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세월호 전과 후로 바뀔 것
해경 해체하듯 일방적 행정하진 않겠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 확정 후 첫 인터뷰] "실패한 자사고 정책 출구전략 찾겠다"

등록 2014.06.05 11:44수정 2014.06.0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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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조희연 후보가 5일 새벽 서울 신문로 선거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6.4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조희연 후보가 5일 새벽 서울 신문로 선거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권우성

6·4 지방선거 최대의 이변이라 불린다. 약 한 달의 선거기간 내내 3위 후보로 머물렀던 조희연 후보가 5일 서울시교육감에 최종 당선됐다. "가장 감동적인 역전드라마를 쓰겠다"던 그의 말은 그렇게 현실이 됐다.

개표결과가 한창이던 5일 오전 2시께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해진 조희연 당선인을 만났다. 선거 막바지 3~4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유세일정을 소화한 것 치고는 매우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국민들께 감동드라마를 보여드린 것 같아 기쁘다, 그러나 책임감이 더욱 앞선다"는 그는 기자의 질문에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며 여유 있게 대답하는 한편, 정책에 관해서는 신중히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편으로는 끝까지 불안했는데, 어쨌든 기분 좋은 밤"이라며 "교육 현장 경험이 적은 건 맞지만, 확고한 교육철학과 비전을 제시해 현 시대 아픈 교육의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지지하지 않은 분들의 의견과 불안도 잘 들어 균형 있게 교육행정을 시행하겠다"며 "박근혜 정부가 해양경찰청을 해체하듯이 일방적인 행정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 덧붙였다.

공식유세 첫날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한 그는, 당선된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서울교육감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개표 마감 결과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조희연 후보는 39.2%를 차지해 당선이 확정됐다. 문용린 후보는 30.8%, 고승덕 후보는 23.9%를 기록했다.

 "2~3일 전부터는 상당히 느낌이 좋았다. 어쨌든 기분 좋은 밤인 것 같다."
"2~3일 전부터는 상당히 느낌이 좋았다. 어쨌든 기분 좋은 밤인 것 같다."권우성

다음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나눈 일문일답.


- 소감이 어떤가. 선거 결과를 예상했나.
"사실 선거라는 게 결과를 잘 모르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긴장감이 있는 것 같다. 한편에서는 지지도가 급상승해서 유력하다는 생각을 갖고, 또 여론조사들을 보며 또 한편에서는 확정이 아니니까 불안하기도 하고. 오늘은 당일이라 긴장하긴 했지만 2~3일 전부터는 상당히 느낌이 좋았다. 어쨌든 기분 좋은 밤인 것 같다.

국민들에게 약간의 감동드라마를 보여드린 게 아닐까 싶고, 또 이번에 전 국민적 화제가 된 선거라는 점이 기쁘다. 선거 초기 유권자를 전혀 모르는 '깜깜이 선거'였지만 크게 이슈가 되면서, (지금 추세를 보니)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진보교육감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민들께서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해 뽑아주신 게 아닌가 한다."


- 예전에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가장 감동적인 역전드라마 쓰겠다"고 말한 게 현실이 됐다. 이번 당선의 가장 큰 변수는 뭐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건 세월호 사건 이후 변화된 학부모의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한국 사회와 한국 교육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아직은 막연하지만, '지금 이대로 아이들을 키울 수는 없다', '뭔가 변화해야 한다'는 열망들이 보인다. 그리고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하는 게 올바른가, 부모와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가 등 세월호가 던진 철학적 질문들이 있는 것 같다."

- 세월호 사고 합동분향소를 방문하는 걸로 공식유세일정을 시작한 걸로 안다. 당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교실에 가둬 뒀다가, 집단으로 데리고 다니다가, 결국 모조리 바다에 가둬둔 것이라고. 이번 일로 '닫힌 교육', '죽음의 교육'이라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새로운 감수성을 갖게 된 것 아닐까 싶다. 특별히 또 이게 (교육감 후보를 둘러싼) 아들 딸 편지 문제와 결합하면서 유권자들께서 '교육감 자질이 뭘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 조희연 후보의 두 아들들이 당선의 일등공신이라는 말도 있다. 아들이 온라인 상에 지지를 호소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는데.
"사실 저는 좀 쑥스러웠다. 아이가 아버지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서 글을 쓴 거 아닌가. 글을 써 놓고도 제가 쑥스럽다는 이유로 이틀간 못 실었다. (뭐가 쑥스러운지?)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했던 행동이 아이들의 기억에 아직도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교수 아들이면 보통 유복하게 자랐지 않나. 그러나 (저희 아이들이) 유복함에 빠지지 않고 남을 생각하는 사람들로 키우고 싶어서 나름대로 교육적인 노력을 했던 건데... 그것들에 대한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서 기쁜 한편, 인간이라는 게 완전하진 않기 때문에 저의 부족한 점이 아이에게 어떻게 남아있을까 생각하니 쑥스럽기도 하고 겸연쩍었다."

- 유세 기간 만났던 유권자 중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다면.
"홍대 앞에서 유세할 때 어머니 다섯 분 정도를 만났는데 자신들이 처음으로 만난 후보라며 매우 즐거워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저는 사실 선거를 처음 치뤘지 않나.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면 선거결과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던데 실제로 그랬다. 뒤로 가면서 급속도로 시민들이 굉장히 반갑게 환대하기 시작했다. (그게 언제였나?) 저희 아들과 고승덕 후보의 딸 편지가 나왔을 때다.

이 일이 부모-자식 관계의 훈훈함과 파괴적인 면을 동시에 보게 되는, 안타까운 점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일이었는데, 많은 분들께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게 아닐까 싶다. 본인들의 가족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어떤 분은 제게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게 됐다는 말씀도 하시더라. 이 논쟁이 우리에게 교육적 물음을 던진 것 같다. 그래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 아버지와 원망을 남긴 아버지의 사례, 이렇게 두 가지 큰 전형적 사례로 남은 게 아닐까."

- 당선자께는 교육 현장 경력이 없는 등 약점도 있다. 앞으로 이런 약점들은 어떻게 보완할 건가.
"제가 부족한 점이 많은 걸 안다. 그러나 교육감은 '책임 있는 리더'의 역할이지 개별 사안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식과 노하우를 갖고 있냐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8만 명에 이르는 교육청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면서 시대의 교육정신에 맞게 끌고나가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 초중등 교육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일 수 있지만, 현장 경험이 교육감 자질의 핵심항목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확고한 교육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시대의 아픈 교육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직시하는 것. 대안을 제시하고 그걸 추진력 있게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 고 후보가 4일 캠프에서 "이번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아마 1년 반 이후에 다시 선거가 열릴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조 당선인을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했는데.
"선거 과정에서 본인의 결백함을 드러내는 선거 전략으로써 고발의 성격이 있다고 본다. 아까 말했듯 선거라는 게 뭐 갈등과 싸움처럼 비춰지지만, 또 한편에서 보면 한 단계 높은 화해와 협력으로 가는 과정이니까.

지금 후보자들 간 고소가 서로들 걸려있는 상황이니 결국 쌍방(고소) 취하로 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따지면 고 후보도 제 아들에 대해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했는데, 대학원생이어서 입영 연기한 것도 알아보지 않고 고소한 것 아닌가. 선거가 끝나면 후보자들도 서로 화해하고 깨끗이 승복해야 하지 않겠나."

 "박근혜 정부가 해경 해체하듯이 일방적인 행정은 하지 않겠다."
"박근혜 정부가 해경 해체하듯이 일방적인 행정은 하지 않겠다."권우성

- 강남구 등 진보교육감 선출에 불안해하는 유권자들 있는 걸로 안다. 한 말씀 드린다면?
"맞다. 저는 저를 지지하지 않은 분들의 의견을 잘 듣고, 그 분들의 불안을 직시하면서 교육행정을 균형 있게 행하고 싶다. 저는 제 귀가 열려있다고 스스로 생각해왔다. 박근혜 정부가 해경 해체하듯이 일방적인 행정은 하지 않겠다는 거다. 저는 24년 동안 두 아들의 아빠로 살아왔고, 31년 동안 교직에 몸담은 아내의 남편으로 살아왔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함부로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명령을 내렸다가 저녁에 다시 고친다'는 뜻) 하지는 않겠다.

학부모님들께서 불안하지 않도록 앞으로 교육정책의 안정성을 담보하려고 한다. 외고 등 특목고에 대해서는 폐지를 주장하지 않았고, 자사고에 대한 문제도 자사고를 무조건 폐지한다는 게 아니라, 이를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정책으로 보고 출구전략을 찾겠다는 관점의 접근이다. 자사고의 장점은 살리되, 다만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부정적 측면들을 받아들여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제 생각보다 이념이나 종북 논쟁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세월호 사고라는 큰 상처가 시민들에게 있어 저를 향한 색깔론 비방에 대한 반향을 축소시킨 게 아닐까 싶다. 여기에 고 후보의 딸 편지 파문 같은 게 함께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정치 이념적 논쟁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킨 게 아닐까."

 6.4지방선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부인과 함께 5일 새벽 서울 신문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 축하꽃다발을 받고 활짝 웃고 있다.
6.4지방선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부인과 함께 5일 새벽 서울 신문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 축하꽃다발을 받고 활짝 웃고 있다.권우성

서울시교육감 최종 당선자 조희연은 누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주요 경력
▲ 1956년 10월 6일 출생
▲ 전주 풍남초/전주북중/서울 중앙고 졸업
▲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연세대 사회학 석사/박사
▲ 참여연대 창립 사무처장, 집행위원장
▲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 미국 남가주대학교(USC) 한국학 객원교수
▲ 대만국립교통대학교, 일본케이센대학교 강의교수
▲ 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시민사회복지대학원장/NGO대학원장
1956년 10월 출생한 조희연(57) 당선인은 '교육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표어를 걸고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조 당선인은 지난 3월 '2014 서울좋은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에서 진보단일 후보로 추대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낮은 지지도로 고심하던 조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둘째아들 조성훈씨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로 주목을 받았다. 조씨는 "아버지의 진정성을 믿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고, 이틀 뒤인 31일 경쟁자 고승덕 후보의 딸 캔디 고(한국명 고희경)씨도 SNS에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올려 큰 화제가 됐다.

이렇듯 선거 막판 '가족사'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견고하던 서울시교육감 판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결과 1위를 달리던 고승덕 후보는 그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문제시 하는 듯한 발언을 한데다, 친딸의 글이 논란이 되면서 막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반면 지난달 15일 한국일보가 실시한 서울교육감선거 여론조사에서 8.3%의 지지율로 고 후보(29.9%)와 큰 차이가 났던 조 후보는 막판 상승세를 타고 타 후보들을 뒤쫓았다. <지디넷코리아>가 지난달 27일~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문용린(23.3%), 고승덕(21.9%), 조희연(18.7%)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p).

조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며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움은 같아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공약인 ▲자율형사립고 개혁 ▲사람을 중시하는 '착한규제' 강화 등에 대해 설명했다. (관련기사: "아이들 죽이는 '미친 경쟁'... 이제는 깨트려야")

박원순 "인간 조희연을 싫어한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조희연 당선인은 어린 시절을 전라북도 전주에서 보내며 전남 풍남초등학교·전주북중 등을 졸업했다. 이어 서울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사회학과와 연세대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조 당선인은 서울대 사회학과 4학년이던 1978년 5월,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철폐하라',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 등 문구가 적힌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다 기소됐다. 당시 그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등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재심을 청구, 지난 2013년 7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를 판결 받아 34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조 당선인은 긴급조치 무죄판결로 받은 보상금 5000만원 전액을 아시아NGO 활동가 훈련기금으로 내놓은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시민단체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는 1994년 9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참여연대를 창립, 초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이어 지난 2011부터 2013년까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상임의장으로 활동했다.

조희연 당선인에 대한 지인들의 평가는 매우 좋은 편이다. 그와 함께 참여연대를 창립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나는 여태까지 인간 조희연을 싫어한다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다"며 "그는 이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헌신했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학자로 꼽히는 조국 교수(서울대 법대) 또한 "조 당선인은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 받는 곳, 인권과 민주주의가 탄압받는 자리에 늘 함께했다"며 "학자와 시민운동가,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당선 #조희연 단독인터뷰 #진보교육감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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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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