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불법 과다징수 유형을 살펴보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을 임의로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하여 환자에게 징수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최은경
의료민영화의 가장 큰 폐해는, 다들 우려하는 것처럼 의료비 폭등 문제다. 어쩌면 하씨가 지불한 것보다 더 큰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지금도 의료비는 만만치 않다. 고관절 수술, 심장 수술 등 좀 굵직굵직한 병으로 병원을 찾기라도 하면 우리는 진료비 명세서를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 각종 '비급여' 항목으로 인해 그 액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엠아르아이(MRI)'라도 찍는 날에는 100만 원 가까이 청구되기도 한다.
의료민영화? 의료영리화? |
'의료민영화'는 2008년 촛불 정국 때부터 정착된 용어다. 2007년 마이클무어 감독이 미국식 민간보험제도를 비판한 <식코>가 상영된 뒤, 진보진영과 야당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지키자'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정치적 용어가 돼버렸다.
최근 '의료상업화'라는 단어도 심심치 않게 사용하고 있다. '의료공공성'의 반대용어로 건강보험 의료 수가 인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의료계가 환자 대상으로 장사를 할 수 있게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려고 하는 경향을 일컬어 쓰는 말이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의 '의료민영화' 찬성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2014년 3월 의사파업의 명분으로 '의료영리화'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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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례가 꼭 대형병원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는 약 60% 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2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를 보면 2012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5%로 2011년(63.0%)보다 0.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의료비 부담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일부터 한시적으로 4대 중증질환 저소득층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을 시행한 걸 봐도 그렇다. 하지만 이것도 일부에 비용의 약 40% 정도만 보장될 뿐이다. 만약 의료민영화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단순히 비급여 항목이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검사와 수술 등도 늘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2013년 MBC <PD수첩> '소문난 병원의 수상한 비밀' 편에서 과잉진료의 심각성을 보여 주었다.
당시 한 병원에서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의 진료비는 900여만 원. 그런데 취재진이 다른 종합병원 척추센터를 찾아가 청구서를 확인해 보니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급여 제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급여 제품을 이용했고, 뼈 이식을 하고 난 후 하지 않아도 되는 고정 장치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은 드러내 놓고 하지 못하는 과잉진료도 의료민영화가 되면 오히려 병원 측에서 맘 놓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의료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들은 모른다는 데 있다. 병원 측이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 과잉진료를 한다고 해도 비전문가인 환자들은 알 턱이 없다는 말이다. 의료민영화는 결국 환자들을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수익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제도인 것이다.
"의료민영화 아니"라는 정부, "이건 뭐냐?"는 시민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