로 끌려내려와 연행되었다.
방송차 오른 송경동 시인세월호 참사 39일째인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차 범국민촛불행동'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중 일부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송경동 시인이 방송용 승합차 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 시인은 잠시 뒤 경찰에의해 강제로 끌려내려와 연행되었다.권우성

시인은 시를 읊었다. 그는 "돌려 말하지 마라, 온 사회가 세월호였다"며 시민들을 향해 말했다. 곧 경찰이 그를 포위했다. 발목을 다쳐 지팡이를 쥐고 있었지만 사지가 들린 채, 경찰차에 옮겨졌다. 경찰서에서 이틀을 보낸 뒤 병원에 입원했다. 우측 세 번째 가슴뼈가 골절됐단다. 전치 4주의 진단이 나왔다.

그는 '거리의 시인' 송경동(47) 시인이다. 송 시인은 지난 24일, 오후 10시경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차 위에 올라 시를 읊다가 연행됐다. 특수공무집행 방해, 일반도로교통방해, 집시법등 세 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날 '천만의 약속' 범국민 촛불행동이 끝나고 추모 행진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경찰을 책임 탈출에 악용"

그는 2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추모 시민에 대한 잇따른 경찰의 연행을 비판했다. 5월 들어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시위로 연행된 시민은 300명이 넘는다. 지난 17, 18일 이틀 사이에만 215명이 연행된 바 있다. 

그는 "국민은 대통령에게 문제 제기를 하거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며 "지금은 의사 전달의 통로를 막고 오히려 추모 시민을 폭력하고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에게 향하는 책임을 공권력을 동원해 틀어막고 있다"며 "공권력이 박근혜의 책임 탈출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남고려병원에 입원 중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거침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조치도 강하게 비판했다. 책임을 주변에게만 돌리고 자신은 그 책임을 모면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랫사람은 단죄하면서 자신은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며 "남재준 전 원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 주변의 책임으로 돌리고 혼자만 구명복 입고 탈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남 전 원장, 김 전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한 바 있다. 사실상의 경질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구조자 0명'의 책임을 묻기 위해 그는 박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 대신 그는 시인의 언어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선장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구속됐듯이 신고 이후 '구조자 0명'을 기록한 대한민국의 선장, 박 대통령도 구속돼야 한다, 그게 공평한 게 아니냐"고 강조했다.


2001년 등단한 그는 천상병시문학상, 신동엽창작상을 받은 바 있다. 주요 저서로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꿀잠> 등이 있다.

그는 이날 오후 7시 30분경, 석방됐다. 병원에 함께 있던 경찰관은 철수했다. 구금 기한인 48시간을 2시간 여 앞둔 시간이었다. 다음은 송경동 시인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개인으로 참가했는데, 경찰은 주동자로 몰았다"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종각 사거리로 행진하던 중 송경동 시인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종각 사거리로 행진하던 중 송경동 시인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연합뉴스

- 연행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차량 위에서 아래로 끌어내려졌다.
"추모 행진 도중에 방송차 위에 올라가 세월호 추모시를 낭송했다. 원래 발목이 안 좋아서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은 상태였고, 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갑자기 경찰이 차 주변을 둘러쌌다. 경찰 10여 명이 차 위로 올라왔다. 굉장히 위험한 순간이었다. 어두워 앞도 잘 보이지 않았고, 잘못하면 사람이 압사당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경찰은 무리했다."

- 연행 당시 경찰이 고지한 사유는?
"연행할 때는 고지 안 했다. 현행범이라도 체포 사유를 고지해야 하는데 전혀 없었고, 경찰차에 태우려고만 했다. '고지 안 하고 연행할 수 있냐'고 항의했더니 경찰 차에 태우고 나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등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특수공무집행 방해. 일반도로교통방해, 집시법등 세 가지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경찰은 그런 혐의보다도 24일 오후 4시부터 10시 반까지 집회 주동자로 몰아가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아니고 순순히 개인 자격으로 행진에 참가한 시민이었는데도 말이다."

- 왜 주동자로 몰아간다는 것인가?
"모르겠다. 차 위에 있을 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추모시를 낭송해야겠다, 규탄의 말이라도 해줘야겠다고 신청해서 마이크 잡았다."

- 조사과정에서 부당한 점은 없었나?
"경찰이 저를 미행하고 불법적으로 사찰했다. 경찰은 조사하면서 '24일 오후 6시 50분경, 추모 대회 무대 옆편 골목길에서 누구누구 등과 집회를 모의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집회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 몇 시 어디서 만난 것인지 기억은 안 난다. 하지만 그들이 저를 채증해서 증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질문이 가능한 것이다. 경찰이 유가족들을 미행하다가 걸리지 않았나. 연행하기 전부터 그날 나를 사찰했다는 것이다."

- 현재는 입원 중이다. 가슴뼈가 뿌러졌단다.  
"경찰은 연행하면서 팔을 꺾고 목을 졸랐다. 또 차 위에서 끌어내릴 때, 땅에 던지다시피 했다. 그러고 나서 누군가가 내 가슴을 계속 쳤다. '누가 사람을 때리냐'고 계속 항의를 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우측 세 번째 가슴뼈가 골절됐다. 목도 다쳤다. 어제 일요일이서 병원을 못 갔고 오늘에야 병원 가서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대한민국의 선장, 박근혜도 구속해야... 그게 공평"

"청와대로 가자!" 강제해산 나선 경찰과 충돌 세월호 참사 39일째인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차 범국민촛불행동'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중 일부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종로2가 보신각앞에서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도하는 참가자들을 경찰이 강제해산시키고 있다.
"청와대로 가자!" 강제해산 나선 경찰과 충돌세월호 참사 39일째인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차 범국민촛불행동'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중 일부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종로2가 보신각앞에서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도하는 참가자들을 경찰이 강제해산시키고 있다.권우성

- 세월호 침몰 시민 추모에 대해 경찰은 대규모 연행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24, 25일까지 300여 명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 주권자인 국민은 대통령에게 문제 제기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의사전달의 통로를 막고 오히려 추모 시민을 폭력하고 연행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반성이 어떠해야 하는지 전혀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지금의 연행은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모든 이들에 대한 통제다. 대통령에게 책임이 전달되는 것을 엄청난 공권력을 동원해 틀어막는 것이다. 완전 불통이다. 이는 본인에게 주어지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공권력이 박근혜의 책임 탈출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

- 세월호 사고를 어떻게 보셨나.
"1차 책임은 선장을 비롯한 선원이다. 또 이윤을 위해 과적하고 평형수 덜어낸 청해진해운도 단죄를 받아야 한다. 구조 신고가 접수된 이후 책임은 정부에 있다. 군, 해경의 지휘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지금 돌아가는 것을 보면 아랫사람은 단죄하면서 자신은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 주변의 책임으로 돌리고 혼자만 구명복 입고 탈출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책임져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래야 나라가 안전해진다고 생각한다. 1시간 반 동안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하고 온 국민이 상주가 돼버린, 그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인의 표현이니 이해하고 그대로 써달라. 세월호 선장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구속됐듯이 세월호 신고 이후 한 시간 반 동안 '구조자 0명'을 기록한 대한민국의 선장, 박 대통령도 구속돼야 한다. 그게 공평한 게 아니냐."
#세월호 침몰 사고 #송경동 시인 #박근혜 대통령 #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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