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마음 달래질까, 유니폼 걸었는데..."

단원고 안중근군 시신 수습... 아버지 "늦게 나마 찾아서 다행"

등록 2014.06.09 13:39수정 2014.06.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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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5월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인 단원고 안중근 학생 가족과 만나 이야기를 듣던 중 눈물을 훔치는 모습. 안중근 학생의 부모는 진도체육관에 아들의 이름이 박힌 야구 유니폼을 옷걸이에 걸어뒀다. 해당 유니폼은 평소 '두산베어스'팀을 좋아하던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구단 측에서 선물해 준 것이다. ⓒ 유성호


[기사 대체 : 9일 오후 3시]

"(시신이)하도 오래돼서 치아만 봤습니다. 중근이가 교정기를 끼고 있었거든요."

아들은 흰색 긴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구명조끼도 입고 있었다. 아들을 만난 아버지는 막막했다. 시신이 많이 훼손됐다고 해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다만 치아 교정기로 아들임을 확인했다. 그는 8일 오후 11시 20분경, 4층 선수에서 발견된 안중근(안산 단원고)군의 아버지, 안아무개씨다.

안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진도체육관에 아들의 이름이 박힌 야구 유니폼을 옷걸이에 걸어뒀다. 평소 '두산베어스'팀을 좋아하던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구단 측에서 선물해 준 것이다. 양의지, 김현수, 정수빈, 정재훈, 홍성흔 선수가 유니폼에 직접 사인까지 했다. 안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유니폼을 들고 사고 해역에 나가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진도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씨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안씨는 실종자 가족들을 대표해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다. 이 자리에서 안씨는 "해경이 끝까지 구조현장에 머물면서 수색에 조금의 차질도 없도록 해야 한다"며 "저희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은 구조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뿐이다"고 말했다.

안씨는 "마지막 1명까지 모두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이다"고 말했다. 그 뒤,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들은 사고 53일째,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열두 명도 빨리 수습됐으면 하는 마음"


안씨는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늦게 나마 찾아서 다행"이라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시신이)하도 오래돼서 치아만 봤다"면서 "중근이가 교정기를 끼고 있었다"며 아들과의 재회를 전했다.

안씨는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들이)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야구하다 어깨를 다쳐서 못하게 했다"며 "그랬던 게 마음이 아파서 유니폼을 체육관에 걸어 놨다, 아픈 마음이 달래질까해서다"고 말했다.


나머지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한 마디 말을 남겼다. 그는 "나머지 열두 명이 빠른 시일 내에 수습됐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오늘, 내일 좋은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씨는 아들과 함께 헬기를 타고 안산으로 이동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 대책위 대변인도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4층 선수에서 발견된 (시신이)중근이였네요"라며 "중근아, 고맙다, 돌아와줘서"라고 짧게 심경을 밝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정오까지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수는 12명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안중근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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