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차 오른 송경동 시인세월호 참사 39일째인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차 범국민촛불행동'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중 일부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송경동 시인이 방송용 승합차 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 시인은 잠시 뒤 경찰에의해 강제로 끌려내려와 연행되었다.
권우성
시인은 시를 읊었다. 그는 "돌려 말하지 마라, 온 사회가 세월호였다"며 시민들을 향해 말했다. 곧 경찰이 그를 포위했다. 발목을 다쳐 지팡이를 쥐고 있었지만 사지가 들린 채, 경찰차에 옮겨졌다. 경찰서에서 이틀을 보낸 뒤 병원에 입원했다. 우측 세 번째 가슴뼈가 골절됐단다. 전치 4주의 진단이 나왔다.
그는 '거리의 시인' 송경동(47) 시인이다. 송 시인은 지난 24일, 오후 10시경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차 위에 올라 시를 읊다가 연행됐다. 특수공무집행 방해, 일반도로교통방해, 집시법등 세 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날 '천만의 약속' 범국민 촛불행동이 끝나고 추모 행진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경찰을 책임 탈출에 악용"그는 2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추모 시민에 대한 잇따른 경찰의 연행을 비판했다. 5월 들어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시위로 연행된 시민은 300명이 넘는다. 지난 17, 18일 이틀 사이에만 215명이 연행된 바 있다.
그는 "국민은 대통령에게 문제 제기를 하거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며 "지금은 의사 전달의 통로를 막고 오히려 추모 시민을 폭력하고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에게 향하는 책임을 공권력을 동원해 틀어막고 있다"며 "공권력이 박근혜의 책임 탈출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남고려병원에 입원 중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거침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조치도 강하게 비판했다. 책임을 주변에게만 돌리고 자신은 그 책임을 모면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랫사람은 단죄하면서 자신은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며 "남재준 전 원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 주변의 책임으로 돌리고 혼자만 구명복 입고 탈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남 전 원장, 김 전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한 바 있다. 사실상의 경질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구조자 0명'의 책임을 묻기 위해 그는 박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 대신 그는 시인의 언어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선장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구속됐듯이 신고 이후 '구조자 0명'을 기록한 대한민국의 선장, 박 대통령도 구속돼야 한다, 그게 공평한 게 아니냐"고 강조했다.
2001년 등단한 그는 천상병시문학상, 신동엽창작상을 받은 바 있다. 주요 저서로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꿀잠> 등이 있다.
그는 이날 오후 7시 30분경, 석방됐다. 병원에 함께 있던 경찰관은 철수했다. 구금 기한인 48시간을 2시간 여 앞둔 시간이었다. 다음은 송경동 시인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개인으로 참가했는데, 경찰은 주동자로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