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 권오훈 위원장
이영광
- KBS 이사회의 길환영 사장 해임안 표결이 선거 다음 날인 6월 5일로 연기되었어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선거를 앞두고 사장을 해임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어서 연기했거나 다른 하나는 선거를 앞두고 부결 시키면 역풍이 클 것으로 판단해 연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길 사장 스스로 사퇴하고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관계를 재설정해 이 사태가 순조롭게 마무리되기를 기대했는데, 결국 길 사장이 버티기로 들어간 상태죠. 남은 방법은 이사회가 길 사장을 해임 제청하는 방법 밖에 없어요.
저희가 총파업을 미루면서까지 이사회에 길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 가결을 호소했는데 결국 연기를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총파업에 들어갔고, 이미 방송파행은 첫날부터 상당히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뉴스나 즐기던 프로그램들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파업을 통해서 반드시 보다 나은 프로그램을 뉴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새로 만들겠다는 싸움이기 때문에 조금 참아주시라는 부탁을 드리는 거죠."
- 왜 연기했을까요?"이사회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겠지만, 6·4지방선거라는 시점 이후로 연기 시점을 잡은 것에 시사점이 있다고 봐요. 하지만 단순히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부결 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과 내부 구성원, 그리고 청와대 등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사인'이 안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하던데."KBS 사태는 내부 문제가 아니라 총파업을 통해서 방송파행이 빚어지고 있어서 국민적 관심사가 돼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이 상황에 대해서 당연히 관심을 가질 거예요.
그러나 청와대가 사태 해결을 위해서 이런저런 지시를 내릴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자칫 또다시 KBS 문제에 대해서 특히 사장의 거취와 관련해서 개입을 한 사실이 한 번 더 밝혀지면 정권의 진퇴가 걸릴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길 사장이 버티는 상황은 청와대의 지시나 지원 속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 2년 전 파업 때는 결방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이에 함철 새노조 부위원장은 '과거 어떤 파업보다 방송 차질이 광범위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어떻게 보세요?"방송차질은 광범위하게 빚어지고 있고, 특히 뉴스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방송은 나가지만 진행자가 바뀌었거나 진행자 없이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9>는 기자협회 제작거부로 원래 이현주 아나운서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조차도 이창진 아나운서로 교체가 됐고, 교양 프로그램은 다른 아나운서가 투입됐거나 아예 MC가 없는 경우도 있어요. 드라마도 촬영 중단이 돼서 당장은 드러나지 않겠지만 추후 방송파행으로 연결된다는 의미입니다. 새노조 PD들이 연출하던 예능은 지금 간부들이 대체연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5일 이사회 결과를 봐야겠지만 부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사측에서는 시용기자 등 대체인력의 투입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까?"파업이 또 장기화되서 KBS에 있는 수많은 양심적인 공영방송인들이 바깥으로 내쫓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잘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저희가 여론면에서 정당성면에서 총파업의 정당성이 확보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길 사장이 집행부 몇 명을 고소 고발하고 해임시킬 수는 있겠으나 조합원 전체를 배제 시킨다거나 시용기자로 대체하는 등 일방적으로 총파업을 힘으로 진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그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인사담당자로 있는 동료들과 어쩔 수 없이 길 사장 주변에 남아있는 KBS 구성원들조차 총파업에 합류하겠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어서 그런 대응은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 이번에 KBS 양대노조가 함께 파업에 돌입했어요, 이례적인 일인데 그렇기 때문에 만약 1노조가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했을때 새노조 파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과거 양대 노조가 따로 파업을 벌이긴 했지만 함께 공동의 목표로 파업을 벌인 것은 처음입니다. 조합원들도 고무되어 있어요. 계속 만나서 구체적인 투쟁계획, 조합원들에 대한 행동지침 등을 계속 협의하고 있습니다. 양대노조의 공조, 연대, 공동 투쟁은 아주 잘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노조만 마무리되고 이탈하는 그런 상황은 안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KBS의 문제는 길 사장이 물러난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2년전 MBC와 같은 상황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길 사장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KBS는 더 이상 공영방송으로 존립할 수 없다는 게 저희의 문제의식이에요. 그래서 길 사장은 반드시 물러나야 하고 KBS가 더 이상 청와대의 홍보기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사장 선임방식을 포함해서 KBS 지배구조에 대해서 법적·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설령 '제2의 길환영'이 내려온다 하더라도 거부할 수 있는 내적장치가 마련되도록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저희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죠, 길 사장의 퇴진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하고 난 이후에 KBS 내부구성원들이 방법을 찾고 국민들과 함께 관철 시켜 나갈 것입니다."
- 세월호 침몰이 한국언론에 끼친 영향은 큰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저희 싸움의 출발점, 거슬러 올라가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보도를 저희가 제대로 못하면서 그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된 거고요. 막내기자들의 반성문 형식으로 표현되었지만,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KBS가 제 역할을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희생된 고등학생들이 없었을텐데 라는 안타까움 미안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은 저희가 하고 있는 이 파업도 세월호 희생자들이 저희에게 준 마지막 기회. KBS가 제자리를 찾고, 국민의 입장에서 진실한 방송을 하라는 명령이라 생각하고 반드시 이번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지금 저희가 벌이는 싸움에 대해 못 미덥기도 하고, '이러다 마는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많다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시작한 싸움이 국민들의 많은 응원괴 지지 속에 진행되길 기대해요. 저희는 돌아갈 수 없는 싸움을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KBS의 양심적인 언론인들의 외침을 들어봐 주시고, 저희가 제대로 싸운다고 생각하시면 응원해주세요. 그러면 반드시 국민의 방송으로 제대로 돌려놓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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