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 양귀비꽃자출의 마지막 코스는 이렇게 화려하다. 앞이 원효대교다.
안호덕
서울에서 가장 높은 63빌딩이 보입니다. 이제 자출길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도로에 금계국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가을 코스모스가 피기 전까지 그 자리에서 마냥 피고 지는 꽃입니다.
"안녕하세요?""네,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이곳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전거 앞에 태극기를 달고 모자에도 바람개비를 달았습니다. 그의 자전거에는 그 외에 것들이 아기자기하게 달려 있습니다. 수년째 마주하면서 인사만 할 뿐, 손 한 번 잡아 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썼기 때문에 아직 그의 얼굴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며칠 보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 합니다.
양귀비꽃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보면 볼수록 매혹적인 꽃입니다. 어느 때에는 석양 지는 퇴근길에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양귀비꽃을 찍었습니다. 원효대교 밑을 지나 '로봇 태권V'가 나온다는 국회의 돔형 지붕이 보일 때면 저의 한강 자출길도 끝이 납니다. 이제 한강을 벗어나 5분 정도만 더 달리면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계속 오르는 교통비 때문에 저항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자전거 출퇴근이었습니다. 10여 년이 넘었고, 자전거도 이제 많이 낡았습니다. 한 번은 퇴근길 옥수역 아래에서 펑크가 나서 집까지 30여 분을 끌고 걸어간 적도 있습니다. 소나기를 만나 온몸이 흠뻑 젖어서 퇴근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갑갑한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지하철로 다닐 적에는 한 달 교통비가 5만~6만 원 들었습니다. 요즘은 사정이 생겨 자출을 못할 경우에만 지하철을 타기 때문에 한 달에 만 원 정도 듭니다. 평균 4만 원 정도 아끼는 꼴이니 자전거 유지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본전은 뽑은 셈이죠.
배낭 가방에는 항상 카메라가 있습니다. 종종 출퇴근하는 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습니다. 좋은 풍경을 찍을 때도 있고,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찍기도 합니다. 한강 1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나의 카메라에 담겨 있습니다. 한강 르네상스 개발의 아픈 상처.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여름밤 한강 모습도 있습니다. 이는 10여 년 자출에서 얻는 나만의 기록이고 자산입니다.
이렇게 호사로운 출근길 보셨나요?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합니다. 하루 2시간, 이 시간만큼은 팍팍하고 번잡한 서울생활을 탈출할 수가 있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자출하기 전까지는 서울 한강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습니다. 사람들에 치이고, 밀고 밀리는 지하철 출근길. 도로에서 허송세월하는 자가용 출근길. 바꾸고 싶다면 자전거 출퇴근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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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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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 따다가 지각... 서울에서 이렇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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