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6월항쟁 기념벽화' 사라질 위기

대학 당국·총학생회 미관 이유로 철거 검토... 지역 민주단체 반발

등록 2014.06.12 14:40수정 2014.06.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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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산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에 그려진 6월 민주항쟁 기념벽화. 1988년에 제작된 이 벽화는 제대로 관리를 안 해  칠이 벗겨지고 넝쿨이 흘러내려 벽화를 덮어 가고 있다.

부산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에 그려진 6월 민주항쟁 기념벽화. 1988년에 제작된 이 벽화는 제대로 관리를 안 해 칠이 벗겨지고 넝쿨이 흘러내려 벽화를 덮어 가고 있다. ⓒ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산 동아대학교에 있는 6월 민주항쟁 기념 벽화가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벽화 훼손 상태가 심각해지자 조경 사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학교 측이 벽화 철거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이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6월 항쟁 직후인 1988년 그려진 이 벽화는 동아대 승학캠퍼스 교수회관 진입로 벽면에 30m 길이로 그려진 아크릴 벽화이다. 당시 동아대 미술동아리 '열린그림마당'은 고 박종철, 이한열 열사와 6월 항쟁 과정에서 숨진 이태춘 대학동문을 추모하기 위해 벽화를 제작했다.

이후 벽화는 국내 몇 안되는 6월항쟁 기념 벽화로 역사적 가치를 조명 받아왔다. 2007년에는 민족미술인협회가 작품소견서를 통해 "동아대 승학캠퍼스에 20여 년간 소장된 6월 항쟁도는 작품 가치뿐 아니라, 미술 사료 가치가 더욱 높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마땅한 관리 주체를 찾지 못한 벽화는 현재 칠이 벗겨지고 담쟁이 넝쿨이 벽화 대부분을 덮은 상태로 남아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관상 이유로 벽화를 철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2007년에도 이 대학 총학생회 등이 벽화 철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학내 단체 등이 반발해 무산된 적이 있다.

최근에도 동아대가 조경사업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벽화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고 해외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의 요크 세인트 존 대학교 (York St. John University)의 김창환 교수는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에 대한 벽화와 민중미술을 수집하던 중 귀 대학교에 들러서 6월 항쟁도를 접했다"며 "현재 칠이 많이 벗겨지고 담쟁이덩굴로 벽면 대부분이 덮여 있는 상태인 벽화를 보수했으면 한다"는 내용을 대학 총학생회에 전달했다.

지역에서는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대학 민주동문회, 몇몇 단과대 학생회가 나서 벽화 보존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미관상 이유로 철거를 운운하는 것은 역사인식의 부재이며 6.10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는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일"이라며 "6월민주항쟁 정신이 담긴 6월항쟁도는 보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측은 여전히 벽화의 보존보다는 미관상 이유를 들어 철거를 검토하고 있다. 학교 측은 "벽화의 훼손이 심하고 넝쿨이 벽면을 덮어 조경 사업을 검토 중"이라며 "벽화 대책을 세워놓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6월 항쟁 #동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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