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면 밀양 송전탑 움막 행정대집행?

밀양시, 2일까지 철거 안 하면 행정대집행 예고... 주민들 "차기 시장이 해결해야"

등록 2014.06.04 10:06수정 2014.06.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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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 뒤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다. 밀양시와 한국전력공사, 경남지방경찰청이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움막농성장 강제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민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밀양시는 지난 5월 26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 보낸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통해 6월 2일까지 움막을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밀양시는 기한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대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반대 한 주민이 지난 1일 움막농성장에서 열린 촛불행사 때 바람을 글로 적은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한 주민이 지난 1일 움막농성장에서 열린 촛불행사 때 바람을 글로 적은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밀양시가 철거하라고 한 움막농성장은 모두 8곳이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밀양구간 송전탑 부지 안에 있는 4개 움막(101번 단장면 용회마을, 115번 상동면 고답마을, 127번 부북면 위양마을, 129번 부북면 평밭마을)과 송전탑 공사장 입구 등에 있는 4개 농성장(단장면 단장리 금곡헬기장, 부북면 장동마을입구 농성장, 부북면 평밭마을 컨테이너 농성장, 부북면 위양마을 127번 부지 입구 움막)이다.

밀양시는 지난해 10월 2일 송전탑 공사 재개 당시 일부 움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당시 밀양시는 단장면 단장리 금곡헬기장 앞에 있는 움막에 대해 강제철거를 시도했지만 주민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막아내기도 했다.

밀양시가 제시한 자진철거 기한(6월 2일)을 넘긴 가운데, 밀양시는 행정대집행 실시 여부나 일정을 아직 정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등으로 움막 강제철거 시도가 다소 미루어진 것으로 보였는데, 조만간 결행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밀양시, 경남지방경찰청,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들은 송전탑 움막농성장 강제철거 여부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움막농성장을 24시간 지키고 있다. 주민들은 일부 움막 농성장에 무덤을 파놓고, 가스통과 휘발유통을 갖다 놓기도 했으며, 쇠줄을 매달아 놓기도 했다. 움막강제철거를 시도할 경우 주민들은 저항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4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주민들은 계속해서 24시간 움막을 지키며 농성하고, 긴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방선거 뒤 행정대집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데, 주민들 결의가 대단하다"고 밝혔다.

밀양 주민들 "행정대집행 여부, 차기 시장으로 넘겨라"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행정대집행 여부를 차기 밀양시장에 미룰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1일 각 농성장에서 연 '촛불행사' 때 다양한 바람을 글로 적기도 했는데,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장은 직업이나 권력의 소유가 아니고 희생봉사로 헌신하는 성직이다."
"엄용수 현 시장은 765kV 송전탑 농성장 움막철거 대집행을 차기 시장에게 넘기고 조용히 퇴진하고, 내가 사는 고향마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농성하는 할매·할배들이 그냥 이대로 살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라."
"다음 시장님은 밀양에 765송전탑을 막고 있는 할머니들을 도와주세요."
"엄용수는 철탑을 세워서 밀양을 말아 먹었다. 다음 시장은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765 송전탑으로부터 지켜주세요."
"앞으로 되는 시장님은 지난 시장처럼 거짓말을 안하면 좋겠습니다."
"밀양과 세월호 참사는 닮았다. 오직 돈과 자본을 위한 정책으로 밀양서민은 서럽다. 송전탑 반대 구민을 전력대란 주범으로 몰지마라. 우리는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다."
"미래의 시장님께. 밀양 할머니들 휴가 좀 보내 주세요. 힘들어 죽겠습니다. 시장님만 믿겠습니다."

2012년 1월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촛불문화제를 열어오고 있는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오는 7일 각 움막농성장에서 148번째 행사를 연다. 또 주민들은 전국 연대단체들로부터 '여름농활' 등을 신청 받고 있다.

한편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당시 74세) 할아버지의 맏아들인 유동환(44)씨는 지난 5월 말부터 상경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공사 중단' 등을 요구하며 1인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밀양 고정마을에서 돼지를 키우던 유한숙 할아버지는 2013년 12월 6일 사망했지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송전선로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밀양 4개면(부북, 상동, 단장, 산외)에 총 52개의 철탑을 세우고, 현재까지 46곳에서 공사를 벌이거나 철탑을 세웠다.
#밀양 송전탑 #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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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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