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한옥작업남들 등산할때 지붕에 올라야 했지만, 나무 그늘 밑 작업은 휴가 온 느낌이었다.
이기태
산에서 작업할 때, 나는 행복하다 나무를 다듬는 치목은 지붕이 있는 곳에서 할 경우 햇빛을 피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나무먼지는 더 많이 먹게 된다. 방진 마스크를 쓰고 먼지를 뒤집어 써가며 일하는 것도 조금씩 익숙해져 갈 즈음 또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에 있는 어느 산자락 작은 한옥의 지붕일을 일 주일 일정으로 하게 된 것이다.
등산로에 접한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먼지 때문에 고생하던 코가 바로 반응을 했다. 말 그대로 코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지붕작업을 하는 곳도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고, 바로 옆으로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쯤되면 일이 아닌 휴가를 온 것 같았다. 물론 등산객이 많은 주말에도 산이 아닌 지붕을 타야 했지만.
목수라는 직업이 나와 궁합이 맞는지 여전히 확신은 못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산에 있는 사찰에서 작업을 할 때 내가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목수가 되기 전에는 야근이 일상화된 생활이었다. 그러다 주말에 산에 갔다 오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거짓말처럼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한마디씩 했다.
평소의 내가 그만큼 일에 찌든 표정이었을 것이고, 그런 찌듦을 풀어주는 것이 산이었다. 그랬던 내가 산에서 일하고 심지어 산에서 살기까지 하는 목수 일을 할 때 표정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