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vs. 김무성 빅매치, 새누리당 새 주인은?

[분석] 친박계-비주류 대결... 지방선거 애매한 성적표로 결과 예측 어려워

등록 2014.06.09 14:15수정 2014.06.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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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후, 세간의 이목을 끄는 가장 큰 정치 이벤트는 새누리당의 7·14 전당대회다. 현재 친박계 서청원 의원과 비주류 김무성 의원의 빅매치가 예상되고 있다. 애초 지방선거의 승패에 따라서 친박계와 비주류의 기세가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됐었지만, 한 쪽의 승리라고 규정할 수 없는 애매한 성적표가 나와서 섣부른 결과 예측이 어려워졌다.

원래 선거 전의 판세는 친박계에게 어려운 모양새였다. 광역단체 17개 중에서 친박계 후보가 공천을 받아 나선 곳은 단 5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수도권인 서울시장,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비박계인 정몽준, 남경필에게 빼앗겼다. 그뿐만 아니라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친박계 황우여 의원이 비박계 정의화 의원에게 밀린 바 있다. 그야말로 '완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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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이만 나가 주세요" 6.4지방선거를 20일 앞둔 5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마친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이 비공개 회의를 하겠다며 기자들에게 퇴장을 요청하고 있다. ⓒ 권우성


하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 이런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내세운 여당의 정치 마케팅은 상당히 큰 성과를 거두었고, 결국 세월호는 한국의 '카트리나 모멘트'가 되지 못했다.

때문에 수세에 몰린 듯 보였던 친박계의 좌장 서청원 의원은 큰 자산을 얻은 듯 보인다. 무엇보다도 친박계의 서병수 후보와 유정복 후보가 나섰던 부산과 인천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서 의원이 중점적으로 나서서 지원했던 경기도와 인천에서 승리했다는 사실도 큰 위안거리다.

그렇다고 김무성 의원이 그리 수세에 몰린 것은 아니다. 대박은 터뜨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중간은 했다는 평가다. 부산 출신 5선 의원인 김 의원의 가장 큰 호재는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뽑혔던 부산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오거돈이라는 강적이 등장한 만큼 서병수 당선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선거였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여당에게 기회를 준 부산시민들 덕에 김무성 의원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양 진영이 입은 타격도 있다. 일단, 서청원 의원에게는 친박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추세'가 가장 큰 적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친박의 권력 구도에는 이미 금이 가고 있었던 상황이라서, 이것을 막을 대안이 뚜렷이 없으면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서청원 의원이 리더로 등극했을 때 전반적인 '쇄신' 이미지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 당에게는 큰 부담이다. 또한 서 의원이 진두지휘한 충청권에서의 패배도 악재로 기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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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를 20일 앞둔 5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김무성 의원의 경우에는 서울시장 선거의 '참패'로 인해 비주류의 결집력과 돌파력이 풀어졌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뽑힌다. 또한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 등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선전했다는 당내 평가로 인해 '박근혜 정부 성공론'이 몰아닥칠 가능성도 있다. 친박계가 선거 결과를 토대로 지금은 '쇄신'보다 당 운영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태도로 나온다면, 의미 있게 먹혀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비주류의 약진은 여기서 멈출 수도 있다.


차기 당 대표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된다. 지방선거 전까지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했던 당의 정상화, 7·30 재·보궐선거에서의 승리, 2016년 공천권 행사 등을 성공적으로 해 내야 한다. 즉, 여당의 전당대회는 당내의 권력 지형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당청 관계와 차기 대권 구도까지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로 친박계가 장악해 왔던 새누리당의 노선투쟁이 격화될 것인가도 정국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옆집과의 싸움은 끝났고, 이제 잠시 조용했던 집 안의 싸움이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과연 새누리당의 새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지방선거 #새누리당 #전당대회 #서청원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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