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후보 행차에 학생들 수업 빼먹고 풍물 공연

[발굴] 미동초 방문에 초등생 110명 동원... 문 후보 "수업 결손 몰랐다"

등록 2014.05.28 18:34수정 2014.05.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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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 문용린 선거사무소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선 문용린 후보의 선거운동에 초등학생 110명이 동원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학교 교장은 "문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퇴임 교장의 전화를 받고 학생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한 반면, 문 후보 쪽은 "우리가 동원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초등학생 110명 공연... 정규 수업 무더기로 결손

28일 서울 미동초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교육감 출신 문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20분부터 오전 11시까지 이 학교를 방문해 학생 공연 관람과 학부모 간담회를 가졌다. 개인적인 선거운동의 일환이었다.

이날 이 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 공연에 참가한 3~6학년 초등학생들은 합창단 40여 명, 풍물 동아리 30여 명, 태권도 동아리 40여 명 등 모두 110여 명이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모두 이날 2~3교시 정규수업 가운데 일정 시간을 빼먹은 채 문 교육감 앞에서 공연한 것으로 나타나 '수업 결손'과 '학습권 침해'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 유정옥 교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학생들이 5분 정도씩 공연했기 때문에 오고가는 시간까지 15분 정도의 수업결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공연을 본 문 후보는 이 학교 교장에게 "등줄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적이라고 말했다"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인사는 전했다.

이날 공연은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해 급작스럽게 준비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 교장은 "어제(27일) 저녁 6시 반쯤에 문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퇴직교장이 전화를 걸어와 문 후보가 내일(28일) 오전에 학교를 방문하고 싶어 한다. '학교에서 활동하는 것 없느냐?'고 물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늘 누가 오면 그런 것(학생 공연)을 했다고 말했다"고 학생들이 공연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문 후보의 방문 사실을 뒤늦게 전달 받은 이 학교 교직원들은 퇴근 시간 뒤에 초비상 상태였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전언이다. 학생에게도 전화를 걸었고, 학부모들에게 이 소식을 전화로 알렸다. 이는 학부모 간담회 준비를 위해 학부모도 동원해야 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전 미동초에 직접 나와 문 후보의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는 40여 명이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이번 행사는 문 후보가 명백한 선거활동을 하는 것인데 교육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협조하는 게 아니냐는 판단에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교장과 교사 등과 같은 공무원이 직접 선거운동을 하거나 그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협조하는 것은 위법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학생과 학부모 동원에 대해서는 위법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참교육학부모회 "묵과 못해"... 문용린 "수업 결손 몰랐다"

강혜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선거운동에 나선 문 후보를 위해 초등학생이 수업을 못 받는 사태가 발생하고 학부모까지 동원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은 기막힌 행태에 대해서는 문 후보와 이 학교 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 교장은 "동아리 활동 활성화 건의를 위한 자리였기 때문에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주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를 동원한 게 아니었다"면서 "나는 다른 후보가 오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쪽 관계자는 "문 후보는 교장과 대화를 한 뒤 나오는 길에 학생들이 (정규)수업을 하는 줄 알고 공연을 잠깐 봤다고 한다"면서 "선거운동 기간인데 학생과 학부모를 동원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이 수업 결손을 한 채 공연을 펼친 사실을 문 후보는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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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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