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반대 촛불문화제라기 보다는 축제에 가까웠다. 참석자들 노래를 따라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김종술
김철원 밀양농민회 정책실장,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대표 조성제 신부(천주교), 초등학교 교장 출신인 고준길 어르신, 어린이책시민연대 이정화씨, 용회마을 주민 송영숙(송루시아, 59), 동화전마을 권기영씨 등 많은 분들에게 대집행 당시, 공권력에 짓밟혔던 사연을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송전탑 싸움으로 목숨을 잃은 두 분의 어르신과 한국전력공사의 회유와 협박이 심해 싸움을 포기하고 싶었던 일, 경찰한테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은 사연을 말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시던 어르신들의 분통한 사연들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주민들은 싸움에서 진 게 아니라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며 철탑을 뽑아낼 때까지 싸우겠다는 얘기에 용기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처참했던 영상을 보면서 절대 잊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주민이 낭독한 송경동 시인의 '밀양으로 가는 길'이란 시를 들으면서 반가운 분들과의 작별을 고했습니다. 다시 오겠다고 그때까지 건강 조심하라고 덕담을 나누며 돌아서야 했습니다. 밀양에서부터 따라다니던 둥근달은 우리 집 안마당까지 따라왔습니다.
밀양으로 가는 길밀양은 어디에 있나요밀양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나요버스를 타고 가면 되나요기차를 타고 가면 되나요밀양으로 가면서는 어떤 꿈을 꾸면 되나요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보리싹이 익는아름다운 고장을 생각하면 되나요하얀 머릿수건을 쓰고논물을 대는, 밭고랑을 일구는농부들의 평화로운 마을을 꿈꾸면 되나요아, 그러나 지금 밀양은 폐허의 땅원전마피아들의 짜릿한 속셈만 흐르는 곳푼돈의 모략이 판치고죽음의 전류가 관통하는 메마른 땅계엄의 헬리콥터가 뜨고점령지의 병사들이 진주하는 곳거기 나뭇가지마다 목줄을 걸고 있는 난쟁이들평생을 파먹던 땅에 흙무덤을 파고 있는 검둥이들날마다 걷어 채이고 끌려가는 무지랭이들논바닥에 엎어지고 산비탈로 굴러 떨어지며오열하는 사람들그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함께 절규하는 사람들도대체 밀양으로 가는 길은 어디인가요돌아보면 밀양 아닌 곳이 없네요눈물 아닌 곳이 없네요아픔 아닌 곳이 설움 아닌 곳이분노 아닌 곳이 없네요아, 어디로 가야 우리들의 밀양이 있나요광화문 네거리에서 무릎꿇고 나랏님께 절하며 상소문이라도 읽어야 하나요동학난 때처럼 장총을 들고 그리움에 지쳐 산으로 오르면 되나요죽창이라도 들어 저 가렴주구들의 뱃대지를 찌르면 되나요폭동이라도 반역이라도 되어야 하나요아, 도대체 그 아름다운 밀양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나요넉넉한 인정이 흐르고작고 낮은 이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그 땅은 어디에 있나요자연과 인간이 흙과 감자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져 튼실히 익어갈 수 있는그 생명의 땅은 어디에 있는가요이시우 어른유한숙 어른입 좀 열어 얘기 좀 해주세요왜 그렇게 말이 없으신가요유한숙 어른께서 그 차디찬 냉동고를 나와이제 그만 저 참된 우주의 밀알 하나로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나요그래요. 알겠어요우리에겐 다른 빛이 필요하지요어떤 폭력에도 굴욕에도 꺾이지 않는존엄한 인간성이라는 그 영롱한 빛어떤 핵분열도 따라 올 수 없는 그 연대의 빛어떤 핵폭발도 따라 올 수 없는 분노의 빛어른께서 놓아두고 간 그 생명의 빛난 그 빛을 찾아 오늘도 꿈속마다나의 밀양으로 끝없이 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