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함부로 예단하지 마라

[중국 속에서 15년 26- 경제 ④] 임대수익 높은 대도시는 지속 상승 가능

등록 2014.06.04 20:31수정 2014.06.0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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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코리안타운 왕징 2000년에 비해 아파트 값이 10배나 오르고, 임대료로 5배 가량 뛰어 한국인들이 밀려나는 상황이다 ⓒ 조창완


중국 경제를 읽는 이들에게 중국 부동산 문제는 화두다. 거품이 꺼져가면서 중국 경제의 허약한 구조를 무너뜨리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2014년 들어 중국 부동산 시장은 그다지 좋지 않다. 거래량이나 신규주택가, 기존 주택가 역시 가격이 떨어지거나 보합세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아! 드디어 중국 부동산 경제의 블랙홀인 부동산 뇌관이 터지는 것인가."

하지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 어설픈 분석으로 그간 실수를 했다면 지금 상황을 더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사실 중국 문제에 관해 나름 자신이 있는 나였지만, 중국 부동산 문제는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

2000년 중국 부동산은 요지경... 서울 강남 아파트와 유사한 수준

우선 처음 중국에 정착했던 2000년 즈음 바라본 중국 부동산은 요지경이었다. 베이징의 뉴타운으로 한국인들이 주로 거주하기 시작했던 왕징의 아파트 가격은 상식선을 휠씬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보통 많이 짓는 100㎡의 경우 평방미터당 3000~4000위안 가량이었다.

아무런 인터리어가 없는 상황에서는 너무 높은 가격으로 판단됐다. 당시 일반 베이징 노동자의 월급이 1000위안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0㎡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 노동자가 30년은 벌어야 한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추가 공급이 가능한 넓은 땅을 감안할 때 중국 부동산의 미래는 어두워 보였다. 은행들이 많게는 90%까지 융자해 주는 부동산은 폭탄 돌리기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외부의 판단과 달리 중국 대도시 아파트 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2000년 당시 30~40만 위안이던 왕징신청(4구) 아파트는 15년 만에 꼭 10배 정도가 올라 300만 원대 중반에 거래되고 있고, 필자도 살았던 오저우캉두 등 중고급형 아파트 가격은 두 배가 높은 600만 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오래된 30평 아파트가 5억 원 가까이 거래되고, 괜찮은 아파트는 10억 원에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강남 아파트와 거의 유사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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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구베이 지역 과거 상하이의 부촌지역이었지만 푸동 지역이 성장하면서 성장세는 주춤하지만 고속철도역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지역이다 ⓒ 조창완


이런 상황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사실 한국의 잣대로 중국을 보면 안 된다는 것을 감지한 것은 3년 전이다. 2년 전 홍콩에서 일본계 증권회사 재무분석팀에 다디던 하오신 부장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고향이 상하이던데, 투자 전문가로서 중국 부동산을 어떻게 보세요."
"당분간은 오르지 않을까 싶어요."
"공실률 증가나 지나친 은행 집중의 문제가 있는데, 가능할까요?"

"혹시, 지금 홍콩이나 싱가포르 아파트 값을 아세요. 홍콩 센트럴은 평방미터당 1500만 원 정도 합니다. 상하이는 지금 평방미터당 500만 원 정도입니다. 베이징은 약간 낫구요. 14억 중국 사람들이 상하이나 베이징에 살고 싶어하고, 당분간 중국의 경제는 나쁘지 않을 겁니다. 부정적으로만 보면 잘못 판단할 수 있어요."

가장 쇼킹한 말은 14억 중국인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라는 말이었다. 물론 과장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은 분명히 필자가 감지하지 못했던 중요한 요소였다. 또 아직은 꺾이지 않은 경제발전 속도나 부동산의 구입 층인 부자 숫자의 증가는 중국 부동산 예측의 가장 중요한 변수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모든 면이 중국 부동산을 긍정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니다. 10년 만에 10배씩 오르는 중국 부동산의 이상 급등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만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선전이나 광저우, 청두, 항저우 등 선도도시는 물론이고 과거에 봤을 때 낙후한 도시로 느껴졌던 지난, 정저우, 창사, 충칭 등 100만 명을 수용하는 신도시를 만들면서 부동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도시들은 보통 1000만 명가량의 인구를 가진 도시가 있고, 뒤로는 5000만 명에서 1억 명에 가까운 관할 성이 있으니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지만, 일반인들의 재산상황을 봤을 때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도 위험하다.

중국 부동산 거품 적게는 50%에서 심하게는 100%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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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푸동지역 오피스와 멀리 보이는 아파트 상하이는 푸동, 푸서 할 것 없이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 조창완


중국 부동산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이 항상 상존한다. 상하이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MIT에서 공부한 셰궈중은 세계은행, 맥쿼리증권, 모건스탠리 등을 거쳐 현재 메이쿠이스 자문회사의 총재를 지내고 있는데 <중국 경제의 진실>(지식트리 간)에서 중국의 수출 감소와 주식시장 하락에 따른 사치품 수요 감소 그리고 미분양 부동산은 함정으로 봤다.

그는 중국의 대출자금이 37조 위안으로 GDP의 1.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이는 부동산 시장을 받치기 위한 저금리 등으로 빚어진 것인데 중국 경제의 큰 위험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또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적게는 50%에서 심하게는 100%까지로 본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토지공급과 은행대출로 권한을 주어 시장을 만드는 정부의 폭리로 운영되는데, 결국 중산층이 받치지 못하는 시장은 어렵다는 게 그의 관점이다. 특히 중국 전체의 투자에서 부동산 투자가 인프라 투자를 넘으면서 갈수록 버블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그는 미국의 대공황 시기에 구두닦이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조셉 케네디(존F케네디 부친)가 주식에서 발을 뺐듯이, 대도시 가정의 보모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부동산에 덤비는 것을 보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나오라 경고한다.

오랜 시간 중국 경제를 주시해온 상하이 코트라 김명신 차장 역시 <중국 경제 다시 읽어라>에서 중국 부동산의 종말을 확실하게 말한다. 김 차장은 10년 내에 중국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을 말하며 그 원인으로 급속한 노령화로 인한 수요 부족, 6000만 채에 가까운 미분양, 투기세력의 한계 등을 꼽았다.

사실 필자 역시 비슷한 원인으로 중국 부동산의 불안한 미래를 예측했다. 그런데 이런 구조적인 문제보다 더 확실한 것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배가 전진하면서 주변에 작은 문제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도 중국호가 이전처럼 매년 8% 이상의 빠른 전진을 거듭해 주변의 여건을 무시할 수 있는가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수출 중심으로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최근에는 내수 등을 강조하면서 자체적인 체질 개선을 이야기한다. 경제 발전의 축도 서부로 옮기면서 성장 동력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 배경에는 4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가 있고, 컨트롤타워로서 정부가 작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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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만에서 바라본 반도쪽 아파트 단지 홍콩은 토지가 부족하고 수요가 많으면서 아파트 값이 상상을 초월한다 ⓒ 조창완


특히 베이징이나 상하이, 선전 등 중국의 상징적인 대도시의 부동산이 급전직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특히 중국 대도시의 인구 유입은 아파트의 증가 속도에 못 지 않게 늘고 있다.

가령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베이징 왕징의 30평 아파트 월세는 과거 60~70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150만 원을 호가해 오히려 한국인들을 몰아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통 2~3채 이상의 아파트를 보유한 베이징 사람들의 경우 월세로 살아도 부유층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여 년의 학습은 중국에서 주식보다는 부동산이라는 확신을 심어준 시간이기도 했다.
#부동산 #아파트 #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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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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