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맞이 식당에서 즐긴 빵과 커피
신은미
우리는 같은 층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빵을 산 뒤 카페로 향했다. 아주 고급스럽게 꾸며놓은 곳이다.
빵과 커피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다. 커피는 정확하게 무슨 종류인지 알 수는 없으나 프렌치향이 느껴진다. 베이커리의 빵 역시 프렌치 스타일을 북한식으로 변행해놓은 듯하다. 손을 씻기 위해 들어간 화장실도 깨끗하다. 화장실 세면대는 현대식 디자인을 따랐다.
지금 평양에는 멋진 레스토랑, 카페, 술집 등 고급 유흥시설이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결코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물이 아니다. 또한 외국인들이나 고급 당원들만이 이용하는 시설도 아니다.
내가 만난 국장이나 부국장이란 사람들은 고급당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외양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항상 인민복 차림에 머리는 가르마도 없이 뒤로 넘겼으며, 야외 노동을 하는지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다. 내가 가 본 고급 술집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평상복을 입고 있으며 얼굴색도 뽀얀 게 살짝 부티도 난다. 이들이 바로 요새 북한에 등장하고 있다는 '구매력을 갖춘 북한주민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내가 유추해본 바, 이들은 무역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북한 상점에서 파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중국제품들이다. 간혹 미국이나 유럽 제품들도 볼 수 있지만, 겉포장에 중국어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품일 게다. 그렇다면 이 상품들을 수입하는 무역업자와 중간상인들이 있을 것이며, 이를 상점이나 장마당에서 판매하는 소매업자 역시 존재할 것이다. 이들이 바로 외화를 소지한, '구매력을 갖춘 북한주민들' 아닐까.
'구매력을 갖춘 북한주민들'은 또 있다. 외국에 나가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금 많은 수의 북한동포들이 중국에 나가 있다. 이들이 중국에서 받는 월급은 적어도 300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평양 순안비행장에서는 가끔 쿠웨이트 등 중동행 전세 비행기를 볼 수 있다. 이 비행기들은 북한 동포들을 꽉꽉 채우고 목적지로 출발한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많은 건설 노동자들이 중동으로 취업해 나간 것처럼. 이들이 중동국가에서 받는 임금은 미화로 천 단위라고 한다. 이들 또한 외화를 소지하고 있는, 구매력을 갖춘 북한주민들일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들은 벌어들인 외화를 북한 화폐로 환전하는 대신 외화를 소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두 가지 이유를 추측해본다. 하나는 우선 북한 화폐의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난번 실패한 화폐개혁 때문이 아닐까. 신권 교체의 한도액을 정해놔서 다량의 구권을 소지했던 이들이 손해를 봤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북한 화폐를 소유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무역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숫자를 감안해 볼 때, 이들 또는 이들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외화 액수는 수십억 달러에 다다를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국가가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외화만 사용할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백화점 등을 세우는 것으로 생각된다.
주민들 역시 외화를 소지하고 있어야 고급식당에서 식사를 즐기고, 질 좋은 외제 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니 주민들의 외화 소유욕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정리해서 말하면 북한도 경제의 논리가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북한에서 시민혁명? 아니라고 봅니다

▲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동상
신은미
어떤 사람들은 '구매력을 갖춘 북한주민들'을 부르주아 혹은 미들클래스(중산층)로 생각해 시민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우기도 한다. 즉, 이들이 '부르주아 민주주의' 또는 '시민 민주주의 혁명'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내가 본 북한사회에서는 그런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왜냐하면 북한 지도층과 인민들 사이의 단단한 결속력 때문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 반공 교육 시간 때 배운 대로 이들의 결속력이 '북한 정부의 세뇌 교육'에 의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결속력 자체가 단단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조건에서 서구식 시민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무척 낮다.
나는 '구매력을 갖춘 북한주민들'의 등장을 시민혁명과 연결해 생각하기보다는 북한주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과 연결해 바라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향상될수록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간혹 사람들이 "우리는 북한정권과 북한동포를 구별해야 한다,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동포들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곤 한다. 그러나 내가 관찰한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은 별개가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였다.
나는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은 별개' 또는 '북한은 곧 붕괴하리라'라는 가정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민족의 화합과 조국의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서는 북녘의 실정을 정확히,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해맞이식당을 떠나 호텔로 돌아온다. 로비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아! 해외동포 이산가족들의 행복한 상봉이 이뤄지고 있다.
(*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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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음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박사. 전직 성악교수 이며 크리스찬 입니다. 국적은 미국이며 현재 켈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첫 북한여행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약 120여 일간 북한 전역을 여행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북한여행 중 찍은 수만 장의 사진들을 오마이뉴스와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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