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동아시아의 유행 아이템, '구리거울'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다카쿠라 교수 초청강연회

등록 2014.06.06 10:06수정 2014.06.0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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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쿠라 교수 초청강연회 모습입니다. ⓒ 박현국


지난 5일 오후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아시아 문화(담당 서광휘 교수) 수업 시간에 일본 규슈 고고학으로 유명하신 다카쿠라(高倉 洋彰) 교수 초청 강연이 있었습니다. 다카쿠라 선생님은 오랫동안 규슈 지역의 고고유물의 발굴과 연구, 교육에 헌신해 오셨습니다. 특히 다카쿠라 교수님은 구리거울의 발굴과 연구에 힘을 쏟아오셨습니다.

구리거울은 고대 사회에서 사회적 신분과 권위를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물이었습니다. 구리거울은 대부분 옛 무덤에서 발굴되거나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은 구리거울이 매장자의 부장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리거울은 면 헝겊에 세 겹 정도로 감싸서 무덤 매장자의 가슴 위에 올려져있습니다. 이것은 구리거울이 지닌 신령한 힘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보호하고 빛이 있는 세계로 영혼을 안내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그렇게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리거울은 고른 평면과 손잡이 고리와 무늬가 새겨진 뒷면으로 돼 있습니다. 구리거울의 고른 평면이 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사람들은 이 빛을 거룩하게 여겼습니다. 이 빛이 나는 부분은 오목 렌즈처럼 안으로 휘어져서 빛을 모아 불을 피울 때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한반도에서 주로 발견되는 구리거울 모습입니다.

한반도에서 발견되는 구리거울은 손잡이 꼭지가 두 개 이상 달리 것이 많아서 다뉴(多紐)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만든 구리거울은 거울 부분이 볼록 렌즈형으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유리 거울로도 사람의 얼굴이나 전신을 비추어 볼 수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구리거울은 아무나 가질 수 없었고 정치적 지배 계급이나 사제직을 수행하는 일부 특수 계층만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기도 하고, 빛을 모어서 불을 피울  수는 있는 거룩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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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는 후쿠오카에서 발굴된 것(규슈박물관 소장)이고, 오른쪽 위는 삼국시대 것으로 한반도에서 찾은 것(교토 센오쿠하쿠코칸(泉屋博古館) 소장)입니다. 아래 왼쪽은 12세기 일본에서 만든 것입니다. ⓒ 박현국


위는 삼각연삼신삼수경(三角緣三神三獸鏡)이라고 하는 구리거울입니다. 중요한 무늬를 꼭지로 나누어서 신선과 신성한 짐승을 교대로 세 마리씩 배치했습니다. 또한 신선 오른쪽에는 박산향로와 비슷한 나무 무늬가 보입니다. 가운데 꼭지에는 염주무늬와 톱날무늬가 둘러쳐져 있습니다. 지름은 대략 23cm, 무게는 1035g입니다.


한반도, 일본, 중국 등에서는 많은 구리거울이 발견됐습니다. 이들을 서로 비교 검토하여 보면 비슷한 연대에 여러 곳에서 유행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대 동아시아는 서로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서로 비슷한 것을 만들어 같이 지니고 있었습니다. 고대 동아시아는 거의 '동시 패션'과 다름 없었습니다.

고고학은 발굴된 유물의 절대 연대를 측정하고 밝히는 학문입니다. 밝혀진 근거는 특정 유물에 한정되지 않고, 비슷한 다른 유물에도 적용되고 예상될 수 있어야 합니다. 유물의 과학적 자료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들의 실생활과 연관돼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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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청 강연을 하시는 다카쿠라 교수 모습입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다카쿠라 히로아키, 교류하는 야요이 사람, 吉川弘文館, 2001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다카쿠라 히로아키 #구리거울 #고고학 #삼각연삼신삼수경(三角緣三神三獸鏡)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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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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