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치'의 꿈, 거대정당을 넘지 못하다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 양당 후보에 밀려... "넘어설 만큼 잘했어야"

등록 2014.06.05 02:46수정 2014.06.05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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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상황 지켜보는 서형원 후보 4일 오후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가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노트북으로 개표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개표상황 지켜보는 서형원 후보4일 오후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가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노트북으로 개표상황을 살펴보고 있다.송규호

녹색도시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잠시 미뤄지게 됐다.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 이야기다. 서 후보는 과천을 '세계 환경 수도'인 프라이부르크처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선거에서 30년 된 아파트 재개발을 놓고 상대 후보가 '과천의 강남벨트화'를 공약하자, 서 후보는 '과천다운 재개발'로 응수했다. 개발논리에 맞서 녹색, 환경의 가치를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거대 정당의 벽은 견고했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신계용 새누리당 후보는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지지세를 과시했다. 신 후보는 공천과 동시에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김종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도 안철수 후보의 지원 유세를 받으며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했다.

두 거대정당의 힘은 투표일에 위력을 떨쳤다. 4일 오후 8시. 첫 개표 결과가 캠프 상황실에 전해졌다. 서 후보의 순위는 김종천 후보, 신계용 후보에 이어 세 번째에 자리했다. 첫 결과를 확인한 나민(45) 서 후보 캠프 상황실장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휴식을 취하다 오후 8시 반경 캠프에 도착한 서 후보는 커피부터 찾았다.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며, 주방에서 직접 커피를 연달아 두 잔 타 마셨다.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는 서 후보의 말에 한 지지자는 "이기면 풀려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오후 9시 10분. 조금 진전된 개표 결과가 올라왔다. 서 후보는 선두권 후보들에게 1300여 표를 뒤졌다. 한 손에 안경을 든 채 스마트폰으로 개표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던 서 후보가 "기운들 내세요. 별양동 남았어요. 우리가 별양동에서 한 일(선거유세)이 궁금해"라고 주변을 독려했다. 별양동은 과천에서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한 시간 뒤인 오후 10시 10분경 "중앙동이 여당으로 넘어 갔네요"라는 얘기가 들렸다. 중앙동은 서 후보가 시의원 할 때 지역으로 삼은 곳이다. 서 후보는 이곳에서 신계용 새누리당 후보에게 500여 표 밀렸다. 서 후보는 신 후보와의 표 차이가 1400여 표로 벌어진 것을 확인하고 "쉽지 않네. 신계용씨와 격차는 못 좁히겠어"라고 말했다.

낙선 유력... "거대 정당 넘어설 만큼 잘했어야"

서형원 후보 캠프에 모인 지지자들 5일 오전 서 후보 지지자들이 캠프 상황실에서 개표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형원 후보 캠프에 모인 지지자들5일 오전 서 후보 지지자들이 캠프 상황실에서 개표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송규호

패색이 짙어지자 캠프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한 지지자는 "우리나라 정치 지형이 참 어려워요"라고 탄식했다. 또 그는 "새정치는 안철수부터 내려와서 지원유세하고 새누리당도 마찬가지고..."라며 군소정당 후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전 0시경 별양동 개표결과가 나왔다. 서 후보는 신 후보에게 1100여 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낙선이 유력해졌다. 서 후보는 "그 벽을 모르고 시작한 게 아니다. 몰랐다면 그 핑계를 대겠지만 알고 시작한 거니까 새삼스럽게 거대정당 때문에 안 됐다 이런 얘기는 핑계가 안 된다"고 이번 선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서 후보는 담담히 얘기를 이어갔다. 그는 "그걸 넘어설 만큼 잘 했어야 한다. 선거활동 잘했고 지지자들도 정말 열심히 했지만, 지난 8년 동안 의정활동 한 게 그런 우리사회의 거대 정치구도를 넘어설 만큼 되지 못 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내 책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켠에선 서 후보의 지지자 5명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선거유세 과정의 소회를 풀어내고 있었다. 맥주 2병과 소주 2병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포카칩과 새우깡을 안주 삼았다. 이영희(47)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게 좋지만, '서로 같은 마음이구나'라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기뻤다"고 이번 선거과정을 떠올렸다.

서 후보는 기자에게 "저의 선거 결과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어쨌든 풀뿌리 후보가(안영) 새로 시의원이 됐다"며 "그분이 당선돼서 의회에서 일한다는 건 굉장한 진일보한 거다"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거기서 새로운 정치적 변화가 싹틀 거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전 2시 40분 기준, 개표율 65.7%로 신계용 새누리당 후보 33.1%, 김종천 민주당 후보 30.8%, 이경수 무소속 후보 18.8%에 이어 서형원 녹색당 후보는 17.2%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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