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에 작은 모빌 몇 개를 달아놓는 것만으로 회전목마가 완성된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상하게 보기보다는 기꺼이 웃음을 터뜨린다.
수필름
다음은 연극의 장점을 극대화한 장면 구성과 연출이다. 영화의 매력이 '편집'에 있다면, 연극은 '척'에 있다. 라디오 스튜디오와 놀이공원, 강릉 바다와 목장 등의 공간들이 하나의 무대 위에서 몇 개의 소도구와 영상만으로 구현된다. 영화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연극에서는 가능하다. 핸들 하나로 자동차가 되고, 우산에 작은 모빌 몇 개를 달아놓는 것만으로 회전목마가 된다. 그러나 관객들은 누구도 이 장면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대신 기막힌 아이디어에 놀라고 기꺼이 웃음도 터뜨린다. 양정웅 연출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극은 이 모든 것들이 통용되는 '상상의 예술'이니까.
음악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박환 음악감독의 피아노 연주와 노래가 라이브로 진행되는데, 복고풍 재즈부터 발라드, 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공연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여기에 많은 양의 대사들은 듣기에 따라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으나, 여성 관객의 입장에서 아내 정인의 대사는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거니와 카사노바 성기의 대사는 오글거려도 듣기 좋은 말들이니 피곤은 고사하고 대리만족을 얻어갈 수도 있다. 남성 관객이라면? 성기의 작업과정을 눈여겨봤다가 실전에 적용해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