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협동조합은 병원인가요?' 하는 것이다. 답부터 얘기하자면 '의료협동조합은 병원을 운영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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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의료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가면 바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별로 없다. 앞에 환자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기실에 기다리는 사람이 별로 없어도 꽤 긴 기다림 뒤에야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다. 어째서 일까? 바로 긴 진료시간 때문이다.
의료협동조합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진료실에 들어가면 아픈 곳만 진료받지 않는다. 요즘 어떻게 지냈는데 어쩌다가 아프게 됐고, 어디가 어떻게 아파서, 어떤 점에서 불편했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사에게 (장황하리만큼) 상세하게 설명한다. 의사는 환자들의 얘기를 듣고, 묻고, 가장 좋은 치료와 처지에 대해 제안하고 환자 의사를 묻는다.
단순히 아픈 부위만을 묻고 처치해서 5분 만에 나오는 진료실과는 사뭇 다르다. 아픔의 맥락과 일상의 상황까지 공유하는, 삶을 나누는 진료실이다. 환자의 가족을, 생활을 알고 진료하는 동네 의사의 진료시간은 길 수밖에 없다. 환자 개개인마다 아픈 곳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고 묻고 싶은 것을 충분히 물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 그래서 의료협동조합 병원 환자들은 대기시간이 길다하더라도 진료 만족도는 큰 편이다.
"오랜만이야, 요새 어떻게 지내?"우연히 길거리에서나 들을 법한 인사를 의료협동조합 병원에서는 자주 듣게 된다. 접수대에서? 아니다. 진료를 기다리는 조합원들끼리 나누는 인사다. 저마다 각자 앉아 잡지나 TV를 보며 하염없이 진료를 기다리는 일반 병원 대기실하고는 분명 다른 풍경이다.
[오해②] 잘 낫지 않는다안성의료협동조합 이사님 중 한 분은 지인들에게 '우리 병원은 잘 안 낫는 병원'이라고 얘기하는데 그 표정이 묘하게 자랑스럽다. 아니 이게 무슨 얘기? 나도 감기에 걸릴 때면 동네에 있는 의료협동조합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데, 그 얘기는 반쯤 사실이다. 바로바로 낫지 않는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의료협동조합의 항생제 처방 비율이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아픔을 완화시키는 것은 주사나 약만이 아니다. 의사가 환자의 평소 생활습관이나 삶의 환경을 알고 있다면, 그에 맞는 생활 처방으로 증상을 경감시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의료생협이 무조건 약을 안 쓴다는 말은 아니다. 약 중심의 처방이 아니라는 거지. 환자의 생활패턴을 알고 있는 의사는 필요에 따라 환자를 건강소모임이나 운동프로그램으로 연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